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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Nov 28. 2024

현대 한국 채색화의 정수…조풍류의 ‘종묘 정전’

석기자미술관(125) <수묵별미(水墨別美): 한․중 근현대 회화>

조풍류, 종묘 정전, 2023, 천에 색, 92×234cm


   

화가 조풍류의 그림 <종묘 정전>(2003)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전시장에 걸렸다. 화가 본인만큼이나 나 또한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조풍류의 그림을 제대로 본 사람은 안다. 그가 얼마나 뛰어난 화가인지를. 채색화는 제작 과정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재료를 다루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서양화 재료인 유화 물감이나 아크릴 물감과는 다르다. 오랜 기간의 수련과 실험, 시행착오를 통해 나만의 표현법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닐뿐더러, 해도 해도 쉽지 않은 길이다. 쉽지 않은 길을 가는 것, 그것이 참된 예술가의 숙명일 터. 내가 봐온 조풍류는 지금까지 묵묵히 채색화가의 외길을 우직하게 걸어온 이다.     



조풍류의 2023년 작 <종묘 정전>은 황혼 녘에 더없이 신성한 빛을 띠는 종묘 정전을 전통 채색화 기법으로 그린 작품이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시간이 허락하는 노란 하늘빛이 아련한 가운데 정전 앞에 넓게 펼쳐진 월대가 온통 눈이 시리도록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종묘 정전이라는 공간의 장엄을 어둠 속에서 빛나는 한 줄기 빛으로 그려낸 화가 조풍류의 무르익은 기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뛰어난 작품이다. 조풍류의 예술세계를 집약해서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조풍류 그림의 아름다움은 색감과 질감의 절묘한 조화에서 온다. 동양의 채색화 재료인 석채와 분채, 호분으로 견고하게 쌓아 올린 화면은 오래된 벽화처럼 단단하고 견고한 질감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조풍류의 그림은 가까이 다가가서 볼 때 그 진가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유화 물감이나 아크릴 물감으로도 비슷한 색을 흉내 낼 수는 있겠지만, 특유의 색과 마티에르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조풍류의 그림은 오직 조풍류만의 것이다. 그림 앞에 서보라. 그 감동을 느껴보라.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과 중국의 중국미술관이 공동으로 마련한 기념비적인 전시 《수묵별미(水墨別美): 한․중 근현대 회화》가 11월 28일(목)부터 2025년 2월 16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다. 한국 작가 69명의 작품 74점, 중국 작가 76명의 작품 74점을 나란히 선보인다.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국립미술관이 이만한 규모로 자국의 수묵채색화를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건 처음이다.      


이런 의미 있는 큰 전시를 통해 화가 조풍류의 작품이 한국을 대표하는 채색화 가운데 하나로 소개되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학연이나 지연 따위에 조금도 연연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채색화가의 길을 걸어온 화가 조풍류의 뛰어난 예술세계가 뒤늦게나마 번듯한 자리에서 선보이고 온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부디 많은 분이 전시장을 찾아 한국 채색화의 멋과 아름다움을 만끽하시길 바란다.     


전시 정보

제목: <수묵별미(水墨別美): 중 근현대 회화>

기간: 2024년 11월 28()~2025년 2월 16()

장소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문의: 02-2022-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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