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자미술관(130) The Art of Salvo
살보(Salvo, 1947~2015)는 이탈리아 화가다. 본명은 살바토레 만조네(Salvatore Mangione). 시칠리아섬의 레온포르테(Leonforte)에서 태어난 작가는 초기엔 초상화를 그려 팔거나 인상주의 화파의 영향을 받은 풍경화를 주로 그렸다. 그러다가 유럽 전역에서 파리 68혁명에서 촉발된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급진적 운동이 전개되자, 토리노를 중심으로 가장 빈곤한 재료로 작품을 제작해 자본주의의 사회적 병폐와 기성 회화에 대항하자는 아방가르드 예술 운동 아르떼 포베라(Arte Povera)에 동참했다. 작가는 이 시기에 기존 평면 회화가 아닌 사진, 조각 형식을 빌린 개념주의 작품 등을 선보이다가 1973년 다시 회화로 돌아갔다.
국내에서 생소했던 살보의 작품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첫 무대는 2023년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었다.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갤러리 마졸레니(Mazzoleni)가 선보인 2001년 작 <Una Sera>를 비롯해 살보의 작품 여러 점이 팔리면서 국내에서도 살보라는 낯선 작가가 비로소 알려지기 시작했고, 올해 서울옥션을 비롯한 국내 경매에도 살보의 작품이 꾸준히 등장했다. 그리고 올해 프리즈 서울에서 갤러리 마졸레니가 살보의 그림 6점을 한꺼번에 들고 나온 것을 비롯해 글래드스톤(Gladstone), 스프뤼스 마거스(Sprüth Magers)까지 해외 갤러리 세 곳이 살보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 내용을 석기자미술관 71회, 88회에 소개한 바 있다.
아트페어와 경매를 통해 인지도가 넓어진 살보의 전시회가 마침내 열린다. 소개된 작품은 8점에 불과하지만, 국내에서 살보의 작품을 단독으로 소개하는 전시는 처음이다. 출품작은 멀게는 1998년부터 가깝게는 2009년까지를 아우른다. 형태를 최대한 단순화해 마치 장난감 도형으로 만든 세계처럼 보이는 풍경은 파스텔톤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질감에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색감이 어울린 전형적인 살보 스타일을 보여준다.
아울러 살보로부터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작가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 두 점도 함께 선보인다. 니콜라스 파티는 살보의 색감과 결을 같이하는 회화 작가로 1980년 스위스에서 태어나 회화, 조각, 벽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작품 활동을 한다. 미술사를 기반으로 작가, 재료, 상징 등 다양한 요소를 참조하며 문화적, 역사적으로 재해석하고 재구성하는 니콜라스 파티는 18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뒤로 잊힌 파스텔화에 다시금 주목했다. 파스텔 재료의 부드러운 질감과 높은 채도의 선명함, 생경한 이미지가 어우러진 자기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만들었다.
마침 호암미술관에서 니콜라스 파티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리는 만큼 두 전시를 연계해서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