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대가’ 월전 장우성의 풍자화

석기자미술관(270) 《화가의 공감: 월전이 그린 풍자화》

by 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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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립월전미술관이 2026년 새해를 맞아 첫 상설전 《화가의 공감: 월전이 그린 풍자화》를 2월 12일부터 4월 19일까지 연다. 전시는 미술관 2층 상설 전시장에서 진행된다. 미술관은 월전 장우성의 풍자화를 통해 다양한 사회 문제가 심화하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에게 시대를 관통하는 시선이자 공감의 장이 형성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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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나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을 빗대어 웃음을 자아내는 형식으로 신랄하게 폭로하고 비판하는 그림인 풍자화는 월전 장우성의 작품 세계에 있어 특징적인 주제의 하나다. 월전은 1970년대 말에서부터 80년대 초에 이르러 그간 추구해 온 문인화의 범주를 확장해 사회 문제를 예리하게 비판하는 현실 인식적인 내용도 다루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1990년대 들어 말년의 작품 세계에 이르게 되면 더욱 본격화하는 양상을 띤다.


파괴되어 가는 자연환경과 생태계, 급속한 근대화와 타락하는 인간의 윤리관, 그리고 무분별하게 수용되는 외래문화와 그로 인해 혼탁해진 전통문화 등 현대 문명에 의한 위기의식을 주제로 삼아 작품을 통해 온유하게 표출했다. 그는 “예술가들이라고 해서 사회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걸 보면 때로는 격정을, 때로는 분노를 느낍니다. 아직도 세상일을 초월하지 못했습니다.”라며 자신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20260225_150636.jpg 장우성, <미소>, 2000, 33.5×23.5cm, 종이에 수묵



어느 벼락부자의 회심의 미소

2000년 가을 월전 만화


20260225_150723.jpg 장우성, <아슬아슬>, 2003, 41×63.5cm, 종이에 수묵



無心乘新車 動輒之字驅 무심코 버스를 타니 걸핏하면 갈지자로 몰아간다.

滿座人皆駭 肝膽小如豆 가득 찬 승객이 모두 놀라 간담이 콩알만 해진다.

相問運者誰 始知初步手 운전자가 누군지 알아보고는 초보운전자인 걸 알았다.

狂走向何去 恐將斷崖墜 미친 듯 달려 어디로 가는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까 겁난다.


二千三年夏 老月畵

2003년 여름 늙은 월전이 그리다


20260225_150745.jpg 장우성, <단군일백오십대손>, 2001, 67×46cm, 종이에 수묵



檀君一百五十代孫

단군일백오십대손


偶然相逢一妙齡 一見疑似異邦人

우연히 한 젊은 여성을 만났는데 언뜻 보기에 외국인인가 의심할 정도였다.

蓬頭朱唇色眼鏡 露出半服臍欲現

더벅머리 붉은 루주 색안경 쓰고 반바지에 배꼽까지 드러내려 했다.

問其所業黙不答 芳名愛稱미스韓

무슨 일 하는지 물어도 대답 없고 꽃다운 이름 애칭하여 미스 한이라고 한단다.

連吸券煙兩三個 嗜飮珈琲日數盞

연거푸 두세 대 담배를 피워 물고 하루 커피도 여러 잔 즐긴다고.

漸覺奇緣問世系 答曰檀君百代孫

기이한 인연 같아 가계를 물으니 웃으며 단군 백대손이란다.

於是認知同根人 惻然感得異質深

그때야 한 뿌리의 종족임을 알았다. 측은히 이질감이 너무 심하다 생각다가

起座惜別握纖手 赤甲銳如鷹瓜尖

자리에서 일어나 헤어짐 아쉬워 고운 손 악수하니 붉은 손톱 날카롭기 매 발톱같이 뾰족하다.

爲備不忘寫圖看 忽驚世態滄桑變

잊지 않으려고 적어두고 그림으로 그려서 보고는 상전벽해 된 오늘의 세태에 문득 놀란다.


辛巳仲春半啞子 月叟塗於寒碧園時年九十

신사년 한창인 봄 반벙어리 월전 노인이 한벽원에서 그리니 나이 90세라.


20260225_150830.jpg 장우성, <낙오된 거위>, 2001, 35×46cm, 종이에 수묵



脫落隊伍的鵞子 무리에서 떨어진 거위 한 마리

獨在曠野之中 넓은 들판에 외로이 섰네.

呌呼無應跳躍不及 소리 질러도 대답 없고 뛰어도 다가갈 수 없고

欲飛翔而羽翼且無力 다시 날아보려 해도 날개에 힘도 없고

日暮風急野猫當前 날 저물고 바람 찬데 살쾡이까지 다가오니

哀憐此鵞將何所之 가엾은 이 거위 장차 갈 곳 어디인가.


辛巳庚炎老月塗

신사년 복중에 늙은 월전이 칠하다.


20260225_150858.jpg 장우성, <광우병에 걸린 황소>, 2001, 59×68.5cm, 종이에 수묵



狂牛兵에 걸린 高氏네 황소

광우병에 걸린 고씨네 황소


二千一年辛巳夏日半啞子月叟塗

2001년 신사년 여름날 반벙어리 월전 노인이 그리다.


20260225_150917.jpg 장우성, <간중어>, 1977, 54×69cm, 종이에 수묵채색


海水桑田慾變時 상전벽해같이 변화하는 이 시대에

風濤翻覆沸天地 폭풍 파도 뒤집히고 천지가 들끓는다.

鯨呑蛟鬪波成血 고래는 삼키려 하고 교룡은 다투어 온통 피바다가 되어도

深澗遊魚樂不知 깊은 산골 시냇물에 놀고 있는 고기는 아는지 모르는지.


石舟室主人月田作

석주실 주인 월전 그리다.


20260225_150943.jpg 장우성, <유인원도>, 1984, 148×91cm, 종이에 수묵담채



檻中之猿檻外人 우리 안엔 원숭이 우리 밖엔 사람

隔柵相看眼燐燐 철창살 사이에 두고 멀뚱멀뚱 바라본다.

肢體眸子殊相似 손과 발 눈동자가 서로 닮았고

蓬頭亂髮亦類然 흐트러진 머리칼 또한 그러하다.

年來人間漸狡猾 지금 사람들 점점 교활해져서

它與猿猴比爲隣 원숭이와 이웃이 돼 가고 있다.

竟是人獸無等差 마침내 인간과 금수의 차이가 없어졌으니

堪愧靈長妄自尊 영장이란 망령된 자존심 부끄럽기만 하다.


甲子之秋偶作類人猿圖漫錄新詩

갑자년 가을에 우연히 유인원도를 그리고 새로 지은 시를 옮겨 적다.

盤龍山人月田塗

반룡산인 월전 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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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5_151021.jpg 장우성, <황소개구리>, 1998, 46×67cm, 종이에 수묵담채



洌水本淸靜 魚鱉天惠域 우리나라 물은 원래 깨끗해 물고기 자라들의 천국이었다.

石上靑蛙鳴 波間鯽鯉躍 바위 위에서 청개구리 울고 여울에는 붕어 잉어가 뛰어놀았다.

春暖稚鯈育 秋晴文鱖肥 따뜻한 봄에는 송사리 태어나고 가을이면 쏘가리가 살 오른다.

一朝外寇侵 沼澤大亂起 하루아침에 낯선 도적 뛰어들어 못과 늪에 큰 난리가 일어났네.

闖人者其誰 輸來洋蛙是 뛰어든 자 그 누구냐, 수입해 온 황소개구리 그놈이다.

體大性且暴 隨處發狂威 몸통이 크고 성질이 포악해서 도처에서 미쳐 날뛰는 모습이라니.

鰻潛岩下伏 蟆走業中隱 뱀장어는 바위 밑에 잠복하고 두꺼비는 풀섶으로 숨는다.

毒虺抗不得 竟被巨口呑 독사도 항거하다 큰 입에 도리어 먹히니

江河三千里 無處不呻吟 강하 삼천리 시름없는 곳 없구나.

可恐外禍酷 實由人作災 외래의 화 참혹함 두렵다. 실상 사람들이 지은 재앙이지.

主客旣顚倒 豈啻蟲魚禍 주객이 뒤집힌 것, 벌레와 물고기뿐인가.

堪悲弱者恨 旴嗟無良策 슬프다 약자의 한, 아 좋은 방법이 없구나.


戊寅夏六月因時事有感月田老人作幷題

무인년 여름 6월에 세상일에 느낌이 일어 월전 노인이 그리고 쓰다.


20260225_151052.jpg 장우성, <황사>, 2000, 50×68cm, 종이에 수묵



土雨三千里 흙비 삼천리

煙霧一萬丈 안개 일만 길

願將生羽翼 날개를 달고

飛翔出滄溟 하늘을 벗어나고 싶어라.


二千年五月 月叟 喘喘作

2000년 5월 월전 노인이 겨우 헐떡이며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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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정보

제목: 2026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상설전 《화가의 공감: 월전이 그린 풍자화》

기간: 2026년 2월 12일~4월 19일

장소: 이천시립월전미술관 (경기도 이천시 경충대로 2709번길 185)

문의: 031-637-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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