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즈먼드 모리스 《포즈의 예술사》(을유문화사, 2020)
그림을 보는 방법은 셀 수 없이 많죠. 동물학자이자 생태학자인 저자는 인물의 자세, 몸짓, 표정으로 미술품을 들여다봅니다. 아주 흥미로운 접근법이죠. 똑같은 방식을 우리 그림에도 적용해보면 퍽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더군요. 특히 조선시대 이전의 옛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자세, 몸짓, 표정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끄집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설명은 짧고 도판은 풍성합니다. 수천 년 전 인류가 남긴 유물부터 가장 최근의 미술 작품까지 광범위한 시기에 걸쳐 적합한 사례들을 찾아낸 저자의 안목이 놀랍습니다. 나폴레옹이 초상화에서 언제나 한 손을 조끼 안에 집어넣은 모습으로 그려진 이유를 포함해 저자는 인간의 자세, 몸짓, 표정이 그 시대의 전통과 풍습의 산물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또 하나, 이 책에는 일본과 중국의 미술품은 있어도 한국은 없습니다. 우리 미술이 어쩌니저쩌니 아무리 떠들어본들 세계 미술사에서 우리 미술품이 거론조차 안 되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것이 한국 미술이 맞닥뜨린 냉엄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계속 세계미술의 변방 중의 변방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합니다. 좋은 작품이 없는 게 아니라, 있는 데도 모르니 언급을 할 수가 있나요. 누군가는 그 일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하루가 멀다고 미술 관련 책이 쏟아져 나옵니다. 대부분 미술 심리 치유 에세이 같은 부제를 달고 나오죠. 그런 책이 시장에서 팔리기 때문이겠지만, 미술을 좋아하는 독자인 저로서는 그런 비슷비슷한 부류의 책들이 양산되는 현실이 몹시도 못마땅하게만 보입니다. 한국의 미술책 저자들은 지금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그림을 보아야 합니다. 이 책에서 그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