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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로 Jul 31. 2021

하늘이 많은 날


하늘이 맑아 구름도 거의 없던 오후, 아이가 하늘을 보더니 말했다.


"엄마. 하늘이 많아서 구름이 가려졌어."


처음엔 아이가 구름과 하늘을 헷갈렸나 싶어 바로잡아 주려 했는데

생각해보니 우리 아이는 구름과 하늘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구름이 하늘을 가리는 게 아니라,

하늘이 구름을 가린다고 생각하다니.


아이의 말 한마디에,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이 종종 무너진다.


그리고 궁금하다.

아이의 머릿속에 또 어떤 생각들이 자라고 있을지.

나랑 같은 곳을 바라볼 때, 아이는 눈앞의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아이를 가리는 하늘이 되지 말아야겠다.

그저 아이가 달도 띄우고, 별도 띄우고, 무지개도 띄울 수 있는 맑은 하늘이 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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