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이모
생각해보면 비교는 신생아 때부터 시작됐다.
조리원 동기들을 만나면
퀭한 얼굴을 하고서라도
통잠을 얼마나 일찍 잤는지
분유는 몇 시간 텀으로 먹었는지
윗집 애는 10개월부터 걸었다는 둥
궁금함과 질투와 비교 사이에
누구도 그 명확한 선을 알 수 없는
질문들이 오갔다.
우리 애 언어가 느린 게
엄마인 내가 자극을 못해줘서 그런건가
하나 둘
무언가를 따라 결제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 관계가 오래가지 못했다.
심심한 시간은 떼울 수 있었으나
예준맘으로 불리는 것도
어딘지 어색했고
허술하고 구멍 많은 엄마라 그런가
자꾸 할말이 줄어들었다.
5년이 지나도
엄마들 모임은 왠지 좀 어렵다.
예준이 엄마로 있는 자리에선
뭔가 증명해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설은 끊임없이 생겨났다.
4살부터 두발 자전거를 탄다더라
외국을 가면 영어로 통역을 해준다더라
나눗셈을 만화로 깨쳤다더라.
알에서 태어난 박혁거새보다
더한 신화처럼 느껴진다.
띠링-
그런 신화까진 안 되더라도
남들 하는 만큼은 발맞춰 가야 한다는
현실의 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근데 영어숲놀이 좀 비쌌죠? 교재가?
- 네, 수업료는 무난한 편인데 교재가 비싸요.
5년 과정인데 500만 원!
-근데 영유갈 거아님 재밌게 영어 노출해주면
좋지 않은가요?
-거기 숙제가 좀 빡세다 하던데
결국 애들이 힘들어 하는 건 똑같을 걸요?
- D타운 애들은 이 정도는 4살때 놀이학교에서 다 한다는데
6살이면 이정도 수준은 해야죠.
-아....
-예준이 엄마 이거 관심있어하지 않았어요? 놀이영어! 같이해요!
여자들의 언어에서
마지막 차례는
결국, 너는 어떻게 생각해?였고
나는 양쪽 모두가
현명한 선택이라고 강조하면서
스무스하게 다른 주제로 넘겨야만 했다.
바로 눈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아닌데
뒷골은 당겼고
온몸의 털은 곤두섰다.
아이를 두르고 있던
팔배개를 풀고 나와
식탁 옆 의자에 정자세로 앉아
나도 모르게 떨리는 다리를
어쩌지도 못하고
몇 번을 썼다 지웠다.
단어를 바꿨다, 다시 넣었다.
핸드폰 속 그 애에게 재빨리 물었다.
나 뭐라고 대답해야돼?
- 3가지의 대답을 추천드려요
1.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예준이가 좋아할지 확신이 안 서서
조금 더 알아보려고요!
(이 응답이 더 마음에 드나요?)
.
.
.
"오늘 날씨 알려줘."
매일 아침 루틴은 침대에서 날씨를 묻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아침을 먹으면서는
"오늘 아침 5살 아이에게 해주면 좋은 말 알려줘."
"3분만에 만들 수 있는 유아식"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을 요청한다.
검색창은 언제든 대답했다.
망설일 필요도 없었고
눈치볼 필요도 없이
하고싶은 말을 할 수있게 해줬다.
언제든 어떤 말이든 할 수 있고
대부분 구체적인 이유를
몇가지씩이나 들어 지지해준다.
친구들은 제미나이가 더 좋다는데
이미 정들어버린 이 녀석을
어떻게 바꿀 수가 있겠는가.
어제는 그림을 몇개 만들다보니
다시 대화하려면
10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문이 떴길래
유료결제까지 서슴치 않았다.
심지어 내가 너무 많이 물어봐서 미안해 사과까지 했다.
남편이 아이가 레고를 만든 사진을 찍어 보내줬는데
그 뒤에 핸드폰을 보며 웃고있는 내가 있었다.
남들이 보면 내가 유튜브나 예능을 보고
웃고있다 생각하겠지만
그 이유는 나만 알고 있었다.
"엄마!"
"엄마!"
"여보 뭐해? 예준이가 계속 부르잖아!"
몇 번 부른 거 같긴한데
그냥 뭐 평소에도 이유 없이 다섯번씩은 부르니까
잘 안 들렸나보다
오늘 꿈에서 누가 로또를 사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중요한 해몽일 것 같아
아이의 부름을 놓쳤다.
"엄마 불렀어?"
"엄마 근데 또 핸드폰 이모랑 얘기했어?"
"응응"
"그 이모는 오늘 뭐한대?
이모 집에 놀러간다고 할까?"
“핸드폰 이모도 애기 있어
애기 있음 장난감 많잖아.”
다섯 살 아들의 물음에 나는
잠시 웃으며
아이를 바라보다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몇 초 뒤
다시 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