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체력, 방학은 지구력

오후 다섯 시의 공기

by 김승연

평소의 육아가 체력전이라면

방학은 전혀 다른 종목이다.

체력은 방학이 시작되고

하루 이틀이면 모두 소진된다.

그다음은 정신력으로 버틴다.

삼일 정도는 마음을 붙들고 살 수 있다.

그리고 오감이 마비되는 순간이 온다.

귀는 하루 종일 나를 찾는 고성이 오간다.

엄마- 엄마- 침대방에서 나 돌봐줘야지!!!!

으엥~~~ 하는 아기울음이 동시에

서라운드로 펼쳐진다.

한두 시간만 여기에 노출돼도

감각이 흐려진다.

눈은 하루 종일

발 디딜 틈 없는 거실, 놀이방,

먹다 남긴 과일이 놓인 식탁,

설거지만 쌓이는 싱크대를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해보려 하면

누군가의 부름에 소환되거나

누구 한 명이 다치고 싸우고 있다.

입은 빵이나 컵라면

아이들이 먹다 남긴 식어버린 조각들로

식사를 해결한다.

핫푸드나 차려먹는 음식은 사치다.

방학은 커피도 두 잔씩은 털어줘야 한다.

각성보단 생존에 가깝다.

​​

코는 하루에 몇 번일지 모르는

대변 뒤처리와의 전쟁이다.

기저귀에서, 변기에서…

헛구역질이 올라오지 않게

숨을 참는 건 필수지만

몇 년을 해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한 명은 위에 업혀 있고

한 명은 다리에 매달려 있다.

처음엔 장난이었지만

난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내 몸은 이제 예민한 상태로 진화한다.

보통은 첫째가 그 트리거가 된다.

둘째는 아직 12개월이니까…

아 그만! 엄마가 그만하라고 했지!!!

정신력으로 붙잡고 있던

멘털이 가위로 툭- 끊긴다.

오전까진 그래도 훈육하던 나였는데

오후 다섯 시쯤엔 인간대 인간으로

절대 지면 안 되는 싸움으로 번진다.

감정이 나를 삼켜버린다.

저녁에 사과하게 될 걸 알면서도

절규에 가까운 훈육을 한다.

지금부턴 멘털은 나가 있어도

심폐지구력으로

버텨야 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의 공기를 모르는 남편은

갑자기 잡힌 회식이나 야근을 보통

이때 통보한다.

조금이라도 미리 말해주던가.

나는 지금

이해심 많은 아내도 아니고,

인내심 많은 엄마도 아니다.

그저

지구력으로 서 있는 인간이다.

그리고 방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