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없어졌다.

이런 순간이 쌓여 엄마가 된다

by 김승연

엄마가 없어졌다.


엄마가 화장실 앞 소파에 앉아 있으라고 했는데

소파에 자리가 없어서 조금 걸었다.

분명 조금 걸었는데

너무 멀리 와버렸다.


돌아보니 화장실도 안 보이고

엄마도 안 보였다.


엄마...?


고개를 돌려가며

엄마를 찾았다.


저 코너만 돌면

엄마가 있을 것 같았지만

모르는 사람들만

서로 히히 호호 웃으며 지나갈 뿐이었다.


얼굴은 뜨거워지고

숨은 빨라졌다.


"너 엄마 잃어버렸어?"


검은색 옷을 입은

낯선 아저씨가

다가와 물었다.


난 정말 엄마를 잃어버렸다.

조금만 돌아보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제 처음으로 아이를 잃어버렸다.


그날 파란색 니트에

카키색 야상을 아이에게 입혔었다.

내가 사준 옷이었고

그날도 내가 입혔었다.


둘째 아이의 설사가

엉덩이를 타고 허리까지 새어 나왔다.

가족화장실은 꽉 찼고

첫째 아이는 다리가 아프다며

몇 번이고 주저앉았다.


이제 제법 자기 앞가림은 하는

여섯 살이니까라고

방심한 내 탓이다.


잠시 앉아있으라 하고 재빨리 다녀왔다.

분명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빠름이었는데

아이가 없어졌다.


저 코너만 돌면 있겠지 하고 달려가면

엄마, 아빠 손을 꼭 잡은

다른 아이들만 웃으며 지나갈 뿐이었다.


둘째가 탄 유모차를

미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둘째도 울기 시작했다.

나는 어쩌면 좋을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파란색 니트에 야상… 이안이었다.

- 야! 이안아!!


낯선 아저씨 앞에서

이제 막 울음을 터뜨리려고 하는 찰나였다.


- 어디 가지 말고

화장실 앞에 앉아있으라고 몇 번 말해!


가장 놀랐을 사람은

내 아이일 텐데

아무 일 없이 찾았다는 안도감이

울먹거림과 섞여

격앙된 목소리로 터져 나왔다.


고작 3분이었다.

지옥을 다녀온 게.


- 아니 그게 아니라...


변명을 하려던 아이도

꾹 참았던 두려움에

수도꼭지가 켜지듯

울음을 터뜨린다.



그렇게 잠시 안으며

서로를 위로하는데

회복탄력성이 좋은 우리 아이는

내 가방을 살짝 보더니

- 엄마 근데 아까 초코 샀던 거 먹을까?

...^^




아이에게 엄마를 잃어버린다는 것이

어떤 두려움인지

그때는 다 알 수 없었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다가

- 엄마 근데... 핸드폰 번호 뭐야?


잠을 자려는데

-엄마 이제 큰 마트는 가지 말까?


종이접기를 하는 도중에

- 그 팔찌하고 다니면

엄마 찾을 수 있는 거지?


잊을만하면 불쑥 튀어나오는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30년이 지나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내가 엄마를 잃어버렸던 날을

말해주었다.


- 엄마도 이안이만할 때

할머니 잃어버린 적 있다?


이미 불을 끄고 누운

침대였지만

이안이의 눈이 동그래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여섯 살인가, 일곱 살인가

가족끼리 캠핑을 하고

다음날이었다.

엄마 아빠는 텐트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는 마지막으로 예쁜 강가에

돌을 던지며 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몇 번 던지고 돌아봤을 뿐인데

엄마 아빠가 사라졌었다.


이안이도 같이 긴장한 듯이

느슨하게 잡고 있던 내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

이젠 최대한 재미있게 이야기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별 일 아니라는 듯이.


- 그래서 방송으로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는 거야.

마이크에 대고

아아- 아아-

안내-안내-

말씀-말씀-

드립니다- 드립니다-

여섯 살- 여섯 살-

김승연 어린이가 엄마를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김승연 보호자께서는 안내데스크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 하하 웃기다. 엄마도 할머니 잃어버린 적 있었네?

- 응응 근데 금방 잘 찾았어.

어렸을 땐 원래 한 번씩 잃어버릴 수 있어.

삼촌이랑 아빠도

할머니 할아버지 잃어버린 적 있을 걸.


깊은숨을 내쉬는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 부디 안정이기를 기도했다.


- 이제 잘래.

그래도 큰 마트는 안 갈래.


이런 순간이 쌓여

엄마가 된다.


그날,

우리 엄마도 이런 마음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