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칼퇴근을 원합니다.
첫사랑과의 이별은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고 시작했다가 사랑을 알기도 전에 그 사랑 이면을 극복하기에는 더 성숙함이 필요하다.
첫회사와의 이별도 필연적이다. 사랑에 비교할 만큼 가치가 있을 수도 있는 첫회사와의 이별. 왜 나는 젊은 시절 나의 삶 전체를 투자해서 얻게 된 회사와 이별을 선언하게 된 것일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일까 아니면 이상과 현실에서의 차이를 나 스스로 극복하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가고 있었던 것일까?
나는 경상도 출신이다. 경상도 사람들은 서울에 대한 동경 같은 게 있다. 서울말도 그렇고 TV에서만 접했던 모습을 실제로 접했을 때 오는 신비감(?) 같은 게 있다. 신비감이 현실 속에서 급격히 사라지는 건 순간이지만, 그 순간을 사람들은 동경한다.
입사보다 어려운 퇴사의 길
대학을 졸업하고 나의 첫 서울생활을 봉천동에서 시작했다. 회사는 강남이었고 이 첫회사를 무려 3년이나 다녔다. 나는 여기서 개발자로 일했었는데, 연봉도 괜찮았고 대우도 좋았다. 그리고 해외 프로젝트를 많이 하고 있어서 해외를 갈 수 있는 기회도 많았다. 이 시절에 파나마, 남아프리카 공화국, 터키, 영국 등 평소 내 돈 내고 가기 힘든 나라들을 많이 갔었다. 대우가 좋고 연봉이 좋다는 말의 배경에는 그만큼 나의 엄청난 에너지를 뽑아낸다는 뜻도 숨겨져 있다. 그렇다. 나는 이곳에서 밤낮 쉬지 않고 일했었다.
밤낮 쉬지 않고 일하면서 지쳤던 것일까? 이 길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은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었지만 마땅한 출구는 없었다.
세상살이에 지쳐서였을까? 나에게 보였던 출구는 이 세상을 떠나서 사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옮겨졌다. 가장 먼저 내 눈에 들어온 건 목사가 되는 길이었다.
'그래 이 길이야!!'
이 생각을 가지고 3년을 버텼다. 결국 본격적으로 준비하기로 하고 회사에 퇴사를 이야기했다.
이 회사 입사보다 퇴사가 더 어려운 줄 그때 처음 경험했다.
가장 먼저는 나의 사수와의 면담.
그리고 팀장과의 면담.
부서장과의 면담.
인사팀장과의 면담.
마지막 사장님과의 면담.
모두 반대를 외쳤다.
사실, 나도 무작정 퇴사를 한다고 하진 않았다. 단 한 가지 조건만 제시했다.
"6시 칼퇴근을 원합니다. 6시 이후에 할 일이 있어요!"
그래 나는 6시 칼퇴근을 하고 나서 저녁에 다음 내 생애를 준비하려고 했었다.
이 요구는 사실상 나의 첫 회사에서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면담에서도 모두 거절당하고 결국 퇴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회사와의 인연은 3년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 동안 함께 했다.
첫 회사는 내가 서울에 정착할 수 있게 도와주었고,
나의 아내를 만나서 결혼도 할 수 있게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첫회사에서 인연이 닿아 만난 J군 친구를 얻게 되었다.
사실 첫회사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려고 계획했었다.
그런데 역시나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첫 번째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근무환경이 조금 나은 곳으로(돈은 적게 줘도 되지만 시간은 칼퇴근을 해줄 수 있는 회사) 옮기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여전히 어렸던 나는,
면접에서 돈은 적게 줘도 되는데 칼퇴근을 원합니다.라고 너무나도 당당히 이야기했다.
뭐, 결과는 뻔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몇 군데 면접을 봤었는데, 다 떨어지고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 나는 마음을 정했다.
아르바이트하면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지! 하고 말이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퇴사 절차를 밟고 있는 중에 내가 가고 싶었던 회사에서 합격! 소식이 들려왔다.
이런!!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되질 않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