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퇴사하는 이유,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
직장인의 미래는 퇴사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퇴사를 벗어날 수 없다. 본인이 주도적으로 퇴사를 하든, 권고사직이나 압박에 의해서 퇴사를 당하든 언젠가는 퇴사를 하게 되어있다. 물론 정년을 채우고 정년퇴직을 하게 되는 모범적인 사례도 있다. 그러나 모범적인 사례도 이제는 옛말이 되었고 어떤 기업도 정년을 보장해주는 시대는 끝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회사원이라면 이 퇴사라는 주제에 대해서 비켜갈 수 없다. 20, 30대는 퇴사를 하더라도 이직 등의 다른 길이 여전히 열려있지만, 40대 이후로는 퇴사가 결정되면 이직은 조금 힘들어질 수 있는 시기다. 특히 50대 이후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통계청에서 55~64세 신중년이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서 가장 큰 비중은 권고사직, 명예퇴직, 정리해고, 사업 부진, 조업중단, 휴폐업 등의 이유가 많았다. 그만 큰 현대사회는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고 20년 이상 한 직업에서 최선을 다했어도 그들의 미래는 전혀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 사회가 너무나 빨리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갓 40대가 되었다. 나의 퇴사 이유 중 첫 번째는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다. 어쩌다 보니(?) 아이 셋을 키우게 되었고, 나의 아내도 일을 하고 있는 상황(자영업)에서 회사생활을 더 이상 지금의 가족의 형태를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이유다. 그런데 통계청 자료를 보니 나와 같은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는 비중이 13.8%나 되었다. 물론 가족을 돌본다는 항목 아래에는 아픈 사람을 돌보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다양한 케이스들이 있겠지만, 가족을 돌봐야 하는 시기의 평균 나이가 38.2세라는 점이 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은 50대나 50대 이후인데 30대 후반의 평균 나이에 있는 이들이 가족을 생각하면서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이다.
나의 아버지 시대는 가족을 위해서 직장을 다녔고, 그 직장에 올인했다. 그러면서 가족에게는 소홀히 대한 것이 많았다. 우리가 쉽게 이해하는 대로 그냥 돈 벌어 주는 아빠인 것이었다. 기본적인 경제적인 책임만 다하는 아빠로서의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빠의 역할을 경제적인 책임만 다하는 역할로 축소시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빠로서 갖추어야 할 책임에 대해서 사회와 아내들이 세계에서, 그리고 나 스스로도 상당 부분 책임감과 필요성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책임을 다하기에 지금의 회사생활과 사회구조는 도저히 이 모든 걸 다해낼 수 없도록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가 하루아침에 바뀔 순 없다. 그렇다면 이 사회구조에서 벗어나는 자생력을 기르는 방법밖에 없다.
언제 퇴사할 것인가?
연령대별로 퇴사의 이유가 다양한다. 20대는 만족스럽지 못한 급여, 30대는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 40대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위해, 50대는 경기침체나 경영악화로 인한 퇴사 압박.
나는 이제 40대가 되었다. 50대이면서 여전히 회사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을 많이 본다. 그들의 얼굴은 거의 대부분 어둡다. 그리고 점점 더 어두워지는 걸 본다. 그들의 어두움 속에서 나의 미래의 모습을 얼핏 들여다볼 수 있다. 아직은 젊다. 그리고 무엇인가 잃어도 다시 복구할 수 있는 힘이 여전히 있다. 40대의 퇴사 이유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위해서라고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나 역시 이 이유가 크다. 지금 회사의 명함을 벗어나지 못하면 나는 영영 어떠한 자생력도 갖추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과 함께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기회는 영영 사라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미래가 보인다.
D-Day 30일.
퇴사까지 빠르면 30일, 늦으면 60일 남았다. 이미 통보된 퇴사, 내 일을 인수인계해 줄 사람을 찾게 되면 회사 생활은 끝이다. 총 5번의 회사를 다녔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 회사가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아주 약간 아쉬운 생각과 미련이 들려다가 다시 정신이 번쩍 든다.
회사가 주는 달콤한 월급과 안정적으로 보이는 속임수 같은 안정감에 나도 조금씩 물들고 있나 보다. 여전히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으며, 내가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열려 있는데 말이다. 시간이 저당 잡히는 순간 더 많은 기회들을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점점 잊게 만드는 것이 회사생활이다. 물론 그 대가로 고정적인 월급을 받는 장점 역시 존재한다. 그리고 그 경제력 위에 조금은 안정감 있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런데, 나의 길은 이 길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기에 내 남은 인생이 아깝고 돈으로 살 수 없는 시간들이 너무나 아깝다. 그리고 그 시간에 만들 수 있는 소중한 추억과 경험들을 경제적인 안정감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내 속에 없다는 걸 나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퇴사,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퇴사 후에 많은 사람들이 첫 번째로 준비하는 것이 경제적인 자립이다. 그런데 이전에 내가 퇴사 후 시간들을 보낸 경험들을 떠올려보면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자기 관리다. 회사원은 솔직히 자기 관리가 되지 않는다. 회사에서 주는 업무, 회사에서 주는 스케줄, 회사에서 주는 다양한 일들에 맞추어져 있다. 하루의 대부분이 회사생활이고 주말에는 쉬거나 여가 위주의 생활이기 때문에 스스로 일을 계획하고 자기를 관리하는 것들, 그리고 일에 대해서 스스로 결과물을 만들고 그 일에 대해서 마감을 맞추는 일들에 있어서 많은 부분 부족하다. 아니 배워본 적이 없다. 조직 내에서 일을 하는 것과 조직 없이 일을 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다.
그래서 나 역시 퇴사를 앞두고 자기 관리에 집중하려 한다. 하루를 스케줄 하고 규모 있게 스스로 관리하는 것. 이게 퇴사 후에 가장 중요하다. 일의 양을 정하고, 일의 데드라인은 언제이며, 운동은 어떻게 하고, 자기 계발, 독서, 휴식, 여가활동, 아이들 돌보는 것.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규모 있게 스케줄 하고 스스로 지켜내도록 동기부여를 하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이러한 자기 관리를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남은 한 달은 자기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으로 삶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작업에 가장 우선순위를 둘 것이다. 벌써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한다. 역시 나는 자유로운 영혼, 주도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인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