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 이별한 회사와 재결합하다

사회 부적응자의 직장생활

by 김씨네가족

사람의 감정은 항상 변한다.

사랑의 감정 역시 최고조로 올랐다가 어느 순간 미워하는 감정으로 급변하게 된다.

그 미워함은 결국 헤어지는 가장 중요한 동기가 되고 그렇게 미워서 헤어졌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 미움의 감정이 그리움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 그리움은 사랑이라는 감정과 혼동되어 헤어졌던 사람과 다시 재결합하는 일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경험하거나 주변에서 볼 수 있다.


많은 경우 회사와 이별할 때도 비슷하다.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워서 퇴사하는 경우가 상당수인데, 이렇게 퇴사할 경우는 그 끝도 역시 좋지 못하다. 퇴사하기 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퇴사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의 경우 회사와 이별할 때, 회사가 싫거나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워서 퇴사하지 않았다. 그렇게 퇴사하는 경우는 대부분 마무리를 좋게 하기가 정말 어렵다. 그나마 사고나 큰 어려움을 주지 않고 퇴사해주는 것만 해도 상당히 좋은 매너를 갖춘 편이다.


나는 회사가 아닌 다른 길을 가는 거였기에 마무리를 잘하고 나왔다. 그리고 같이 있던 팀장이 끝까지 할 일을 다하고 가라고 해서 퇴사일 퇴근시간까지 일을 하고 퇴사했다. 아마도 그 팀장을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렇게 했을 수도 있다. 나는 더 이상 회사원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속해 있는 사람들이 좋았고 마지막 일하는 날 역시 월급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퇴사 후 4년간의 긴 공백.

그리고 4년간 돈을 벌지 않고 후원금으로 생활을 했기 때문에 회사생활이나 자본주의에서 살아가는 법을 완전히 거의 잃어버렸다. 그리고 꽤 긴 시간 한국을 떠나 있어서 한국생활에 대한 감도 상당히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을 떠날 당시 나에게는 한 명의 자녀가 있었는데,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는 그 날 나에게는 세명의 자녀로 늘었다.

그리고 내 손에 쥔 자본금은 달랑 이천만 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그래 나는 무식했고 그래서 용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되겠지, 뭐!!


그런데, 정말이지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4년 전 마지막으로 다녔던 회사에서 사람을 뽑고 있었는데, 내가 한국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회사에 들어와서 일할 생각 없냐고?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그래 죽으란 법은 없다!!

세상에는 이상한 일들이 가끔 잘 일어난다.


계획하지 않았지만,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지막은 항상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그 교훈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더 이상 회사원으로 생활하리라는 계획은 전혀 없었지만 상황은 바뀌어 다시금 회사로 들어와야 하는 순간이 펼쳐졌을 때 그 이전의 나의 회사생활이 최소한의 발판이 되는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나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렇게 긴 4년간의 공백.

그리고 한국생활의 감각도 거의 잊어버린 채..

정장과 출퇴근이 너무나 어색해져 버린 나에게 다시 직장생활이 시작되었다.


그 순간은 정말 꿈만 같았는데..

사람은 쉽게 적응하고 쉽게 감사하지 못하는 존재임을 또 한 번 깨닫게 되기도 했다.


평범한 삶에서 너무 멀리 가버린 것일까?

남들은 다 힘들다 하면서 이겨내는 그 직장생활을 나는 잘 이겨내지 못했다.

아마도 한국에 재적 응하느라 힘들었을 수도 있고..

그동안 너무 방랑자(?) 같은 삶을 경험해서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 가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을 본 탓일까?


기적적으로 다시금 직장인의 신분이 되었지만 그 기간은 결코 길지 못했다.

1년을 채워야 퇴직금도 받는데, 1년에서 1개월이 모자라서 퇴직금도 못 받고 결국 퇴사하게 되었다.

그렇다. 나는 한국의 평범한 직장생활을 더 이상 적응하기 어려운 직장생활 부적응자가 되었다.

그런데, 직장생활 부적응자가 더 재미난 삶을 살 수 있다는 비밀을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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