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 퇴사 사유는 항상 거짓말이다.

개인 사정으로 인한 퇴사

by 김씨네가족

퇴사 사유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개인 사정으로 인한 퇴사이다.

개인 사정으로 인한 퇴사. 정확한 뜻은 무엇일까?


명확히 퇴사 사유를 적기가 회사나 개인, 그리고 상사와의 관계 등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그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 선택되는 문구다.


모든 불합리한 조건을 받아들이면서도 내가 퇴사하는 이유 역시 포함될 수 있는 기가 막힌 문구다.

그래서 대부분의 퇴사자들은 개인 사정으로 인한 퇴사라는 기가 막힌 문구를 선택하거나 선택을 강요당한다. 아니 직접적으로 강요하지는 않지만 암묵적으로 강요당하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다시 재결합한 회사와 1년도 안되어 퇴사한 이유도 역시 개인 사정으로 인한 퇴사였다.

그 개인 사정을 조금 더 깊이 해석해보면 상황은 다르다.


회사와의 관계.

회사가 요구하는 것.

그리고 회사가 요구하기 때문에 그 요구로 인해서 상사가 나에게 요구하는 것.

그리고 그 요구는 나의 밑에 직원과 관계있는 파트너사들에게도 요구된다.

그리고 나의 고객 그리고, 내가 갑의 위치에 있을 때 을에게도 해당된다.


결국 회사의 요구가 나의 많은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

그 행동 결정에 있어서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지거나 도저히 내가 할 수 없을 때 그때는 퇴사를 고민하게 된다.

결국 회사가 요구하는 것.

그리고 그 요구를 내가 들어줄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퇴사를 하게 된다.


그것이 상사와의 불화든지,

일적으로 불합리하다든지,

그냥 내가 그 일에 안 맞든 지,

이유는 다양할 수 있지만


결론은 회사의 요구사항이 있으며, 그 요구사항을 내가 들어줄 수 없는 나의 상황과 맞물려서 일어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사한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조금 거칠 순 있지만,


회사가 요구하는 사항 중에서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이 개인의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에 퇴사합니다.


뭐 이런 표현 어떨까?

내가 사장이 된다면, 이런 퇴사 이유를 적을 수 있도록 제안하고 싶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회사를 운영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기 때문에 아마도 현실화시키기란 어려울 듯하다.




다시 재결합한 회사를 퇴사한 나의 이유는 분명했다.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었고 셋째가 막 태어나서 나의 아내는 점점 지쳐갔다.

우리 모두 한국에 적응하는 게 어려운 과정이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칼퇴근하여 지쳐 있는 아내를 최대한 도와주는 일이었다.

그래서 다른 모든 것은 양보해도 칼퇴근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칼퇴근은 절대 안 된다는 팀장과의 의견 충돌.

그리고 그 의견을 좁히지 못하여 결국 퇴사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팀장 역시, 회사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기에.. 그리고 다른 팀원들의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었음을 안다.

그 당시는 팀장과의 약간의 불화도 있었지만, 서로 통하는 점이 있어서인지 여전히 아무 일 없듯이 연락하며 잘 지내고 있다.


그렇게 사실 대책 없이 퇴사했다.

임원진들에게 퇴사 이유를 밝힐 때는 창업을 한다고 했다.

실제 이때 창업을 하려고 했었다. 아내가 플라워 케이크라는 신기한 걸 배워왔는데 이걸로 뭔가 해보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에게 너무나 돈이 없었다.


퇴사하고 두 달이 지났을 때쯤인가..

통장에 잔고가 더 이상 없었다.

아이 셋, 그리고 아내. 더 이상 입금되지 않는 나의 통장.


뭔가 결정해야 했었다.

다시는 회사를 들어가고 싶지 않았는데, 너무 대책 없이 나온 것이었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지 않아서 그랬는지, 한국에서 사는 게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가는지 그때 깨달았던 것 같기도 하다. 현실감은 통장에 잔고가 떨어질 때 아주 실감 나게 다가온다.


"아 내가 너무 무식하게 행동했구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다시금 용기를 내었다.

4년 경력단절에 다시금 복귀한 회사에서 1년도 못 채운 채 나온 나의 이상한 이력서.

이 이력서를 받아줄 회사들이 있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없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없다.

이력서를 오픈하니, 헤드헌터들에게 연락이 왔다.

그런데 헤드헌터들이 막 갈군다.

어떻게 이력관리를 이런 식을 했냐고!!


뭐, 언제 봤다고 뭐라고 하는지는 싫긴 하지만 맞는 말을 하니 또 뭐라고 하기도 그렇다.

그냥 "네. 네." 할 뿐이다.

비참해지는 순간이다.


그래도 나를 포함해서 5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생존본능은 나를 쉽게 포기하게 만들진 않는다.

이력서를 계속 넣으면서, 다른 일들도 찾아본다.


지하철에서 김밥을 팔려고 알아보니, 그것 역시 쉽지 않은 일임을 알게 된다.

어둠의 조직들과 뭔가 관계가 있어야 하거나.. 아니 그냥 그거 자체가 불법이었다.

돈이 너무 없는 상태에서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 많지 않은걸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푸드트럭도 한참을 알아봤는데, 그것 역시 합법적인 장소에서 하면 돈이 안되고, 불법적인 장소에서 자리를 잘 잡아야 그나마 돈이 된다는 정보들을 알 수 있었다.


이래서 세상 살기 힘들다고 하는구나!

역시 나는 여전히 세상을 잘 모르는 철없는 아이 셋 아빠였다.


그래도 용감하면 무식함을 이길 수 있다고 믿어 계속 도전해봤다.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그리고 나의 경력과 똑같은 일.

또한 나의 이력을 오히려 좋게 보는 대표.


역시 세상일이란 알 수 없다.

나에게 또다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집에서 가까우니, 아이들을 아침에 어린이집, 학교에 데려다줄 수 있고

출, 퇴근 시간이 10분밖에 안 걸리니 아내를 도와주는 것도 이전 회사보다 훨씬 좋은 환경이었다.


그렇게 나의 네 번째 회사생활이 또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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