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 노동자가 갑이 되는 세상

단계별 퇴사를 위한 전략, 육아휴직

by 김씨네가족

노동자가 갑이 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그 대가는 크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노동자는 노동자의 마인드를 버려야만 한다.


노동자는 사업주에게 시간을 저당 잡힌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과 시간과 거의 모든 것을 제공해 준다.

그 대가로 조금은 쉽게 돈을 매달 똑같이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경력이라는 이력서도 추가된다.


뿐만 아니다. 공휴일에 놀아도 돈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업무시간에 8시간을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봉급은 똑같이 들어온다. 물론 계속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회사에서 구조조정의 1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가 사업주에게 갑의 위치를 가지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돈을 주는 자,

돈을 받는 자.

역시 갑은 돈을 주는 자이다.


자본주의에서 이 구조를 벗어날 순 없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지 않는 이상 말이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갑 비슷한 위치가 되었다.

원래 나의 목적은 퇴사였는데 그 의지가 너무나 강했는지 사장님이 중간 협상을 제안했다.


그건 바로 휴직.

그래 언제든 마음이 바뀌면 다시 돌아오라는 것이었다.


회사에 적을 둔다는 말.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그렇다면 내 편에서 더 정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그럼 육아휴직.


그렇게 퇴사에서 육아휴직으로 나의 계획은 변경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1년.


아이들도 보고 집안 일도 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나를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4시간 정도다.


1년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 동안

이 4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서

나는 다시 노동자가 될 수 도 있으며,

내가 꿈꾸던 일을 성취할 수도 있다.


노동자가 갑이 되는 세상은 이루어질 것 같지 않다.

그러니 노동자의 신분을 벗어나는 것이 더 빠른 길이다.

노동자와 사업주가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건 너무 철없는 생각인가?


내가 만약 사업을 한다면,

노동자와 사업주 사이에 '돈'의 힘을 최소화하고 싶다.


그래서 갑, 을이 아닌

갑, 갑

또는 을, 을 같은 관계를 만들고 싶다.

갑이 존재하지 않는 을만 있는 세상을 만날 수 있을까?


세상이 그렇게 되진 않더라도

최소한 내 주변은 그렇게 만들고 싶다.


그것이 내가 퇴사하는 이유고

그것이 내가 육아휴직을 하는 이유다.

그리고 나의 아이들이 그런 세상에서 자신을 맘껏 표현하며 살아갈 날을 꿈꾼다.


이전 11화Ep11. 통장의 잔고를 괜히 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