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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네가족 Apr 16. 2020

글쓰기는 즐거운 일일 수 없다.


얼마의 단어를 모아 이 졸문을 지적거리는 데도 내 머리는 그렇게 명석한 것은 못 됩니다.

한 해 동안을 내 두뇌로서가 아니라 몸으로서 일일이 헤아려 세포 사이마다 간직해 두어서야 몇 줄의 글이 이루어집니다.

그리하여 나에게 있어 글을 쓴다는 것이 그리 즐거운 일일 수는 없습니다.

- 윤동주 - 


윤동주는 두뇌가 아니라 몸 안의 세포에 간직되어 있는 그 어떠함을 글로 썼다.

그는 시인이었고, 자신의 삶과 시대적 고뇌를 글로 남겼다.


경험해 보지 못하면 절대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나는 일제시대를 살아보지 못했으므로, 윤동주의 시를 이해할 수 없다.

그냥 나의 부족한 경험을 근거로 이해하는 척할 뿐이다.

그가 몸소 새겼던 그 감정과 울분과 답답함을 평화로운 시대에 태어난 내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러나 글은 그 이해할 수 없는 경계를 넘어설 수 있게 해 준다.

위대한 작가가 시대를 초월해서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시대와 경험을 넘어서는 공감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결코 영상이 줄 수 없는 감정의 미묘한 차이를 위대한 작가들은 독자들에게 그 감각의 차이를 일깨워 준다.


윤동주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여전히 글쓰기를 취미로 업으로 삼고 싶은 나에게 있어서 저 글은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글쓰기가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라고?


아직은 글을 쓰기에 내가 겪은 인생은 너무나 초라하고 미약한 듯하다.

여전히 글이 그냥 쓰이는 걸 보니 인생을 그래도 살아봤다고 말하기가 숙연해진다.

내가 겪은 삶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과연 유익이나 있을지 의문을 품게 된다.


그래도 나는 다시금 쓰기 위해서 자리에 앉는다.

윤동주도 처음부터 글쓰기에 고뇌를 느끼진 않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글쓰기에 고뇌를 느낀다면 작가라는 직업은 존재하지 않았겠지..

그래 지금은 고뇌보다는 글쓰기에 재미와 흥미를 느낄 때다.


아직은 글쓰기를 배우는 시기니...

그래도 내 삶에 있어서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일임에는 분명하다.

나를 다시금 일으켜주고 세워주는 놀라운 힘이 있다.


그 누구의 위로보다도

글이 쓰일 때 생겨나는 힘이 있다.


지속적인 소비가 불가능하듯이

지속적인 생산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삶에 있어서 독서와 글쓰기는 소비와 생산을 적절히 오가며 나의 삶을 유지시켜 주는 큰 힘이 된다.


아침 일기에 괜한 무게감을 준 윤동주 시인의 글이

나는 윤동주가 아니니깐 괜찮아!라는 내적인 위로와 응원의 힘을 받아서 글을 써낸다.


글을 써냈다는 건,

하루를 살아냈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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