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냥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이유는 아이라서 못하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 말라고 하니 더 하고 싶은 게 인간의 심리.
아이를 키울 때는 하지 말라는 말에 아이들이 그대로 순응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하지 말라고 한 것들을 어느 정도 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으면 승질이 덜 난다.
그래 승질이라고 표현하는 게 가정 적절할 듯하다.
내가 듣고 있던 이어폰이 멋있어 보였나 보다.
몇 번은 들려줬는데, 그 이후로 계속 이어폰을 사용하려고 하여 귀에 좋지 않아서 하지 마라고 했다.
다른 것들은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하는데 이어폰은 정말 하지 않았다.
굳이 이어폰 아니어도 본인이 듣고 싶은걸 마음껏 들을 수 있어서 그랬을 것 같다.
유튜브에서 뭘 봤는지, 어느 날 헤드폰을 사달라고 했다.
멋있어 보였나 보다.
그래 나도 어릴 적에 헤드폰과 큰 가방에 힙합스러운 옷을 입고 다니는 형들이 멋있어 보였다.
아마도 그런 모습을 흉내 내고 싶었나 보다.
헤드폰은 이어폰보다는 귀에 안전할 것 같았지만,
굳이 필요하지 않고 비싸다는 이유로 평소처럼 거절했다.
그 거절에 크게 상심하진 않았는데
아들 마음속에는 헤드폰을 하고 있는 형들처럼 되고 싶었던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나 보다.
스피커로도 충분히 음악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부족하다.
그래 그걸로는 뭔가 부족했던 것이다.
뭔가 느낌 있는 그 분위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힙합 하는 형들이 멋있어 보이는 그 이유를 찾았다.
녀석.
결국 이런 모습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나면 대부분 부모들은 이런 생각을 한다.
'그래 녀석 뭔가 되긴 되겠구나.'
꼭 뭔가 되긴 되어야 하는 걸까?
이미 뭔가 되었다.
그걸로 충분하다.
지금을 즐기는 게 좋다.
그냥 아들의 아이디어를 보면서 굳어져 가는 내 머리도 조금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랄까?
그런 걸 나에게 선사해줬으니 너의 할 일은 다했다.
그래,
부모 노릇
꽤 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