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힘들어서 쓴 편지에요
안녕하세요 아빠 저 주영이에요
아빠가 힘들어서 쓴 편지에요
동생들이 울고 짜증내서 힘들죠?
동생들은 제가 돌봐드릴께요
제가 돌봐주니까 괜찮쵸?
지금은 아빠가 속상할 때에요
- 마음을 담은 아들의 종이접기 비행기 편지-
아이들은 어른에 비하여 말로 표현하거나 이해하는 언어능력은 떨어진다.
그리고 어른들이 속뜻을 숨겨서 표현하는 말을 이해하지도 못한다.
때로 어른들은 언어에 숨겨진 속뜻을 잘못 해석하여 관계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아니 대부분 자의적 해석에 의해서 우리들의 관계는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아이들이 어른과 비교하여 떨어지지 않는 언어능력이 있는데,
그건 말이 아닌 얼굴표정, 말투, 자세, 억양에서 오는 감정을 읽는 능력이다.
이 영역은 감정이 메마르거나 감각을 많이 상실해버린 어른에 비하여 뛰어나기도 하다.
갓난아기도 언어는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부모의 감정을 읽는능력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 아이를 키우다보면 절망할때가 있다.
특히 세명을 키우는 집에서는 다툼이 많이 일어난다.
모든것을 똑같이 줄수도 없거니와 똑같이 주더라도 남의것이 좋아보이나 보다.
우리집에서의 다툼은 대부분 둘째와 셋째사이에 일어난다.
둘 모두 딸이기도 하지만, 나이차도 크지 않고 특히 셋째가 둘째와 몸무게 차이가 1Kg밖에 나지 않는다.
나이는 2살차이가 나지만, 힘은 거의 막상막하다.
둘째가 언니지만 때로는 많이 뺏기기도 한다.
뺏긴것에 대해서 자신을 더욱 지키기 위해서 과격한 행동도 서슴치 않는다.
부모의 중재와 다툼해결은 항상 완벽할 수 없다.
계속 아이들만 지켜보기에는 집안일이라는 거대한 산을 그냥 두고 볼수만은 없다.
먹여야 하고, 재워야 하고, 씻겨야 하고, 빨래도 해야하고, 준비물도 챙겨야 하고..
하고 하고..계속 뭔가 한다.
하지 않으면 너무 크게 티가 나는게 집안일이기도 하고
잘 하면 티가 안나기때문에..
티가 안날정도로 집을 유지하려면 쉼없이 몸을 움직여야 한다.
잠시 한눈 팔거나,
아이들만 본다면,
집안은 더 이상 우리가 거주하기에 힘겨운 장소로 전락해버린다.
그런 힘겨운 장소에서는 기분도 다운되고 집안 식구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상당히 훼손시킨다.
쉼 없이 해내야 하는 집안일과
아이들을 케어하다보면 지치게 되어있다.
그 주기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주부라면 누구나 지치고 힘들고 좌절할때가 있다.
모든것을 놓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찾아온다.
그래, 이날도 그러했다.
원인은 분명 나에게 있었지만
나에게 집안일과 아이들을 챙기기에 더 이상의 에너지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싸우고 짜증내고 우는 소리는
'정말 지옥이 가까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행복해하고 즐겁고 깔깔대는 웃음소리로
'정말 천국이 가까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언제 했었는지 까막히 잊어버린채.
그래 그렇게 나는 좌절하고 있었다.
침대에 엎드려 누운채, 기진맥진한 상태로
첫째라서 그런것일까?
누워 있는 나에게 다가와 종이접기로 비행기를 접은 편지를 하나 건네준다.
"지금은 아빠가 속상할 때에요."
속상하다의 뜻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편하지 않고 괴롭다.' 인데..
어찌 이렇게 적절한 표현으로 나의 마음을 위로해줄까?
아이들과 함께 지낸다는건, 산넘어 산일때가 많지만 그 산을 넘기 전에 부모 혼자 넘는건 아닌듯 하다.
내가 아이들을 이끌고 산 정상까지 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정상까지 오는 험난한 길에 말동무가 되어주고
때로는 약해보이는 손으로 작은 짐들을 함께 들어주고
무엇보다도 정상이 보이지 않아서 지쳐서 쓰러져있을때
그 누구보다도 따뜻하고 희망적인 말로 위로와 힘을 불어준 아이들이 함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