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주부대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씨네가족 Feb 07. 2021

본업과 부업의 경계선

직업의 변화, 그리고 나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

 

 최근 몇 년간 나의 본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큰 고민과 방황이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 그리고 하고 있는 일들을 통해서 수익이 창출되는 여부 등 모든 것들이 명확하지 않았고 혼란스러웠다. 그러한 혼란스러움은 결국 나의 정체성에 큰 의문을 던졌고 그 정체성의 의문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일과 나의 정체성을 떼어놓고 정립하려 하였으나 그건 나 혼자서는 가능했지만 사회적인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잘 합의되지 않는 문제였다. 스스로에게 당당하더라도 사회 속에서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기에는 조금 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만한 어떤 직업이 필요했다. 대부분은 남들에게 좋아 보이는 직업으로 나를 소개하는 게 쉬운 일이었다.


 회사를 다니거나 어떠한 전문직을 하고 있다면 자기의 직업소개와 자기의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킬 일이 없다. 이러한 혼란은 주로 회사를 은퇴하거나 어떤 상황에 의해서 직업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로 발생한다. 가장 쉽게는 여자들이 임신 후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다니고 있던 회사나 직업을 잠시 그만두어야 할 때 발생한다. 이제는 더 이상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존재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육아의 힘겨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육아와 일 두 가지를 모두 하기에는 분명히 다양한 한계와 어려움에 쉽게 봉착한다.


 나는 비록 여자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셋이나 있는 덕분에 해오던 일을 지속할 수가 없었다. 물론 단순히 아이들 때문은 아니었고 다른 많은 환경적인 요인도 있었다. 중요한 건 분명 내가 해오던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들 셋을 돌보기 위해서 나의 직업에 변화를 준지 시간이 꽤 흘렀다. 그리고 이제는 아이들이 꽤 커서 조금씩 나의 본업과 부업과의 경계선에서 기준을 정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물론 그 기준의 경계선에서 계속 넘나들겠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본업과 부업의 비중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업과 부업을 정하는 기준점


 본업과 부업 사이에서의 기준은 명확하다.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가 본업과 부업을 정할 수 있는데 지금 나에게 있어서 우선순위는 명확하다. 아직은 아이들을 학교나 어린이집,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여러 가지 들을 챙겨줘야 한다. 밥도 해줘야 하고 숙제도 봐줘야 하고 그들의 정서적 신체적 필요들을 채워줄 필요가 있다. 그러한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서 나 역시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나의 본업을 주부로 정하는 게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좋다. 조금씩 부업들이 이 본업의 경계선으로 넘어오려고 하지만 조금 더 기다리고 숙성시킬 필요가 있다. 언젠가는 아이들이 전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그 날까지는 지금을 조금 더 즐기고 지금의 상황에 집중하는 게 여러 가지로 좋다. 


 본업과 부업을 정하는 기준은 분명히 금전적인 대가는 아니다. 아이들을 키우고 돌보고 집안을 관리하는 일에는 그 누구도 금전적인 대가를 지급해주지 않는다. 아마도 이런 금전적인 대가가 없어서 사람들이 집안일과 아이들 키우는 걸 버거워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본업임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부업에서 수익이 발생하고 사람들이 나의 일들을 칭찬해주기 시작하면 점점 본업을 소홀히 여기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본업에 시간을 쏟지 않다 보면 결국 부업 역시 힘들어진다. 


 사람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 할 일을 하지 않고 다른 것들을 하다 보면 결국에 둘 모두 엉켜버려서 아무것도 되지 않는 상태가 된다. 그리고 결코 부업이 본업의 영역을 넘어오기까지는 많은 검증과 시간이 필요하다. 무턱대고 본업과 부업을 바꾸는 건 우리 인생에 그렇게 추천할 만한 일은 못된다. 



그래도 부업은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을 가져다준다.


본업이 주부라면, 한두 가지 부업을 시작해보는 게 괜찮다.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클 것이고 더 이상 엄마나 아빠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집안일이 해도 해도 끝이 없긴 하지만 어느 정도로 적정 수준에서 멈출 필요도 있다. 이러한 날이 곧 올 것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부업으로 가정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러한 경제적 도움보다는 자신이 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정체성에 도움을 주는 것이 부업을 시작하는 이유가 되면 좋다.


살아가다 보면 돈도 필요하고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통해서 성취감과 함께 주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삶의 보람도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언제쯤 집안일이 익숙해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