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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네가족 Feb 25. 2021

주부는 어디서 행복을 찾는가?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행복을 가까이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그런데 막상 그걸 실천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 특별히 조금은 외롭고도 고독하게 일을 꾸준히 해야 하는 주부는 더욱 그렇다. 분명히 가까이에 행복이 숨겨져 있지만, 그걸 찾아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주부들은 많지 않다. 외로움을 달래고자 사람들을 만나서 떠들어도 보고 이런저런 공감대도 형성해보지만 그때뿐이다. 오히려 다시금 집에 돌아오면 공허감과 허무감이 쌓여가고 특별히 쌓여있는 집안일들을 보면 공허감에 짜증이 더해져서 행복은 저 멀리 달아나버린다.


그런데 주부만 그런 건 아니다. 세상 모든 일들이 그렇다. 연예인들 역시 겉으로 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그들은 더욱더 괴로운 처지에 놓여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환호하고 좋아하지만 그 환호와 박수갈채를 뒤로하고 조용한 집에 오면 더 큰 공허감에 시달리는 것이다. 어떤 직업에서 위대한 성취를 얻고 유명해진 이들도 비슷하다. 그들은 그 일터에서는 존경을 받고 가치를 인정받지만 그 일터를 떠나면 상대적으로 존경과 가치는 사라진다. 오히려 그 차이 때문에 더 외로움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세상 모든 일들과 직업이 그렇다면, 주부는 오히려 더 모든 사람들에 비해서 더 공정하고 더욱 자유로운 직업이다. 자신이 어떻게 집안을 가꾸고 그것을 누리며 어떻게 자기의 정체성을 갖는지에 따라서 행복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전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도 온전히 자기 스스로 행복을 찾아내고 누릴 수 있다. 모든 것들이 자신이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서 결정되는 게 주부다. 그래서 조금 외로울 순 있지만 행복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사실 집안일을 하다 보면 귀찮아서 잘하지 않는 영역들이 있다. 특별히 화장실 청소가 그러한데, 화장실 청소를 매일 하면 좋겠지만 그렇게는 못하고 있다. 시간으로 따지면 10분이면 끝나는데 그 10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지고 귀찮은지 모르겠다. 그래도 오늘 아침에는 화장실 청소를 꽤 열심히 했다. 샤워실도 청소를 하고 그렇게 바닥을 땀이 날 정도로 닦아내다 보니 묘한 성취감과 희열이 느껴진다. 그리고 점점 더 청소를 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그렇게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나니 내 마음속이 깨끗해진 느낌이다. 그리고 뭔가 큰 숙제를 끝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오늘의 중요한 일들을 다 끝낸 것 같아서 상당한 자유함을 얻게 된다.


반면에 조금 귀찮다는 이유로 분리수거도 며칠째 그냥 두고, 화장실 청소도 뒤로하고 그저 눈에 보이는 부분만 대충 청소하고 정리하면 괜히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다. 그리고 하루를 살아도 뭔가 내가 할 일을 다 끝내지 못한 것 같은 느낌과 함께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다. 내가 할 일을 하지 못했다는 건 왠지 모르는 죄책감도 조금씩 스며드는데, 이러한 원치 않는 죄책감이 나의 행복을 저기 멀리로 보내버린다. 그리고 계속해서 쌓여가는 짜증이 분노로 변해서 폭파해버리기도 한다.


행복은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그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대가가 필요하다. 그 대가는 그렇게 크진 않다.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조금씩 해내가면 행복이 점점 가까워진다. 해야 할 일을 조금씩 뒤로 미루면 행복은 점점 멀어진다. 그저 내가 있는 위치를 자각하고 그 위치에서 내가 할 일을 조금씩 할 때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우리가 일반적으로 꿈꾸고 추구하는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행복은 바로 이 순간 느끼고 경험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꿈꾸고 추구하는 행복이 오히려 잘못된 꿈이고 허황된 행복을 좇아가는 것일 수 있다.


의외로 행복을 붙잡는 건 어렵지 않다. 그리고 주부라면 집안일을 묵묵히 해나갈 때, 그것이 왠지 바보스럽고 무능해 보이고 누군가에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지만.. 그곳에 바로 행복은 숨겨져 있다. 남들에게 인정받고 왠지 잘나 보이고 유능해 보이는걸 흉내 낼 순 있지만 그러한 길은 자신을 속이는 거며, 그 속임수 속에 숨겨져 있는 나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어차피 사람은 다 비슷하다. 유능해 보이는 사람도, 무능해 보이는 사람도 똑같은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세상이 행복을 쉽게 찾는 법을 방해하고 있다는 걸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고 속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속임수 많은 세상 속에서 다시금 진실된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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