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가식적인 건 아니었다. 어린 시절엔 사람들의 반응 때문에 조금씩 가면을 쓰기도 하고 속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여러 가지 거짓말과 위장과 과장을 뒤섞었다. 그렇게 학교라는 작은 사회, 그리고 그 작은 사회를 졸업하고 나서는 경제적 이익을 얻으면서 책임감이 더 커졌고, 그 책임감은 거짓과 위장과 과장 그리고 무언지 알지 못하지만 나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나를 포장해나갔다. 그리고 사람들은 의외로 나의 포장한 모습에 속아 넘어가기도 했고, 때로는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뒤돌아서기도 했다.
아마도 우리는 원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사회 속에서 모두 생존(?)이라는 자기만의 합리화를 내세우며 그렇게 자신의 모습에 가식을 더해가면서 세상을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아니 그렇게 해야만 세상에서 생존(?)이라는 꽤나 어려운 과제를 해낼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지고 포장된 나의 가면과 가식 그리고 포장한 그 모든 것을 벗어버려야만 생존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공간적인 장소로는 '집'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고 심리적인 장소로는 '안정감, 불안감, 쉼, 사랑, 증오, 미움, 원망, 애정, 포기하지 못하는 마음' 등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곳이다. 그러한 공간과 심리적인 장소에서는 나를 속일 수도 없고 상대를 속이기는 더더욱 힘들다. 그동안 오랫동안 쌓아온 가면과 가식과 포장을 다 벗어버려야 하기에 더 나 자신과의 싸움이 치열하게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렇게 나의 가식과 가면을 벗기기 시작한 지 11년이 되었다. 첫째의 나이가 11살이니, 첫째의 나이가 내가 가면을 벗어버릴 수 있게 도움을 준 그 시작점이다. 그런데 첫째가 조금씩 자라기 시작하더니 점점 내가 벗어버리고 있는 그 가면을 쓰기 시작한다. 아마도 내가 다 벗어버리지 못한 가면을 조금씩 아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더 이상 가면과 가식과 포장이 통하지 않는 그 압축적인 시간이 시작되었다.
그 시작은 바로
"여름방학"
자, 다시 시작해보자!!
이곳에서는 그 누구도 속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