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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네가족 Sep 11. 2021

아이를 많이 낳으면 내 시간이부족해지는 걸까?

아이를 많이 낳으면 내 시간이 부족해지는 걸까?


너무 단순한 질문이라서 쉽게 그렇다고 대답하기에는 다른 의도가 심겨 있는 질문 같다. 분명히 아이를 많이 낳으면 나의 물리적인 시간이 줄어드는건 당연하다. 그런데 물리적인 시간이 많았을 때를 생각해보면 그때도 여전히 나는 내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언제나 내 삶에 시간이 충분히 넘쳐서 남아도는 적은 없었다.


그렇다. 아이를 많이 낳는다고 해서 분명히 물리적인 내 시간은 줄어들지만 이전에 항상 느꼈던 부족했던 시간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듯하다. 일상은 뭔가 새로운 일들로 항상 나 자신만이 시간을 침투해오며, 나 스스로 그 시간을 잡지도 못하고 누군가에게 빼앗기거나 혹은 쓸데없는 걱정이나 정말 안 해도 되는 일들로 시간낭비라는 걸 많이 경험했으니 말이다.


결국 물리적인 시간은 상황에 따라서 환경에 따라서 가변적이긴 하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시간에는 우리가 경험했으나 정확히 알지 못하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시간은 다분히 주관적이라는 거다. 분명 우리는 힘겨운 시간을 겪을 때 그 시간이 굉장히 오래 느껴지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똑같은 날이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여행이나 휴가는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간다.


결국 시간은 아인슈타인이 이야기한 그 어려운 상대성이론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분명히 단순히 물리적인 차원에만 속한 건 아니다. 상당히 우리의 감정과 주변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흘러가는 게 시간이다. 그리고 같은 1시간이라도 그 1시간이 누군가에게는 24시간보다 길 수도 있고 1분보다 짧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나는 오히려 아이를 많이 낳으니 시간이 늘어났다.


 나의 경우엔 오히려 아이를 많이 낳으니 시간이 늘어난 걸 경험하고 있다. 이 시간이 늘어났다는 경험에는 여러 가지 것들이 있는데 가장 우선은 내 인생에 정말 매일 성장하고 변하는 아이들이 계속적으로 쌓여간다는 것이다. 나는 점점 나이 들어가고 점점 힘이 빠져들지만, 조금씩 성장하면서 멋있어지고 이뻐지는 아이들이 내 삶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면서 그 페이지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해가 지날수록 한 권의 책으로 내 기억 속에 쌓여가면서 내 삶을 꽉꽉 채우는 느낌이 요즘에 많이 든다.

 

 그리고 실제적으로 시간이 꽤 늘어났다. 이 말은 물리적인 시간은 이전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하지만 물리적으로 부족한 시간 때문에 점점 더 시간을 관리하는 능력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꽤 많았지만 그 많은 시간을 정말 낭비한 적이 꽤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들이 하나, 둘, 그리고 셋까지 생기다 보니 이제는 그런 습관을 더 이상 지속할 수가 없었다. 일도 해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아이들까지 돌보다 보면 정말 시간관리를 하지 않으면 온전히 하루를 버텨내기도, 살아내기도 힘들었다.


 그런 시간을 계속 지나다 보니 점점 시간관리와 자기 관리를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것이다. 아이들에게 감사한다. 너네들 덕에 상당히 게을렀던 내가 꽤나 부지런하게 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은 스스로를 변화시키기 어려운 존재다. 그럴 때 괜찮은 비법이 하나 있는데 그건 환경을 바꾸는 거다. 환경 속에서 사람은 변한다. 아이들 셋을 키우는 환경 속에서 나는 변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이전과는 상당히 다른 관점으로 시간들을 바라보고 시간들을 계획하며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이전보다 많이 생겼다.


그래. 그렇게 우리는 서로 도와가면서 인생을 살아가나 보다.

 아이들을 잘 낳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게 이해와 많은 공감이 된다. 분명 우리 부모님 세대에 비해서 지금 아이들을 키우는 건 나를 꽤나 어려운 역경 속으로 집어넣는 사실임은 분명한 듯하다. 그게 돈이 되었든 시간이 되었든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주변 환경이 되었든.. 분명히 지금 시대는 아이들 키우기 어려운 시대임에는 분명하다.


 그렇다고 아이들 키우는걸 크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주변 환경과 나의 처지를 생각하면 아이들을 낳기가 두려울 수도 있지만, 막상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면 우리는 의외로 강하다. 그리고 아이들 덕에 더 열심히 살아서 이전과는 다른 나로 변할 수도 있다. (물론 그 반대가 될 수 있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음을 부인하진 않는다.)


 나의 경우엔 아이들 덕에 꽤 많은 발전을 이룬 것 같다. 잠깐 외국에서 지내다가 어쩌다 보니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었는데 그때 나의 손에 지어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나와 아내, 그리고 막 태어난 셋째뿐이었다. 돈도 없었고 집도 없었고 직업도 없었다. 오직 우리 가정을 어떻게든 이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지켜내야겠다는 그러한 마음밖에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러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아이들 덕이 아니었을까?


 그래, 사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건 마음가짐이 전부인 듯하다. 어떻게 마음을 먹는지에 따라서 안될 일도 되기도 하고, 될 일도 망쳐버리기도 한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세상이 돈이면 전부 되는 것 같고 어떠한 위치에 있으면 많은걸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역시나 마음가짐인 것 같다.


 아이들이 있기에, 이 아이들을 잘 보살펴주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인 마음 덕에 나는 오늘도 꽤 열심히 살아갈 힘의 원동력을 얻게 되고, 이전보다는 조금 더 나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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