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대한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이곳에서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시간에 대한 개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일에 대한 개념도 점점 사라진다. 아마도 일상에서의 중요한 요일개념이 그 일상을 떠나니 의미를 상실해 버린 것 같다. 더 이상 시간에 속박되지 않고 시간을 넘어서서 자유로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
이곳에서의 한 달간의 삶은 단순하다. 주요한 관광지(섬여행 등)를 하루나 반나절 코스로 다녀오고 나서 그다음 날은 숙소 앞 비치에서 수영하고 숙소 앞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삶이다. 그냥 놀고먹는 삶인데, 그게 또 그렇게 쉽진 않다. 이곳의 더위 때문에 수영이 즐겁지만, 또 더위 때문에 다른 걸 하기에는 꽤나 힘겹다. 자연스럽게 게을러지는 이곳에서의 삶의 습관이 이해가 된다. 결국 인간은 환경에 적응도 하고 환경을 넘어서는 삶을 산다고 하지만, 환경의 영향 아래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한 것 같다.
결국 지금의 나를 형성하게 된 것도 주변의 환경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에, 아니 어떤 측면에서는 그것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나 스스로 무엇을 했다고 자랑하는 것이 꽤나 자기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해변에서 매일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건 꽤나 축복받은 일임에는 분명한 듯하다. 그렇게 오늘도 해변에서 수영을 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사진을 한컷 찍었다. 아이들이 어느새 부쩍 커서 짐을 하나씩 들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이보다 어렸을 때는 모든 짐을 부모가 짊어졌으나 이제는 하나둘씩 자기들의 짐은 자기가 들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조금 더 크면 우린 늙어가고 힘이 없어지면서 우리들의 몫도 가끔은 들어주겠지?
어쨌거나 요즘 같은 시기에 아이들을 낳아서 기르는 건 힘든 일이라고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요즘 같은 시기이므로 더욱 아이들을 낳아서 기르는 게 복된 일 아닐까? 점점 각박해져 가는 세상 속에서 그나마 서로 위로하고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존재중에 가족보다 더한 존재는 없는 듯하다. 물론 그 관계 속에서 꽤나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의 행복
집처럼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곳 숙소가 점점 집처럼 다가온다. 투어를 하거나 해변에서 수영을 하고 나서 지친 몸을 숙소에서 깨끗하게 샤워하고 쉴 수 있다는 사실이 꽤나 큰 행복감을 준다. 숙소가 크고 화려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 편안한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이곳 숙소는 분리된 공간이다. 현지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과의 부딪힘이 전혀 없는 우리만의 공간이 주어진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한국어가 아닌 영어나 이곳 언어를 사용하는데서 오는 약간의 스트레스가 있다. 집중해야 하고 신경 써야 하고 긴장해야 한다. 몸은 그렇게 반응한다. 그래서 여행은 행복하지만 꽤나 스트레스도 동반한다. 그러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건 자기들만의 분리된 공간이 주어졌을 때 꽤나 휴식을 즐길 수 있다.
그곳에서 평소에 좋아하던 유튜브 채널을 보거나, 책을 보거나 글을 쓰거나 등의 행위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다시금 자기 자신을 찾는 시간을 가져다준다. 지금 나는 그러한 활동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가족 모두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나서 쉴만한 공간이 있는 숙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감을 주는지 모르겠다. 물론 집처럼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지는 않지만, 우리들만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주는 의미는 꽤나 크다.
우리 모두에겐 이러한 공간이 있다. 그러한 공간 속에서 다시금 자신을 찾아가고 몸과 마음의 쉼을 얻은 이후에 또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곳이 여행이든 일상이든 우리는 우리만의 공간에서 쉼과 회복이 항상 필요하다. 여행도 일상도 하루를 산다는 것은 그냥 편하게 즐겁게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 쉴만한 공간과 자기만의 안식처가 있다는 사실은 우리 인생에서 꼭 필요한 공간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