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한 달 살기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의 개념을 잊어버리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한 달간의 계획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곳에서의 생활에는 요일에 대한 개념이 사라졌고 시간에 대한 개념도 사라졌다. 그냥 눈이 떠지면 일어나고, 배가 고프면 먹고, 놀고 싶으면 놀고, 쉬고 싶으면 쉰다.
투어를 예약한 날은 최소한 아침 픽업시간을 맞추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챙겨 먹고 적당한 시점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집에서 3분 거리인 해변으로 나간다. 그리고 수영을 하고 힘들면 해변가로 나와서 좀 쉬다고 배가 고파지면 근처에서 과일을 사 먹거나 간단한 점심거리를 사 먹는다. 그러다가 힘들어지면 다시 숙소로 들어와서 잠깐 쉬었다가 숙소 수영장에서 수영을 한다.
이런 한량 같은 삶을 항상 꿈꾸어왔는데 그게 현실이 되니 전혀 나쁘지 않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그러한 삶은 멀리 있진 않고 꽤나 가까이에 있다. 그리고 적지 않은 노력이 들어가지만 노력한다면 흔히들 이야기하는 흙수저 들도 충분히 가능하다. 나의 예전 브런치 글들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나의 백수 시절도 알 것이기에... 한때 백수였던 나도 이런 삶을 살고 있으니 대부분은 나보단 좋은 환경일 거라 생각이 든다. 결국엔 노력과 버림에 대한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움켜쥐고 있는 그 삶이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면 때로는 그 움켜쥔 걸 놓고 새로운 행복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인생이란 계획한 대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며, 내가 움켜쥔다고 한들 그걸 계속 내 것으로 주장할 수도 없다. 그러니 그냥 움켜쥔 걸 놓을 용기도 필요하고, 그렇다고 해서 내 삶이 그렇게 괴로워 지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뭐, 나도 그걸 몰랐는데 그냥 막상 이것저것 도전하다 보면 의외로 어렵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그다음 삶이 항상 보장되는 건 아니다. 꽤나 더 고생할 수도 있지만 그 고생 속에 인생의 참 묘미와 아름다움을 배울 수 있는 듯하다.
오전에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열심히 수영하고 지친 몸에게 영양분을 좀 공급해 준 뒤 넓고 푹신한 소파에서 누워서 그냥 이것저것 핸드폰 놀이를 하는 건 꽤나 행복한 일이다.
이 행복감을 가지고 또 휴가가 끝난 일상에서의 긴 여정을 채워갈 공간을 만들어 놓는다. 그래 계속 채워 넣어 선 터질지 모른다. 때로는 번 돈도 다시 비우고, 바쁜 일상 속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충분히 비울 그런 시간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