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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네가족 Mar 14. 2023

수학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하다고

아빠의 속마음

"난 수학이 싫어!!!!"


싫어라는 그 말에 꽤나 감정이 실려있었다. 오랜만에 학교를 다시 가서 즐겁다고 했지만 오늘은 수학 방과후가 처음 시작되는 날, 그날이 싫어서였을까? 아니면 선생님이 마음에 안 드는 걸까? 아니면 진짜 수학이 너무 싫은 걸까?


그 말에 나도 꽤나 동요되었나 보다. 싫은 건 괜찮지만 왠지 걱정이 앞서는 게 부모의 마음일까? 조금씩 설득을 하기 시작했다. 왜 수학을 해야 하는지, 중학교를 들어가면 수학시간이 더 많아질 텐데 그렇게 수학을 싫어하면 학교가 재미없어진다든지.. 수학이 인생에 왜 중요한지까지 꽤나 멀리까지 갔다. 수학을 할 줄 모르면 인생을 살아가기 힘들 것 같은 의도로 이야기했다. 


나 역시 그저 다른 부모들이랑 똑같은 부모다라는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공부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면서 실상은 정말 중요한 것처럼 이중적인 말을 하는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수학보다 더 중요한 건 아들의 마음, 그리고 아들이 어려워하는 수학을 조금 더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 그걸 잊어버렸다.


결국 학교 가는 길 내내 난 설득하기 바빴고 학교 앞에서 속상한 모습을 한 아들의 모습을 끝으로 더 마음이 무거워져서 터덜터덜 집에 돌아오게 되었다.


난 왜 굳이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아들을 설득하려 했을까?

아들이 수학을 잘해서 수업시간에 어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었을까?

아니면, 수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해서 뭔가 좋은 학교도 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이었을까?

내가 잘 해내지 못한걸 아들에게 요구하는 거였을까?

아님, 난 초등학교땐 그렇게 어려워하지 않은 수학이 아들은 어려워해서 잘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이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그 생각이 뭐든, 난 분명 아들과 멀어졌다.


남자들이, 특히 아빠들이 아들과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이유가 이런 이유일 것이다.


아들은 그저 이런 대답을 원했는지 모른다.

"수학이 그렇게 싫었어?.. 어떤 부분이 그렇게 힘들었니?"


혹은

"수학 좀 못해도 괜찮아! 모르는 거 있으면 아빠한테 가지고 와! 아빠가 도와줄게!"

이 정도만 대답하고 화제를 다른 데로 돌리거나, 아들이 계속 대답을 한다면 그 주제로 이야기해도 될뻔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돌아오는 길에 들었다.


수학도 잘해야 하고

아들하고도 잘 지내야 하고

그런 건 어렵다.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아들하고 잘 지내는 게 중요하다.

그럼 뭐 수학이야 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고

그래도 아빠랑 사이가 좋으면 학교생활은 재미있겠지.

뭐가 그렇게 걱정이 많아서 쓸데없는 말을 많이 했을까!!


다음번엔 좀 더 민감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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