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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우리가 살아있음을 깨닫게 한다.

천천히 사는 법을 배운 지 2년

by 김씨네가족
이스쿨.jpg

한국에서 중산층 정도 되면 주말을 끼고 일주일 이상의 여름휴가를 떠나는 이들이 꽤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2박 3일이나 그마저도 제대로 휴가를 못 가는 이들이 많이 있다.


이곳은 일단 여름휴가가 상당히 길다.

그리고 라마단(이슬람에서의 금식기간) 기간에는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기에 더욱더 휴가를 길게 갈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여름휴가를 이곳에서 가졌는데,

일단 목적지까지 가는 게 빨라야 이틀이 소요된다.


우리가 있는 오쉬에서 수도인 비슈케크까지 12시간 정도 되는 거리를 쉬지 않고 달려야 하고..

비슈케크에서 하룻밤 자고 이곳 이스쿨까지 4-5시간을 달려야 한다.

일단 오고 가는 길만 최소 4일이다.

그러니 이곳에서 아무리 짧게 지낸다 하여도 최소 일주일 이상은 소요된다.


기본은 일주일이 휴가기간이고,

경우에 따라서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러시아, 이곳, 유럽 사람들 대부분 휴가가 길다.

짧으면 2주에서, 길면 한 달도 휴가를 떠나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우리 또한 오래 쉬어보니 그렇게 쉬어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사실 여행을 가는 것은 단순히 쉬는 건 아니다.

특별히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짐도 챙길게 많고, 아이들도 챙기고, 이것저것 할 일 투성이다.


도착해서도 우리 집이 아니니 여러 가지 불편한 것이 많고(가장 크게는 음식부터..)

한국이 아니니 더욱더 불편함은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반복되는 단순한 삶에서 이러한 여행은

우리로 하여금 살아 있음을 알게 하고

다시금 한해를 살 수 있는 엄청난 힘을 준다.


사실상 엄청난 문화적 혜택을 누리다가

그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환경에서 산다는 건.

경험치 못한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도 글로 이해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건,

남자라면 군대에서 휴가 나왔을 때 먹고 싶은 게 고작 짜장면 정도라는 것.

여자라면.. 아... 여자가 아니어서 정말 모르겠다.(쏘리..)

어쨌든.

무엇인가 잃어버려 본 사람은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엄청나게 값지고 소중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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