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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차키를 두 개 다 몽땅 들고

이미 그는 서울메트로

by 김씨네가족
케이크.jpg

지인 부탁으로 제작한 2단 케이크

아침부터 케이크 제작으로 복닥거렸던 우리 집

게다가 오늘은 비까지!!

그래도 부랴부랴 아이들 간단히 아침 먹이고!

설기 시트 2장 쪄서 준비 완료!! 기분 좋게 아이들 데려다주고 어레인지 해야지 예상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차키를 두 개 다 몽땅 들고 이미 그는 서울메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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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내 머릿속은 떨어진 머리카락 비벼놓은 뭉치처럼 엉켜버렸고 이 남편의 머리털을 얼마나 뜯어놔야 하나...? 등교시간 20분 전... 비는 더 오고... 택시는 없고...

따뜻한 설기떡은 날 보며 꽃을 올려달라고 하고...

아이들은 이미 우산과 장화를 신고 해맑게 대기하고 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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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친정엄마 찬스를 꺼냈다. 웬만해선 안 부르는 엄마를 불러서 너무 미안했는데 차키 들고 간 김서방도 그럴 수 있다며 아무렇지 않게 10분 만에 달려온 원더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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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사업에 바쁘셨던 엄마는 나와 동생들에게 어린 시절에 못다 한 것들을 해주려 하신다.

종종 우시는 엄마를 보며 시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이미 지나버린 시간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분출하고 싶은 대로 욕망대로 했다가 잃게 되는 시간들...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한번 더 침묵하고 한번 더 생각하고 한 번만 더 참자.

그게 어른이 되는 것이라 믿는다.

결국 내가 나를 소모시켜서라도 모두가 행복해진다면 그것이 진정한 어른인 것이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오늘도 나는 그 지점을 향해 달려 나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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