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시를 읽고 행복하게 울었습니다!

by 효라빠

평범한 일상의 하루처럼 도립 도서관 문을 열고 열람실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손에 들고 있는 대출기간이 만료된 도서를 반납하고 평소 즐겨 읽는 시집이 꽂혀 있는 책장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아무 생각 없이 원목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훑어봤다. 하나씩 훑어보던 중 어느 한 책 앞에서 눈길이 멈추었다.

'엄마의 꽃시' (100명의 어머니가 쓰고 김용택이 엮다)라는 제목이었다.

엄마의 꽃시라는 제목보다는 100명의 어머니가 썼다는 부분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간이 없어 자세히 읽어보지 못하고 제목만 보고 대출을 했다. 대출한 몇 권의 책을 들고 차에 타 핸들을 잡았다. 조수석에 놓아져 있는 '엄마의 꽃시'라는 제목의 책이 빨리 읽어봐 달라고 나를 쳐다보는 거 같았다.

신호등의 빨간색 불이 들어오자 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세웠다. 잠깐의 대기 시간이었지만 책의 내용이 궁금해 손을 뻗어 책을 잡았다. 책을 펼쳐 시 한 편을 읽어보았다.

아무 생각 없이 시를 읽어 내려가는데 나도 모르게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차 올랐다.

시의 마지막 줄 까지 읽었다. 코끝이 찡해졌다.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한 장을 넘겨 다른 시도 읽었다. 또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제 그만 울먹이라는 듯 빨간불의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무의식적으로 핸들을 잡고 차를 몰았다. 서둘러 집으로 가고 싶었다. 빨리 가서 이 책이 어떤 책이고 나머지 시들도 읽어 보고 싶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표지를 넘겼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다 뒤늦게 한글을 배우고 인생을 다시 시작한 어머니들. 이 책은 그런 어머니들이 쓴 시 100편에 김용택 시인의 글을 보탠 시집이다.

글을 쓴 어머니들은 가난해서, 여자는 학교 가는 거 아니라고 해서, 죽어라 일만 하다가 배움의 기회를 놓쳤다.

이름 석 자도 못 써보고 살다 가는 줄 알았는데, 황혼 녁에 글공부를 하니 그동안 못 배운 한이 시가 되어 꽃으로 피어났다. 손도 굳고 귀도 어둡지만 배우고 익혀서 이제 연필 끝에서 시가 나온다.

어머니들의 시는 가슴 뭉클하고, 유쾌하고, 희망이 넘친다. 틀에 갇히지 않아 재기 발랄하고 표현이 삶처럼 생생하다. 어떤 시인도 흉내 내기 힘든 감동을 안겨주는 이 시집은 어머니들이 세상에 주는 귀한 선물이다.'


표지의 책 소개는 이 책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설명 그대로 글을 쓰고 읽을 줄 모르던 어머니들이 뒤늦게 한글 공부하면서 지은 시들을 모은 시집이었다.

책을 펼쳐 시들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가슴이 먹먹해지더니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참으며 한 편 한 편 읽었지만 나오려는 눈물을 끝까지 참을 수 없었다.

글을 몰라 서글펐을 어머니들의 삶이 내 가슴속에 그대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분들의 인생의 한과 설움이 나의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사십 년 전 군대에서 아들이 보낸 편지를 읽지 못했던 어머니

-종종걸음으로 학교 가는 아이들을 담장 너머 몰래 훔쳐보며 눈물 흘린 어머니

-몰래 공민학교에 갔다가 받아온 입학원서를 여자가 무슨 공부냐고 혼이 났던 어머니

-며느리의 '어머님 사랑해요'라는 쪽지를 읽지 못해 고이 접어 다른 사람에게 물어봤던 어머니

-아들에게 첫 문자를 보내고 그걸 보고 전화 온 아들과 말없이 울기만 했던 어머니와 아들

-손자가 내미는 공책에 적힌 검은 글자를 몰라서 공책 들고 오는 손자가 무서웠다던 어머니

-다친 동생 업고 병원 가던 날 글을 몰라 눈치 보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다던 어머니


글을 적으면서도 그분들의 애절했을 삶에 코끝이 찡해진다.


가끔 '어떤 시가 좋은 시일까?' '어떻게 써야 정말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곤 유명한 시인들의 시를 두루두루 읽었다. 나도 그렇게 멋있는 시를 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유명한 시들을 봐야지 좋은 시를 쓸 수 있을 거 같았다. 시를 잘 쓰기 위한 책을 읽어보기도 했고 유튜브 영상을 보며 흉내 내기도 해봤다. 그게 좋은 시를 쓰는 공부라고 생각을 했다.

그건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만의 생각이었다. 이 책을 읽어본 후 어떤 시가 좋은 시이고 어떤 시가 아름다운 시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읽는 누군가를 눈물짓게 하고 가슴이 먹먹하게 만드는 시들은 문구가 화려하고 어려워 보이는 글귀보다는 진정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 글을 쓰신 어머니들은 이제 글을 배우시는 분들이다. 이분들은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이 글들을 적었을 것이다. 멋있는 시들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한과 서러움을 적었을 것이다. 그게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눈물을 글썽이게 만들었을 것이다.


글을 쓰면서 항상 되새기는 문구가 있다.

헤밍웨이가 했던 말이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진솔한 한 문장을 쓰는 것입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가장 진실된 문장을 쓰십시오'

오늘도 작가 흉내를 내보는 글쓰기 초보로서 어떤 글이 좋은 글이라는 것에 대해 이 책을 통해 할게 됐다.


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우시고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시를 남겨주신 어머니들에게 감사한 마음과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시원한 가을바람이 부는 요즘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은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엄마들의 꽃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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