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씨!
라영은 영혼을 볼 수 있어!(4)

효라빠 장편 소설 19회

by 효라빠

[아~ 진짜 돌아버리겠네... 너를 언제까지 데리고 다녀야 할지 고민이다. 고민. 얘가 아니라 쟤라고!]

[쟤라면?]

강림도령이 선수를 쫓아가던 몸을 돌려 정육코너 대현을 바라봤다.

[그래. 쟤라고! 너 또 딴 놈 쫓아가서 자살할 때까지 지켜보려고 그랬지?]

[그건 아니고 제가 검은 가방 메고 있냐고 물으니 일직사제님이 그런다고 하시길래...]

[내가 언제 그랬어? 젊은 총각이라고 했지. 사람... 아니, 저승사자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지. 그건 그렇고 나름 저승사자인데 죽지도 않을 사람한테 언제 자살할 건지 쫒아다니는 것도 아주 볼만 했겠다. 왜 안 죽지 하고~ 아이고 내가 돌아버리겠네. 아이고 속 터져. 어쨌든 정육코너 사장한테 잘 붙어있어. 사유가 자살이니까 자살하게 되면 바로 저승으로 데리고 가게]

[네. 잘 알겠습니다. ]

강림도령이 머리를 긁적이며 정육코너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승사자라고 하지만 무척 어설펐다. 두 저승사자는 정육코너 옆에서 대현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라영이 커피숍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매장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라영의 걸음이 갑자기 멈춰 섰다. 그녀의 다리가 떨려왔다. 우연히 정육코너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등을 돌리고 있지만 그들이 누구인지 알 거 같았다. 일직사제의 검은 갓과 검은 두루마기는 몇 해 전에 보았던 모습이었고, 아버지가 폭우가 쏟아지는 밤에 화물차를 몰고 나갈 때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들의 모습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라영은 무서워 이상 마트 쪽으로 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에 간신히 힘을 주어 한쪽 벽으로 기대어 섰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들이 보고 있는 사람은 정육코너의 사장인 대현이었다. 대현은 식사를 마치고 반주로 먹은 소주 때문인지 얼굴이 불그래했다. 두 저승사자가 본인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었다.

강림도령이 일직사제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일직사제님 뒤통수가 간질간질한 게 뒤에서 라영이라는 여자가 우릴 또 본 듯한데요?]

[응. 나도 눈치챘어]

[어떻게 할까요?]

[그냥 놔둬. 저 여자가 우리를 봤다 하더라도 어떻게 하기는 힘들 거야. 그리고 이번 사유는 자살이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거 말고는 딱히 할 게 없으니까. 사자 명부에 자살로 동록 되어 있어서 본인들이 실행을 못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징계를 받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저 여자한테 저승의 일에 신경 쓰지 마라고 겁좀 줄까요?]

[아냐. 그럴 필요 없어. 저 여자가 우리를 봐서 이 사람이 자살을 하지 않거나, 사고사의 사유라고 하더라도 저 여자 때문에 당사자가 죽지 않는다면 그것도 그 사람의 운명이니까. 우리 저승사자들은 저승으로 인간들을 데려가는 게 목적이지 사람을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야. 마트에서 박스 사고를 피해 직원이 죽지 않은 것도 그 사람의 명이 그 순간 바뀐 거야. 내가 너한테 똑바로 하라는 건 인간을 잘 죽이라는 게 아니라 사자 명부에 사고 사유가 적혀 있으면 그 환경을 만드라는 거야. 그 환경을 우리가 만드는 것이지 우리는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는 걸 명심해둬]

[네. 알겠습니다. 인간들은 우리가 자기들을 죽여서 저승으로 데리고 간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러니까 말이야. 우리가 누명 아닌 누명을 쓰고 있는 게 사실인데 어쩌겠어 그런 걸 다 인간들에게 설명할 수 없으니]

[제가 어디 가서 방송이라도 할까요? 킥킥]

[무슨 소리야? 방송이라니?]

[요즘 보면 이승에서 유튜브 많이 하던데요.]

[그래서 너도 유튜브 찍게?]

[네. 저승사자 tv, 아님 저승 채널, 강림도령 유투버 되다! 이것도 좋은데요 킥킥킥]

[나는 저승사자 tv가 좋은데. 하하]

[그쵸? 그럼 구독자 엄청 나올 거 같은데요. 수입도 들어오고 킥킥킥]

[에고 보자 보자 하니까. 야~ 니가 수익 들어와서 뭐할 건데? 저승으로 들고 갈래? 킥킥]

[맞네... 저승으로 가지고 갈 수가 없구나. 킥킥. 아쉽네. 저승사자 tv로 유튜브 하면 대박 날 거 같은데...]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면 유튜버로 태어나라. 그때 인간들에게 말해. 전생에 강림도령이라는 저승사자였다고.]

[좋은 생각인데요? 하하하]

[아이고, 무슨 말을 못 해요. 니가 지금 아무리 그래 봐라. 다음 생에 태어나서 니가 전생을 기억할는지. 킥킥. 만약 저승사자라고 소리치고 다니면 또라이 소리 듣기 딱이지. 하하]

[그러긴 하네요. 하하하. 유튜브 한다고 생각하니 좀 웃기긴 합니다. 만약 한다면 정말 대박 날 텐데... 지옥 얘기랑 천국 썰만 풀어도...]

강림도령이 진짜 아쉬운 듯 말을 마무리 했다.


라영은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옮겨 커피숍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이번엔 대현에게 무슨 사고가 발생할 거란 예감이 들었다. 저번에도 저들이 보이자 그런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어떻게 대현에게 알려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마트 안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대현 하고는 한 번도 살갑게 대화해본 적이 없었다. 살갑게 가 아니라 대화 자체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남의 일처럼 그냥 넘어가 버리기도 그랬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대현과 평상시 친하게 지내던 선수가 떠올랐다. 라영은 선수의 연락처를 찾기 위해 선수에게 받았던 조합원 가입서를 들췄다. 맨 밑에 담당자 선수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 폰을 들어 선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해피 저축은행 김선수 주임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 저기 아까 조합원 가입을 했던 사람인데요..."

"네~ 커피숍 사장님이시죠? 하하하"

"네."

"이렇게 빨리 전화를 주시고 뭐가 잘못됐습니까?"

"그게..."

"괜찮습니다.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하하"

선수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라영은 선수에게 자기에게 있었던 사실을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바로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영혼을 봤다고 하면 자기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할 거 같았다.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도 없었다.

라영이 힘들게 말을 꺼냈다.

"저... 정육 코너 사장님하고 친하세요?"

"정육 코너 사장님이라면... 대현이 형님이요?"

"제가 그분 이름은 잘 모르겠고."

"친하다고 할 수 있죠. 왜 그러시는데요?"

"제가 이렇게 말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지 모르겠는데 , 그분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을 거 같은 예감이 들어서요"

"네? 안 좋은 일이요?"

"네..."

선수는 귀에 꼽고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에 전화 음이 들리자 길옆에 방구를 세우고 잠시 정차해 있었다. 조합원 가입을 하면서 적혀 있는 라영의 연락처를 저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오자 수신자 이름이 뜰 때부터 기분이 약간 이상했다. 선수는 마트 여사장에게 들은 이야기와 마트에서 있었던 일을 보게 된 이후로 라영이 특이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 듯했다. 그런 그녀에게서 대현이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을 듣자 기분이 오싹해졌다. 오전부터 혼자 술을 마시던 대현의 얼굴이 떠올랐다. 정차해 있어서 덜~덜~ 거리던 방구의 시동을 껐다. 방구가 조용해지자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더 정확하게 들렸다.

오싹한 기분 때문인지 8월의 무더위에도 한기가 느껴졌다.


"혹시 안 좋은 일이라면? 대현이 형님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네. 제가 뭐라고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 거는 확실한 거 같아요"

"어떻게 그걸 아시냐고 말씀드려도 될까요?"

"제가 이 말을 하면 믿으실지 안 믿으실지 모르겠는데..."

"마트 사장님한테 대충 들었어요. 라영씨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요. 처음에는 믿지 못했는데 아까 있었던 일도 제 눈으로 직접 보니 믿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고맙습니다."

"그럼 이번에도 그 사람들을 본 거예요?"

"네. 그들이 이번에도 제 눈에 보였어요..."

"와~ 어떻게 이런 일이..."

"그러게요..."

라영이 이번에도 저승사자를 봤다는 말에 선수가 놀래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 사람들을 봤을 뿐이지 다른 건 몰라요.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러니까 대현이 형님한테 무슨 사고가 일어날 거라는 건 확실하다는 말씀이네요"

"네. 그럴 거 같은 기분인 듭니다."

"일단 알겠습니다. 제가 퇴근 후에 형님하고 만나기로 했으니까 말해 볼게요."

"알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서로 놀라는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 라영은 전화를 끊고 탁자 위에 식어버린 아메리카노가 들어있는 커피잔을 바라봤다. 잔에든 검은색 커피 위로 자신의 얼굴이 희미하게 비췄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가슴이 아파왔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죽은 자들의 영혼도 보고 싶지 않은데 답답한 마음뿐이었다. 자신의 예감으로 인해 죽지 않고 목숨을 구하는 사람이 생기긴 했지만 그건 전혀 반갑지 않았다.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을 뿐이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 사랑도 하고 가정도 이루고 싶었지만 이제는 그럴 용기도 나지 않았다. 마트 여사장님이 그녀의 고통을 알아주고 이해해 줘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차갑게 식어버린 아메리카노를 자신의 쓰디쓴 인생인 듯 목으로 삼켰다.


'방구야~ 와~ 이일을 어쩌면 좋냐? 라영씨가 또 저승사자를 봤나 봐. 그것도 정육코너 대현이 형님 가게에서... 이거 큰일인데.'

'부릉~ 부릉~ 부릉~'

선수가 전화를 끊고 다음 거래처를 가기 위해 오토바이 시동을 걸며 방구에게 말을 걸었다. 방구는 '진짜 큰일이네요~ '라고 말하듯 부릉부릉거렸다.

'이따가 퇴근하고 대현이 형님하고 한 잔 하기로 했으니까 말해봐야겠다. 믿을지 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방구는 여전히 '부릉릉... 부릉릉...'거리고 있었다.

선수가 스트롤을 당기며 다음 거래처로 달렸다.

8월의 끈적한 습기를 머금은 뜨거운 바람이 긴장한 표정이 역역한 선수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선수의 얼굴은 더 굳어져만 갔다.

'선수 씨 라영은 영혼을 볼 수 있어!' 5회로 이어집니다.

(월, 금요일 주 2회 올릴 계획입니다. 바쁘면 못 지킬 수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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