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영, 선수 또 다른 그녀......(2)
효라빠 장편 소설 25회
효경이 시원하게 말하며 시원한 맥주까지 목으로 벌컥벌컥 넘겼다.
"처음 선수 씨가 회사에 출근했을 때는 그냥 괜찮아 보이는 정도였는데 갈수록 맘에 드는 거야. 저번에 마감하면서 같이 서류 작업하는데 한 달치 서류가 쌓이다 보니 양이 상당히 많았거든, 그걸 들어 옮기려고 하는데 갑자기 선수 씨가 내 손목을 잡아서 치우는 거야 '여자는 무거운 거 드는 거 아니에요' 라면서 그리곤 서류 철들을 다 옮겨줬어. 갑자기 내 손목을 덜썩 잡는데 심장이 쿵하고 전기가 통하는 줄 알았어. 멍하니 선수 씨 얼굴만 쳐다봤다니까. 그 모습이 어찌나 듬직해 보이던지. 히히. "
"야~ 네가 뻑~ 가는 이유가 있었구만. 하하하. 그 사람 진짜 선수인 거 아냐? 연애 선수? 왠지 작업의 느낌도 나는데. 하하"
"그건 아닌 거 같아. 내가 갑자기 그런 맘이 든거지 평상시에 여자가 많고 그런 거 같진 않아."
"네가 그걸 어떻게 하냐? 이 쑥맥아! 하하하"
"내가 연애는 안 해봤어도 그 정도 눈치는 있지~"
"아~ 그러셔요~ 킥킥"
효경이 은영을 놀리는 투로 말했다.
"그런데 선수 씨를 본지가 몇 달 됐는데 그 사람은 나한테 크게 관심이 없는 거 같은데 어떡하지? 내가 막 좋다고 하는 것도 그러잖아?"
"그렇지! 아무리 좋아도 여자가 막 들이대는 거는 없어 보이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렇게 계속 지내는 것도 좀 그러잖아?"
"그렇지! 그렇게 말 안 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아니~ '그렇지! 그렇지!' 말만 하지 말고 무슨 좋은 방법을 말해봐. 맥주만 마시지 말고 자기는 남자 수시로 바꾸더만 이럴 땐 좋은 방법도 없냐? 콱 예비형부한테 말해 버릴라 부다."
"알았어, 알았어... 생각하고 있잖아. 그리고 형부한테 절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 알았지? 그랬다간 너랑 나랑은 끝이니까"
"알았어... 좋은 방법이나 말해봐"
"음~ 내가 봤을 땐 지금 단계에서는 그 선수란 사람이 너한테 얼마나 호감을 가지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 그다음으로 호감이 있다면 슬슬 작업을 시작하는 거지. 중요한 건 남자들이 여자한테 데시를 하듯 막 사귀자고 하면 안 된다는 점이야. 사소한 것에 감동을 받을 수 있게끔 그런 상황을 만들어야 해. 예른 들면 땀을 흘리고 있을 때 손수건을 꺼내서 건넨다거나, 아침에 출근해 커피 타면서 같이 탔다고 하면서 커피를 한잔씩 타 준다거나, 그런 식으로 상대가 너한테 호감을 가질 수 있게 행동을 하는 거지. 그리곤 회사 일 인척 하면서 개인 톡을 날려, 자주는 말고 가끔. 그렇게 톡도 조금씩 하면서 상대가 자연스럽게 너한테 호감이 생기게 하는 거야. 그러다 주말에 같이 영화를 본다거나 퇴근하고 차를 마신다거나 하는 상황을 만들어봐. 아니면 회식할 기회가 생길 때 자연스럽게 단 둘이 맥주를 한잔 더 하는 타이밍을 만드다던가 그런 식으로 썸을 타는 거야. 그 사람도 너한테 호감이 있으며 썸을 같이 탈것이고 아니면 그러진 않겠지. 그렇게 썸을 타면서 살짝 톡으로 물어보는 거지 '선수 씨 저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니면 '우리가 좀 더 친하게 지내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등 일단 그러기 전에 남자 쪽에서 먼저 대시를 해주면 딱인데... 대충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응. 무슨 말인 줄은 알겠는데... "
은영이 말꼬리를 흐리며 대답했다. 효경의 입에서 은영에 대한 연예 코치가 술술 흘러나왔다. 역시 연예 박사 다웠다.
언니는 연예 박사지만 동생은 연예 초보라 언니의 코치를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아~ 이게 말보다 행동이 중요한데... 일단 무조건 그 사람 앞에서는 이쁘게 보이는 게 중요해. 하하하. 남자란 동물은 단순해서 예쁘면 무조건 헤벌쭉하니까. 킥킥킥. 옷도 신경 써서 입고 화장도 좀 하고 선수 씨 앞에 지나갈 때 향수도 좀 뿌리고. 오케이? 무슨 말인 줄 알겠지?"
"그래. 최선을 다해볼게..."
은영이 힘없이 대답했다.
"야! 무슨 시험공부하니 최선을 다하게. 킥킥킥.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라 자연스럽게 하면 될 거야. 필요한 거 있음 말해 이 언니가 팍팍 밀어줄라니까. 하하"
"고마워. 팍팍 밀어주는 의미에서 피자 한판 쏴라~ 킥킥"
"쏘고 싶은데 너를 다이어트시켜야 하기 때문에 쏠 수가 없다. 동생아~ 히히히"
"아~ 네... 그럼 그러지, 알았어. 참는 다 참아. 이놈의 사랑이 뭔지~ 피자가 보고 싶지만 내 사랑이 더 보고 싶구나~"
은영이 마지막 남은 닭날개를 집으며 말을 꺼냈다.
자리를 정리하고 침대에 누웠다. 스마트폰을 열어 카톡을 확인했다. 친구 검색에서 선수를 찾았다.
선수의 카톡 프사(프로필 사진)는 밝은 모습으로 해피 저축은행 앞에서 찍은 사진이 담겨 있었다. 몇 장의 프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선수의 표정, 모습 하나하나를 쳐다봤다. 밝게 웃는 그의 모습 옆에 자신도 서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저번에 같이 일하며 선수가 갑자기 손목을 잡았던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며 설레어졌다. 잠들면 꿈속에서 만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자 얼굴이 불 그래 해졌다. 이런 기분이 사랑인가 보다라며 조용히 속상였다.
내일은 예쁜 정장을 입고 향수도 뿌릴 것을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맥주의 취기와 선수 생각으로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은영은 스르르 잠이 들었다.
스마트 폰의 알람 소리에 맞춰 선수가 눈을 떴다. 부엌에서는 전 여사가 분주하게 밥하는 소리가 났고 거실의 티브이 소리는 평상시 아침과 다름없이 들려왔다. 하지만 선수는 평상시와 달랐다. 오늘은 두 번째로 리에를 볼 수 있는 날이었다. 어젯밤에 빨리 출근하고 싶어서 일부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리에를 볼 생각에 시간이 너무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빨리 미용실로 가서 리에에게 시원한 오렌지 주스를 받아 마시고 싶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콩닥콩닥 뛰었다.
옷걸이에 걸린 옷을 살폈다. 몇 벌 되지 않은 정장 중에서 가장 최근에 산 걸로 입었다. 해피 저축은행 면접을 보기 위해 엄마가 사준 정장이었다. 그 정장은 아끼느라 자주 입지 않았지만 오늘은 당당하게 꺼내 입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전 여사에게 출근 이사를 한 후 '효라빠 과일주스&토스트'가 써진 트럭을 타고 해피 저축은행으로 출근했다. 빨리 가고 싶어서 인지 액셀을 밟는 발에 힘이 들어갔다.
여전히 제일 먼저 출근했다. 직원들만 다니는 후문을 열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불을 켜고 창문을 열고 업무 준비를 시작했다.
직원들이 하나 둘 출근하기 시작했다. 은영도 사무실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선수 씨!"
"네. 은영 씨 나오셨어요?"
"네~"
은영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은영은 아침에 출근 준비하는데 효경의 조언이 생각났다.
'이쁘게 하고 그 사람에게 다가가라는, 남자들은 단순해서 이쁘면 일단 헤벌쭉한다는...'
나름 최대한 신경을 써서 출근했다. 아침에 바빴지만 고대기를 해서 머리에 힘도 주고 두 볼이 불그스레할 정도로 화장도 했다. 옷장에 묵혀있는 치마 정장도 꺼네 입었다. 오래간만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 쓰고 출근하는 자기의 모습이 은영 자신도 너무 어색했지만 효경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해서 마지못해 하고 나왔다. 역시 사무실의 반응은 뜨거웠다.
"어~ 은영 씨 어디 선보로 가? 킥킥킥"
"네!!!"
이성재 대리가 보자마자 놀리듯이 말했다.
"일하러 온 게 아닌데, 어디 선보러 가는 빠쑌인데?"
"아니에요. 저 일하러 왔어요..."
"복장이 너무 화려해서. 하하하. 야~ 우리 은영 씨도 이렇게 꾸미니 참 어디 복부인 같네~ 킥킥킥"
"아 진짜~ 이대리님. 복부인이 뭐예요. 아가씨한테..."
"쏴리~ 쏴리~~~ 너무 눈이 부셔서 내 눈이 돌아갔나 봐. 하하하"
이성재가 끝까지 농담을 하며 장난을 쳤다. 사무실의 다른 직원들이 성재의 웃음소리가 워낙 커서 소리 나는 쪽으로 쳐다봤다.
"어머~ 은영아~ 정말 무슨 일 있어? 어쩜 머리까지 이렇게 신경 쓰고 나왔어? 평상시에는 화장도 잘 안 하던 애가. 하하하"
"아~ 화장품을 선물 받아서 그냥 좀 하고 왔어요"
데스크의 맏언니 장은주가 말을 걸었다. 은영이 조금 쑥스러운 듯 둘러댔다.
은영이 대답하며 선수를 힐끔 쳐다봤다. 선수가 자신을 보고 있더니 눈이 마주치려 하자 고개를 돌리고 일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조금 야속했지만 예쁘게 하고 온 모습을 본 거는 같아 탈의실로 가서 유니폼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어제 효경이 자신에게 해준 조언들을 하나하나 생각하고 있었다.
선수는 정신없이 외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모든 준비를 다 끝내고 은영에게서 현금으로 쓸 시제만 받으면 됐다. 선수는 빨리 나가서 성화미장에 들려 리에를 보고 싶었다. 은영이 화장을 했는지 머리에는 고대기를 했는지 정장을 입었는지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은영도 데스크의 자신의 책상에 앉아 현금을 꺼내며 업무를 시작했다. 선수가 시제를 받으러 왔다.
"은영 씨 제 시제 좀 주세요."
"평상시처럼 500백만 원 현금으로 드리면 되죠?"
"네. 은영 씨 오늘 향수 뿌리셨어요?"
"네? 아~ 냄새나요? 헤~"
"네~ 코가 간질간질한 게 많이 뿌리셨나 봅니다. 에취~~~ 에취~~~"
"괜찮으세요?"
선수가 코를 벌렁벌렁거리더니 심하게 재채기를 했다.
"에취~ 에취~ 은영씨!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저는 한번 재채기 나오면 계속 나오거든요... 에취~ 에취~"
"네..."
선수가 시제도 받지 않고 냅다 화장실로 뛰었다. 은영은 당황스러웠다. 너무 많이 뿌렸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상시에 향수를 안 뿌려봐서 얼마나 뿌려야 하는지 몰랐다. 손목이고 목덜미고 팍팍 뿌렸다.
선수의 예민한 반응에 갑자기 어제 효경에게 쏜 치킨이 아깝게 느껴졌다.
선수가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온 듯한 모습으로 시제를 받으러 다시 은영에게로 왔다.
"좀 괜찮으세요?"
"네... 제가 냄새에 좀 예민해서요. 하하하. 그렇다고 향수를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갑자기 냄새가 많이 나니까 그랬나 봐요."
"네"
선수가 괜찮다고 말은 했지만 소매로 계속 코를 비비고 있었다.
"그럼 저는 오늘도 돈 받으러 다녀오겠습니다. 하하"
"네. 고생하세요"
선수가 짧게 말하고 검은색 돈가방을 메고 주차장의 방구에게로 갔다. 이성재 대리는 오늘 공제 건이 있다며 서둘러 오토바이를 몰고 출발했다.
'방구야~ 이제 드디어 우리 리에씨를 만나로 가겠구나~ 하하하' 선수가 흥분된 듯이 말을 걸었다. 한 번밖에 보지 않았는데 우리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선수는 신이 나 있었다.
'아~ 셀레~ 설레~ 이런 기분이 얼마만인지. 하하. 노량진 창문도 없는 고시원에서 암울한 인생을 살던 이 김선수가 드디어 햇볕을 보게 됐다 이거야~ 그렇지 않냐? 방구야!'
선수가 방구의 핸들에 걸린 작은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비춰봤다.
'이 정도면 뭐~ 어디 가서 빠지진 않지. 킥킥킥. 자~ 오늘도 달려볼까나!'
방구위에 올라 검은 가방을 무릎 위에 올리고 스트롤을 당겼다. 그의 입에서는 노래가 나왔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나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둘이 걸어요~ 아따~ 둘이 걸어요...'
그는 뒷부분을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안 부르는지 그 한 소절을 무한 반복으로 불렀다.
'은영, 선수 또 다른 그녀(3)'가 계속됩니다.
(월, 금요일 주 2회 올릴 계획입니다. 바쁘면 못 지킬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