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영, 선수 또 다른 그녀......(5)

효라빠 장편 소설 28회

by 효라빠

선수 입가의 미소는 여전히 귀에 걸려있었다.

'와 씨~ 이런 바보... 이름을 잘못 적었네!' 선수가 리에에게 빨리 연락하고 싶은 마음에 자기 이름을 실수로 잘못 보냈다.

'선수야~ 정신 좀 차리자~' 혼잣말을 하며 차에서 내려 집으로 올라갔다.

집에 들어가서도 선수는 스마트 폰의 카톡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있었다. 전 여사가 차려준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가 오랜만에 컴퓨터 게임을 시작했다. 미친 듯이 게임에 몰입했던 평상시와는 다르게 전혀 집중되지 않았다. 그의 눈과 귀는 스마트 폰에 가 있었다. 여전히 리에에게서는 답장이 없었다.

'메시지도 확인하지 않은 게 아직 퇴근을 안 했나?' 선수는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으~ 확인했다!' 잠시 후 선수가 보낸 카톡의 내용 옆에 '1'이라고 찍힌 숫자가 사라졌다.

의자에 앉아 컴퓨터 게임을 하던 선수가 게임에 집중이 되지 않는지 머리에 헤드셋을 벗고 침대로 누웠다.

스마트폰을 가슴 위에 올려놓고 낮에 봤던 리에 생각을 했다.

웃으며 커피를 건네 던 맑은 하늘같이 청순한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일하던 중이라 앞에 '성화 미장'이라는 미용실 이름이 적힌 미용 가운을 입고 있었지만 긴 생머리에 갸름한 얼굴이 그렇게 이쁠 수가 없었다.

살포시 눈을 감았다.

둘이 커플이 되어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고 산들산들 코스모스 피어있는 한적한 시골길을 걷는 모습을 상상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둘이 걷다 선수가 리에의 손을 잡았다. 리에는 주춤했지만 못 이긴 척 손을 빼지 않았다. 잡은 손을 깍지 끼며 리에의 발걸음에 맞춰 한 발 한 발맞춰가는 자신을 생각하니 이게 사랑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의 발걸음은 한적한 시골길의 둔덕에 잠시 멈춰 섰다. 산들거리는 바람이 알록달록 물든 단풍잎들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선수가 리에의 손을 끌어당겨 평평한 풀밭에 같이 앉았다. 향긋한 풀내음이 상큼하게 올라왔다. 선수가 깍지 끼고 있던 손을 풀고 리에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려 그녀를 감쌌다. 아담한 그녀의 어깨는 선수의 팔에 푹 안겼다. 리에도 자연스럽게 선수의 어깨에 한쪽 머리를 기대었다.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등 뒤 아름들이 버드나무 위의 다람쥐만 그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선수가 안겨있는 리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선수의 떨리고 깊은 호흡이 리에의 볼에 느껴졌다. 리에가 아무 말 없이 살포시 눈을 감았다. 선수는 다른 팔로 리에를 안았다. 그리고 촉촉이 젖어있는 그녀의 입술로 얼굴을 가져.....

[카톡 와썽!]

'아씨~~~ 깜짝이야~~~' 선수가 피곤했는지 스마트 폰을 가슴에 올려놓고 잠깐 잠이 들어 버렸다. 리에의 생각 때문인지 짧은 순간에 그녀의 꿈을 꿨다.

'딱 좋았는데. 이럴 때 카톡이 오냐!' 선수가 입에 흐르던 침을 닦으며 말했다. 많이 아쉬웠지만 리에에게 답장이 왔을지도 몰라 서둘러 카톡을 확인했다.

[야~ 뭐하냐? 집에 있음 나와라. 맥주 한잔하게...]

집 근처에 사는 친구 카톡이었다.

'아~ 이 새끼는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되네. 진짜! 딱 키스까지 할 수 있는 타이밍이었는데. 우~ 씨!' 구시렁대며 카톡에 답장을 했다.

[내가 지금 맥주 마실 상황이 아니다. 지금 중요한 연락 기다리고 있으니까. 너는 좀 잠자코 있어라. 이 도움도 안 되는 놈아!]

[야~ 너한테 중요한 연락이면 나한테서 술 먹자는 거 아냐? ㅋㅋㅋ 너~ 은행에 취직했다고 어깨에 힘들어 같다? 같이 백수 생활할 때는 지가 맨날 연락해서 불러내더구만]

[알았어~ 알았어~ 하여튼 지금은 안되고 내가 담에 맥주 쏠라니까. 오늘은 안된다]

[다음에 네가 사는 거야?]

[그래. 인마. 내가 백수 돈 빨아먹겠냐. 월급 타면 시원하게 쏠라니까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이거 캡처해 놀라니까. 딴소리하면 너는 양아치다~ ㅋㅋㅋ]

[아~ 네~ 이제 꺼져 주십쇼!!!]

카톡은 간단하게 마무리가 됐다. 여전히 기다리던 답장은 오지 않았다.


리에는 퇴근하고 친구와 약속이 있어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퇴근할 무렵 스마트폰을 열어보니 선수에게서 카톡이 와있었다. 내용은 확인했지만 뭐라고 답장을 하기가 그래서 미루고 있었다.

"승례야~ 오늘 가게에서 일하는데 미용실 거래처인 해피 저축은행 직원이 나한테 통장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해서 개설해 줬어. 아까 가입 감사하다고 카톡을 했는데 내용이 조금 그러네."

"무슨 내용인데 그래? 줘봐 한번 봐보게"

"응."

리에는 테이블 건너편의 친구 승례에게 선수가 보낸 카톡의 내용을 보여줬다.

"리에씨의 미소만큼 향긋한 커피래.... 우히히 히. 야~ 이거 무슨 작업의 냄새가 나는데?"

"그치?"

"아직 답장 안 했네?"

"응. 뭐라고 하기 그래서 아직 안 했어. 뭐라고 답장할까? 그냥 씹기는 그러잖아"

"그 사람 은행 직원이야?"

"응."

"잘생겼어? 돈은 많아?"

"돈은 많은지 모르겠는데. 생긴 건 훈남이야"

"이거~ 너한테 작업하는 거 같은데, 몇 살인데?"

"아까 원장님이 그랬는데 서른 살이라고 하는 거 같던데."

"서른 살? 완전 아저씨네! 하하하 야~ 그럼 단물 좀 빨아먹고 정리해. 킥킥. 직장 다니니까 돈도 있겠구만."

"단물?"

"그래. 가방 몇 개 받고 정리해. 히히"

" 그건 좀 그러고... 일단 답장은 뭐라고 하지?"

"음~ 신경 써 줘서 고맙다고 보내면 되겠네."

"알았어"

"차는 뭐 타고 다녀? 우리 오빠는 이번에 bmw로 차 바꿨는데 이따가 집에 데려다준다고 했으니까 기다렸다가 같이 타고 가자. 오빠한테 술값도 내달라고 해야지. 히히히"

"알았어. 일단 답장부터 보내고"

리에는 승례가 시킨 대로 선수에게 카톡을 보냈다.

[네. 신경 써줘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름이 성수 씨인가요?]

간단하게 입력하고 전송 버튼을 둘렀다. 리에는 승례의 아저씨라는 말이 상당히 거슬렸다. 그러고 보니 자기 또래 친구들 남친은 보통 나이가 엇 비슷했다. 앞에 앉은 승례가 자기 남자 친구가 수입차로 차를 바꿨다는 말에 살짝 질투가 나기도 했다. 선수가 타고 다니는 차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은행에 다니니 그 정도는 타고 다니지 않을까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 사람이 좋다고 하면 사귀려고?"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니지 오늘 처음 봤고 대화도 처음 해봤는데. 벌써 그런 생각하는 건 좀 그렇지"

"그래도 첫인상에서 호감이나 이런 건 있을 거 아냐?"

"그렇게 나쁘진 않았어. 미용실 원장님이나 언니들도 선수 씨를 좋게 말씀하시고..."

"그럼 호감이 있는 거네. 그래도 나는 아저씨는 싫다야~"

"그런가..."

"뭐~ 돈이 많다면야 이해할 수도 있지만."

"몰라, 몰라. 아직 사귀는 것도 아닌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낮에 미용실에서 언니들이 말할 때는 선수에게 꽤 호감이 갔는데 승례가 아저씨라는 둥, 자기 남친은 차를 bmw로 바꿨다는 둥 말을 듣자 리에의 마음이 조금 흔들리는 거 같았다.


[카톡 와썽!]

선수의 스마트폰에서 알림 소리가 울렸다.

침대에 누워서 리에 생각을 하던 선수가 후다닥 일어나 앉았다.

'왔다~ 왔어~ 푸하하하'

확인하고 바로 답장을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너무 없어 보일 거 같았다.

'아이코. 마지막에 잘못 적어서 날렸는데. 바로 지적을 하시구만. 킥킥킥. 뭐라고 보내지?'

선수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5분 정도 지나자 이제 보내도 되겠지라며 리에게 답장을 했다. 나름 최대한 버틴다고 버틴 게 5분이었다.

[아~ 제가 잘못 입력했네요. ㅎㅎ 저는 김선수입니다. 야구선수... 축구선수... 할 때 선수요. 하하하. 오늘도 많이 힘드셨죠?]

선수가 답장을 유도하게 끔 마지막엔 질문으로 보냈다.

[네. 저녁 타임에 손님들이 많아서 조금 힘들었어요]

[그러셨을 거 같아요. 다리가 많이 아프겠습니다. 서서 일하시려면... 집이신가요?]

[네. 감사합니다. 아뇨. 집은 아니고 친구 좀 만나고 있어요.]

[그러시군요. 좋은 시간 가지시고 내일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크하하하~ 답장이 왔다. 이건 리에씨도 나한테 호감이 있는 거야! 아자~ 아자~ 좋아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지?' 선수가 흥분해서 혼잣말을 했다. 나름대로 머릿속에 리에를 감동시킬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었다.

연락처를 받아냈고 첫 연락도 순조롭게 돼서 선수는 금방 리에와 사귈 거 같은 생각에 기분이 하늘을 날아가는듯했다.

'내일부터는 좀 더 적극적으로 껄떡... 찝적... 아니 아는 척해야지. 킥킥킥. 어떻게 한다~ 직원들도 많은데 리에씨한테만 뭐를 주기도 그러고... 다음에 차 한잔 마시 자고 할까? 아냐 아냐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그건 너무 오버인 거 같고...'

나름대로 열심히 궁리를 했다.

침대에 누워 리에 생각을 하다 스르르 잠이 들었다.

다음날도 선수는 쫙 빼입고 출근을 했다.


'은영, 선수 또 다른 그녀(5)'가 계속됩니다.

(월, 금요일 주 2회 올릴 계획입니다. 바쁘면 못 지킬 수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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