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를 그리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흥행했다고 하는 영화는 웬만한 건 봤으니, 좋음과 싫음 중간단계 정도 되는 듯하다. 무척 애매하네...
영화를 보고 나면 재밌는데 보기 전에 영화 상영 시간인 2~3시간이 왠지 아깝게 느껴진다. 그 시간 동안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데 영화를 보려고 하면 그런다. 그래서 영화를 그리 썩 좋아하지 않는 거 같다.
그런 내가 영화를 찍게 됐다.
거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내가 다니는 유도(주짓수) 체육관에서 6월 sns 홍보 이벤트로 체육관 홍보를 제일 잘한 관원에게 주짓수 도복을 준다는 것이다. 그것도 내가 사고자 했던 도복을 말이다.
그걸 보고 바로 눈이 돌아갔다. 처음에는 인스타그램에 짤막한 동영상이나 올려야지 했는데 이렇게 해서 1등을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차라리 초단편영화를 한편 찍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두에 말했듯이 영화를 그리 썩 좋아하지 않으니 당연히 영화를 찍어본 적도 없다.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일반인들도 영화를 찍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나의 근자감이 나왔다. 근거가 있는 건지 아니면 근거가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세상 충만한 나의 자신감 말이다.
혼자 생각했다.
'뭐~ 영화가 별거야~ 시나리오 써서 배우 섭외하고 촬영해서 편집하면 끝이지~ 그래 한번 해보자. 공짜 도복이 생긴다는데~'
바로 노트북을 열고 시나리오를 썼다. 요즘 브런치를 잠시 쉬고 있지만 그래도 한동안 글 좀 썼다고 1~2시간 만에 6페이지 분량의 영화 시나리오가 써졌다. 길어봤자 끝까지 볼 사람이 없을 거 같아 간단하게 썼다.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흔한 내용으로, 전문 연기자를 섭외할 능력도 안되고 기껏 해봐야 체육관에서 같이 운동하는 후배들을 데리고 찍을 거니까.
시나리오를 다 쓰고 같은 체육관에서 땀 흘리는 교도관 후배들과 함께 있는 단톡방에 영화 촬영 소식을 알렸다. 다행히 후배들 반응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몇몇 후배들에게 배역을 정해주고 촬영 일정을 잡았다. 당연히 나도 출연했다. 감독 겸 배우. 주연은 아니고 조연으로 그것도 악역으로, 왠지 악역이 당겼다. 하하
이왕 찍는 거 내가 일하고 있는 교도소를 배경으로 찍으면 더 재밌을 거 같아 시나리오도 그렇게 작성했다.
몇 가지 소품을 준비하고, 후배들 근무 패턴이 달라 시간을 조정하고 드디어 촬영에 들어갔다.
편집을 따로 해줄 사람도 없고, 내가 영상 편집을 잘하는 것도 아니어서 촬영 중 웬만하면 자르지 않고 갔다. 어차피 b급으로 찍을 거라 우리가 발연기를 하더라고 크게 상관이 없었다. 그게 감독의 요구사항이었으니까.
영화 촬영 장비는 당연히 아무것도 없었다. 장비라고는 내 스마트폰뿐. 그렇지만 촬영 장소는 화기애애했다. 처음에는 도복이 탐나서 영화 촬영을 했지만 찍는 과정에는 후배들과의 추억을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에 더 흥이 나고 재미가 있었다.
주인공을 하는 후배의 분량이 많아서 힘들어하는 거 같아 약간의 수정도 있었지만 대체로 다들 즐겁게 마무리했다.
드디어 그 영상을 편집해서 어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올렸다. 인스타그램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뿌듯하다.
그런 뿌듯함에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도 쓸 겸 자랑하려고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볼지는 모르겠지만 효라빠 작가는 아직 이렇게 건재하다고 브런치 만천하에 공개하고 싶다.
그리고 [해피 저축은행 김선수]가 애타가 기다리고 있어 조만간 돌아올 것이라고, 관심 있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혼자 궁시렁대 본다. 하하하
마지막으로 영화 촬영을 하면서 영화감독이 왜 극진한 대접을 받는지 알게 됐다.
시나리오, 촬영, 편집, 소품, 영화음악... 기타 등등 손이 안 가는 게 없었다.(그걸 내가 해냈다. 킥킥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