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왜 머리에 안 들어가니?"

보라미 준법 교실!

by 효라빠

나는 대한민국 교도관이다.

교도관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발간한 이후 교도관이란 말을 오랜만에 브런치에 써보는 듯하다.

이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만날 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느낄 때 마음 한편이 '쎄~' 하다.

그런 걸 조금이라도 없애기 위해 내 나름대로 노력하는 게 '보라미 준법 교실' 강의다.

개인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 자료 준비와 강의는 내가 준비하지만 교육은 중,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하고 있다.

그동안은 코로나로 인해 대략 2년 동안 하지 못하다가 며칠 전 내가 근무하는 곳에 소재 중인 '무안중학교' 학생들이 우리 교도소에 참관을 오면서 그들을 대상으로 1시간 동안 '보라미 준법 교실' 강의를 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하는 강의라 나름 긴장도 되고 큰아이가 중3인데 같은 또래의 학생들이 온다니까 내 아이들을 만나는 것 같은 설렘도 들었다.

노트북을 뒤져 예전에 만들어 놓은 ppt를 찾아봤다. 그새 세월이 흘렀는지 직원 근무복도 바뀌고, 공무원 시험 과목도 바뀌고 2년이라는 기간 동안 교정이라는 조직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말인즉은 그전에 만들어 놓은 자료를 재탕하기가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부랴부랴 새로 ppt자료를 만들고 강의 준비를 했다.

드디어 참관하는 날이 다가왔다. 강의실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역시 혈기왕성할 때인지 무척 소란스러웠다. 아이들이 모두 자리에 앉고 강의는 시작됐다.

중학생들에게는 지루할 틈을 주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빈틈을 주면 딴짓을 하거나 잠을 잔다. 그럴 때 내가 강의 중에 써먹는 비장의 카드가 있다.

'보호장비' 이름 그대로 교도소 안에서 수용자가 난동이나 소란을 부릴 때 그들을 진정시키거나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비다. 거기에는 수갑, 벨트 보호대, 머리보호대, 가스총 등이 있다.

ppt자료를 보며 말로 설명을 하자 서서히 아이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시간도 오후 2시여서 딱 졸기 좋은 시간이었다. 대충 간략하게 마무리를 짓고 보호장비 체험하는 시간으로 넘어갔다.

일단 초장에 기선제압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에 아주 좋은 아이템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있어 보이는 '테이져 건'이다. 가방에서 테이져 건을 꺼내 오른손에 들고 무척 폼나는 자세를 잡고 한쪽 벽을 향해 섰다.

역시 테이져 건이라는 말에 아이들이 움찔한다. 특히나 남자애들 쪽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자~ 선생님이 테이져 건 시범을 보이겠습니다."

"우와~ 테이져 건이다!" "선생님! 그거 진짜 맞아요?" "그거 맞으면 기절해요?"

"당연하지~ "

그러면서 앞에 있는 카트리지를 빼고 안전핀을 올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찌지 지지~직~ 찌지 지지~~ 직'

전기음이 울리며 아이들 입에서 감탄과 비명이 흘러나왔다.

'역시 반응 좋구먼... 킥킥킥' 속으로 생각했다.

"선생님 그거 사용해봐요?"

"누구한테?"

"역사 선생님이요.... 킥킥킥"

"뭐? 하하하"

강의실 안에 아이들이 폭소를 터트린다. 강의실 뒤에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계시는 젊은 남자 선생님이 계셨다. 느낌에 저분이 역사 선생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분위기에 맞춰 농담을 날렸다.

"역사 선생님 한 대 맞아 보실래요?"

"아뇨~ 아뇨~ "

역사 선생님은 웃으며 손사래를 쳤고 강의실의 아이들은 한번 더 자지러졌다.

아이들에게 수갑과 벨트 보호대등을 체험시켰다. 사진도 찍어주고 역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가방 한편엔 노란색 머리보호대가 들어있었다.

"선생님 이건 뭐예요?"

"아~ 이건 머리보호대라고 머리를 벽에 부딪치며 자해하는 수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머리에 씌워서 사용하는 거야"

"한번 써볼래?"

"네. 선생님~"

"그래, 그럼 앞으로 나와"

한 학생이 앞으로 나왔다. 머리보호대는 머리에 씌우고 뒤에 찍찍이 가 붙어있어서 그걸로 고정을 시킨다.

턱 밑에서부터 머리에 넣기 위해 씌우는데 생각보다 들어가지 않았다.

"아니~ 이게 왜 안 들어가냐? 머리 움직이지 말아 봐"

"네..."

나와 그 학생은 둘이서 머리에 넣기 위해 낑낑거리며 턱 밑으로 끼웠다. 몇 번을 실패했다. 안되자 반대로 정수리부터 끼워봤다. 몇 분의 혈투를 벌었다. 또다시 실패했다. 등 뒤에서는 서서히 킥득키득 거리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 대가리가 너무 큰 거 아냐?'

'얼큰이네... 킥킥킥'

그런데 이게 웬걸? 테이져 건을 '지지직~' 지질 때보다 머리보호대를 머리에 끼우려고 낑낑 대는 게 반응이 훨씬 좋은 거 같았다. 머리에 씌우려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데 뒤에서 그 모습을 보는 아이들 자지러지는 웃음에 나까지 웃음이 나왔다. 머리에 넣으려고 애쓰는 학생도 답답했던지 나한테 말을 건넸다.

"선생님 제가 해볼게요?"

"그래? 네가 해봐"

나도 얼떨결에 그 친구한테 머리보호대를 넘겨줬다.

혼자서 낑낑거리며 몇 번을 하더니 포기를 한 듯이 말했다.

"선생님 이거 안 들어 가는데요?"

"그러네 안 들어가네..."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 학생의 희생으로 분위기는 훨씬 좋아졌다. 여기저기서 자지러지는 웃음이 터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머리보호대를 건네는 그 학생을 보자 나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괜히 미안하기도 했다. 머리보호대를 건네받고 옆을 보니 '소'라는 글자가 써져있었다.

머리보호대가 대, 중, 소가 있는데 그중에 소였던 것이다.

친구들에게 대두라는 말을 듣는 학생에게 좀 미안하기도 해서 큰소리로 외쳤다.

얘들아 '얘 대가리가 큰 개 아니라 이게 소자야....' 내 말은 이미 웃느라 자지러지진 아이들에게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냥 그 친구가 이번 일로 '대두', '얼큰이', '머리보호대'라는 별명이 생기질 않길 바랄 뿐이었다.

'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나도 좋았다만 미안한 건 사실이란다. 하하'

그러다 보니 예정시간보다 강의시간이 지나고 있어 부랴부랴 수업을 마무리했다.

강의가 끝나고 나에게 사인을 받고 싶다는 아이들도 있었고, 나중에 교도관이 돼서 다시 오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어서 오랜만에 하는 '보라미 준법 교실' 강의가 뿌듯했다.

강의를 끝내고 이제는 코로나도 끝나 예전으로 돌아간 거 같은 기분도 들고 교도관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준거 같아서 참 행복한 하루였다.

https://youtu.be/BoPX8WWfnuE


https://youtu.be/BoPX8WWf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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