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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한 잔
by
효라빠
Dec 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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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지고 갈라진 손으로 건네받은 잔 속에
차고 뜨거운 것이 가득 담겨있다
늙고 말라비틀어져 버린 나무옹이가 떠올라
순식간에 털어 넣어 버렸다
잊힐 줄 알았는데
목을 타고 내려가며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먹먹한 마음에 눈을 감아 보지만
쓰디쓴 아버지의 인생이 나를 때린다
비어버린 투명한 유리잔에 낯 설은 모습이 비친다
각 잘 잡힌 바지단 같았는데
이제는 매선 바람에 나부껴 풀어헤쳐진 검은 전깃줄 위의 빨래가 되었다
힘없이 찰랑찰랑 흔들리는 모습에 잔을 내려 놀 수가 없다
비어있는 잔을 채워야 하는데
받았던 만큼은 아니더라도 채워야 하는데
그럴 수 없음이 나를 또 때린다
아쉬움을 삼키며 내려놓은
빈 잔엔 여전히
고요하고 뜨거운 것이 가득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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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버지와 술을 마셨습니다.
술을 받으시는 손에 주름이 보였습니다.
주름이 그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누웠는데도
잊혀지
지 않았습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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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아버지
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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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지망생
문무를 겸비 하고자 하는 문을 사랑하는 무인. 책읽기, 글쓰기와 운동을 좋아합니다. 50가지의 독특한 교도소 이야기로 책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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