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쯤 브런치를 통해 원고 청탁을 받았다. [월간 에세이]라는 잡지사였다. 처음 들어 봤지만 알고 보니 전통 있는 잡지사였다.
'내가 뭐라고 이런 원고 청탁을 할까?' 처음 있는 일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흥분되기고 했다.
며칠 전 퇴근해 집에 오니 잡지가 택배로 배송되어 있었다. 설레는 마음에 바로 뜯어봤다. 보드라운 종이의 질감,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배경 사진과 그림, 심지어 드르륵 넘겼을 때 나는 기름 냄새까지 좋았다. 처음 본 순간 이 책은 참 귀한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장씩 넘겨보니 중간쯤 내 글이 실려 있었다.
담당자에게 글을 보내기 전 수십 번(정말 셀 수 없이) 퇴고를 했지만, 잡지에 실린 글을 읽자 내가 이걸 직접 썼나 싶을 정도로 새로웠다. 한편으로는 '이 부분은 이렇게 고쳤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내 글을 읽은 후 책에 실려 있는 다른 작가들의 글도 읽어 봤다. 이 분들도 나처럼 정성 들여 썼겠지 하는 마음에 글들이 전부 내 글처럼 느껴졌다. 거리에 지나가는 귀여운 아이들을 봤을 때 내 아이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하나하나 읽어가며 여러 작가의 글 속에서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었다. 에세이(수필)라는 글의 매력이 보였다. 소설이나 시에 비해 수필은 문학적으로 조금 떨어진다고 여겼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어쩌면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며 겪은, 가장 진실된 이야기로 글이 된 수필이 진정한 삶의 글이겠구나 싶었다. 내가 그런 글을 써 책으로 나온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해봤다. 상상 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글을 읽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가슴 한편이 따뜻해 짐을 느꼈다. 두껍지 않은 잡지 한 권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은 기분이었다. 좋은 글과 좋은 책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글을 쓸 때 글쓰기 실력이 부족해 수없이 고치고, 다시 읽을 때마다 어색한 부분이 보여 수정하며 '나는 글을 참 못쓴다'는 생각을 매번 하는데, 내 글이 멋진 책에 실려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에 조금 이나마 위로가 된다.
오늘도 이 짧은 글을 쓰기 위해 몇 번을 읽고 고치고, 읽고 고쳐서 마무리했다. 여전히 글 쓰는 게 어렵고 힘이 들지만 꾸준히 노력해보려고 한다.
조정래 선생님이 '문학의 길이란, 읽고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쓰고 쓰고 또 쓰면 열리는 길.'이라고 하셨다.
조금 바보 같을지 모르겠지만 단순하고 무식하게 묵묵히 걸어가 보련다. 그러다 보면 언젠 가는 열리겠지. 설령 그 길이 열리지 않더라도 내 머릿속에 지식이라는 무언가는 남아있을 테니까.
매주 화요일은 소설 올리는 날인데 이번 주와 다음 주는 쉽니다. 기다리시는 분이 많이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도의상 말은 해야 할거 같아 적습니다. ^^;;;
이유는 공모전에 도전해 보려 합니다. 돈을 보고 글을 쓰지 않지만 짧은 분량의 글인데 생각보다 많은 상금을 주네요.ㅋㅋ. 그렇다고 거짓 글을 쓰려는 건 아닙니다.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일단 들이밀어 보려 합니다.
그 핑계로 소설 쓰기도 조금 쉬려고 합니다. ㅎㅎ.
대신 공모전 이후로는 소설 쓰기를 빨리 끝낼 겁니다. 같은 이야기로 계속 글쓰기가 슬슬 지겨워지거든요.ㅎ
어쨌거나 저쨌거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쓴 글이 궁금하신 분들은 [작가소개 하단 -> 웹사이트 -> 제 인스타그램 -> 월간에세이 인스타 그램]을 통해(제 글이 올려져 있네요)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