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셔츠에 핏물이 번지듯 붉은 달이 떠올라 어둠을 빨갛게 물들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회색 소음은 풀리지 않는 매듭이 되어 주변을 어지럽게 감돌고
심한 멀미와 매스꺼움은 떠나온 뱃길의 나약한 마음속 채찍질이 되었다
나는 뜨거운 아스팔트 위 지렁이가 되어 몸을 뒤튼다
사막의 낙타였다면 두 개의 혹등이라도 있었을 텐데
홀로 남은 지렁이는 발가 벗겨진 맨몸으로 날카로운 비수와 같은 잔인한 열기와 사투를 벌인다
방향을 찾아갈 나침반은 사라져 버렸지만
마음 안에는 암흑 속 한 줄기 빛과 같은 사랑의 씨앗이 움트고
시간이라는 단비가 내려와 숨 막히는 열기를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씻겨내 준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낀 인생이지만 외롭고 고독한 그곳은
개와 늑대의 시간이 아닌 따스한 햇살 비추는 이른 아침이어라
나는 오늘도 아무도 없는 낯선 곳의 지렁이가 되어 옥토를 찾아 몸을 꿈틀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