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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 날

by 효라빠

<첫눈 오는 날>


하얀 솜꽃처럼 흐드러지게 첫눈 내리던 날

시린 손 꼭 부여잡고 있던 우린

시간이 흘러 또 첫눈이 내리면

서있는 이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었지


그날 함께 하자던 곳이 어디 인지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해졌지만

맑은 샘물 같던 너의 눈망울은 기억의 뒤편에서도

아스라이 가슴을 콩닥 거리게 한다


무심코 내다본 창밖에 토돌토돌 좁쌀같이 하안게 흩날린다

습관적으로 틀어놓은 라디오에서는

첫눈이라며 설레는 아나운서의 음성이

스리슬쩍 다가와 가슴을 콕콕 찌른다


거울 속 머리카락은 세월의 눈이 내려 하얗게 변해버렸지만

첫눈 오는 날 깜빡거리는 가로등 밑에서

살포시 입술 맞출 때 볼에 스치던 너의 시린 코끝은

마음속에 단단하게 굳어진 화석이 되었는지 잊히지 않는다


내가 나무라면 얇은 나이테가 시간의 향기를 머금어 두꺼워질수록

이별의 바람에 찬란히 버텨서 붉은 꽃 흩날리며 뿌리 깊게 세울 텐데

시나브로 늘어가는 주름만이 오래된 그루터기에 겹겹이 쌓인 빛바랜 낙엽이 되어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한다


첫눈이 내린다

그때 내리던 새하얀 첫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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