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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람의 구실 May 15. 2024

운동이 [중심]에 미치는 영향

허벅지 근육을 단단하게! 쏠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레그컬

현타가 갑작스레 찾아온 트레드밀 위에서 였다. 매일 쳇바퀴 똑같은 시간을 뛰고, 똑같은 강도로 운동하며 매일을 같은 루틴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물밀듯이 밀려온 것이다. 현타가 이렇게 한번씩 찾아올 때마다 집중력이 떨어지다보니 트레드밀의 전원을 끄고, 뛰다가 적도 있다.


"하프 마라톤이라도 해보지 그래?"

"좀 더 빼서 바디프로필 찍어봐!"


제일 살쪘던 몸무게를 기준으로 지금까지 통틀어 20kg를 감량했다. 아직은 그래도 조금 과체중이지만 내 몸무게에 만족하며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목표를 세워보는 게 어떻냐는 권유를 심심찮게 받는다. 사실 나는 뭔갈 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건 아니었는데... 그냥 살이 빠졌을 때로 원상복귀를 하고 싶었던 게 내 가장 큰 바람이었고, 난 그걸 이뤘기에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었다. 근데 왠지 이러면 안될 것 같았다. 하프마라톤을 해야할 것만 같고, 바디프로필을 해야할 것 만 같은 강박에 잠시나마 사로잡히기도 했다. 


'난 지금 뭘 위해 운동하고, 뭘 위해 살아가는 거지?'


내가 지금 일 하는 게, 내가 지금 쉬고 있는 게, 또 내가 지금 뭔갈 시도해보는 게 잘 하고 있는게 맞는지 싶을 때가 있다. 앞날을 미리 볼 수 있는 예지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그런 초능력이 없기에 불안해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은, 나만 뒤쳐지는 것 같은 두려움은 현대인들의 질병과도 같다. 이에 대한 솔루션을 하루라도 빨리 찾지 않으면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날 지경이니 마음까지 급해진다. 유투브나 TV 등의 대중매체는 이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뒤쳐지지 않는 법', '경제적 자유를 얻는 꿀팁 3가지' 등의 썸네일은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게 명확한 답을 떠먹이듯이 줘도 오히려 무기력감만 더해지는 건 왜일까?


분명 더 성장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지만 '무엇을 위해' 나아가야 하는 지를 아직 찾지 못했다. 아니, 사실 찾은지는 오래지만 포기했다고 하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앞서 말한 바디프로필, 하프마라톤도 같은 맥락이긴 하다. 이제야 목표를 이뤘는데 또 다른 목표가 생긴다면 마음이 꽤 무거워질 것 같아서 아직은 망설이는 중이다.


한동안 중심을 잃었던 게 아닐까 싶다. 결국은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것도 본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마음만 먹으면 1시간 안에 썼던 이 글을 무려 3주 가까이 미루면서 발행도 못한 채 망설였던 것도 운동을 할 이유를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잃어버린 중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니, 결국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건강'을 위한 것이었다. 건강하게 체력을 기른 김에 살도 빠진 거고, 어쩌다보니 체력도 단련이 된 거다. 다이어트든 하프마라톤이든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것들이 목표가 아닌 목표에 원동력을 더하는 수단이었던 것 같다.


몸의 무너진 중심을 되찾는 방법 중 하나는 허벅지 근육을 키우는 건데, 쏠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이 '레그컬' 동작을 나는 참 좋아한다. 이렇게 부끄럽게나마 영상을 찍어보니 엉덩이, 허벅지 근육에 힘이 딱 실리는 게 보인다. 


목표인 줄로만 알았던 수단에 더 이상 마음이 동요되지 않으려 한다. 대회도 나가고 싶으면 나가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겠지. 이제는 목표에 치중하지 않으려 한다. 그냥 하면 되고, 그냥 살아가면 된다. 건강이라는 이름의 중심만 잘 갖춰져 있다면 괜찮다. 정해놓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 살다보면 정해져 있는 그런 실존주의대로 운동을 다시 해보련다.


하체에 힘이 들어가는 게 보여서 뿌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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