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근육을 단단하게! 쏠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레그컬
현타가 갑작스레 찾아온 건 트레드밀 위에서 뛸 때 였다. 매일 쳇바퀴 돌 듯 똑같은 시간을 뛰고, 똑같은 강도로 운동하며 매일을 같은 루틴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물밀듯이 밀려온 것이다. 현타가 이렇게 한번씩 찾아올 때마다 집중력이 떨어지다보니 트레드밀의 전원을 끄고, 뛰다가 만 적도 있다.
"하프 마라톤이라도 해보지 그래?"
"좀 더 빼서 바디프로필 찍어봐!"
제일 살쪘던 몸무게를 기준으로 지금까지 통틀어 20kg를 감량했다. 아직은 그래도 조금 과체중이지만 내 몸무게에 만족하며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목표를 세워보는 게 어떻냐는 권유를 심심찮게 받는다. 사실 나는 뭔갈 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건 아니었는데... 그냥 살이 빠졌을 때로 원상복귀를 하고 싶었던 게 내 가장 큰 바람이었고, 난 그걸 이뤘기에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었다. 근데 왠지 이러면 안될 것 같았다. 하프마라톤을 해야할 것만 같고, 바디프로필을 해야할 것 만 같은 강박에 잠시나마 사로잡히기도 했다.
'난 지금 뭘 위해 운동하고, 뭘 위해 살아가는 거지?'
내가 지금 일 하는 게, 내가 지금 쉬고 있는 게, 또 내가 지금 뭔갈 시도해보는 게 잘 하고 있는게 맞는지 싶을 때가 있다. 앞날을 미리 볼 수 있는 예지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그런 초능력이 없기에 불안해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은, 나만 뒤쳐지는 것 같은 두려움은 현대인들의 질병과도 같다. 이에 대한 솔루션을 하루라도 빨리 찾지 않으면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날 지경이니 마음까지 급해진다. 유투브나 TV 등의 대중매체는 이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뒤쳐지지 않는 법', '경제적 자유를 얻는 꿀팁 3가지' 등의 썸네일은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게 명확한 답을 떠먹이듯이 줘도 오히려 무기력감만 더해지는 건 왜일까?
분명 더 성장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지만 '무엇을 위해' 나아가야 하는 지를 아직 찾지 못했다. 아니, 사실 찾은지는 오래지만 포기했다고 하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앞서 말한 바디프로필, 하프마라톤도 같은 맥락이긴 하다. 이제야 목표를 이뤘는데 또 다른 목표가 생긴다면 마음이 꽤 무거워질 것 같아서 아직은 망설이는 중이다.
한동안 중심을 잃었던 게 아닐까 싶다. 결국은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것도 본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마음만 먹으면 1시간 안에 썼던 이 글을 무려 3주 가까이 미루면서 발행도 못한 채 망설였던 것도 운동을 할 이유를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잃어버린 중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니, 결국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건강'을 위한 것이었다. 건강하게 체력을 기른 김에 살도 빠진 거고, 어쩌다보니 체력도 단련이 된 거다. 다이어트든 하프마라톤이든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것들이 목표가 아닌 목표에 원동력을 더하는 수단이었던 것 같다.
몸의 무너진 중심을 되찾는 방법 중 하나는 허벅지 근육을 키우는 건데, 쏠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이 '레그컬' 동작을 나는 참 좋아한다. 이렇게 부끄럽게나마 영상을 찍어보니 엉덩이, 허벅지 근육에 힘이 딱 실리는 게 보인다.
목표인 줄로만 알았던 수단에 더 이상 마음이 동요되지 않으려 한다. 대회도 나가고 싶으면 나가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겠지. 이제는 목표에 치중하지 않으려 한다. 그냥 하면 되고, 그냥 살아가면 된다. 건강이라는 이름의 중심만 잘 갖춰져 있다면 괜찮다. 정해놓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 살다보면 정해져 있는 그런 실존주의대로 운동을 다시 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