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로 끝나기 않게, 거꾸리로 마무리!
"평소에 거꾸리 해요?"
골반통증을 호소하던 내게 훅 들어온 질문. 나는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거꾸리를 시도해 볼 생각 조차 하지 않은 데다 운동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사람들이나 시간 때우기 위해 하는 거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도 망언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전직 헬스트레이너였던 동료 언니가 요즘은 내 골반 상태를 종종 체크해주곤 한다. 자세부터 스트레칭 방법까지 아낌없이 꿀팁을 전수해 주시는 덕에 운동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 물론 PT를 2년 전에 배우긴 했지만 오래전이라 까먹은 것도 있고, 또 혼자 운동을 하다 보니 다소 무식하고 과격하게 하는 부분들도 있어서 그런 부분들을 언니가 잘 잡아주시곤 한다. 이런 공짜 꿀팁을 나만 들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그런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전직 헬스트레이너에게 '거꾸리'라는 단어를 들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거꾸리를 꼭 해야 한단 말을 듣는 순간 나의 편견은 사라졌고, '쓰앵님!' 하면서 한번 해보고 싶어졌다. 의외로 거꾸리가 허리통증, 골반통증도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
생각해 보면 혼자 운동을 하면서 늘 간과했던 것 중 하나가 스트레칭이었다. 필라테스 30회 이후로 스트레칭과는 담을 쌓았더랬다. 근육이 찢어지는 듯한 그 고통이 싫어서 피했지만, 그렇게 고통을 피한 결과가 찌릿한 통증이라니... 차라리 근육 한번 찢어지는 게 낫겠구나 싶었다.
거꾸리 운동은 허리 쪽 디스크나 근육, 인대 등의 압력을 해소시킬 수 있으며 압력으로 인해 눌려있던 허리를 펴줄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척추협착증 운동이다. 몸을 거꾸로 매달리기 때문에 몸을 늘려주고 당겨주는 견인효과가 있어 올바른 자세를 유지한다면 거꾸리 운동이 척추관협착증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논문 역시 많이 발표되어 있다.
출처 : 모커리 한방병원 홈페이지
거꾸리를 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나. 체중 감량하면 뭐 하나... 이런 기본 적인 것도 몰랐는 걸. 하지만 자책은 여기까지만 하려 한다. 이제부터라도 하면 되지 뭐! 잠시나마 거꾸리를 무시했던 나를 반성하고서, 거꾸리 머신에 몸을 실었다.
우선 넘어지지 않게 발을 고정시켜 주고 본격적으로 몸을 거꾸로 기울여본다. 처음 할 땐 조금만 기울여도 얼굴에 피가 몰리는 느낌이 너무 괴로웠다. 게다가 또 점점 더 내리면 다리에 머리를 쿵 하고 받을 것 같은 괜한 걱정도 해봤다. 그러다 보니 며칠간은 경사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꽤 완만했다. 거의 일자로 누웠다 싶을 정도여서 지금 생각하면 민망하기도 하다.
하지만 거꾸리를 한 지 일주일이 된 지금 이제는 과감히 180° 각도의 수직으로 몸을 내려본다. 여전히 피가 쏠리는 느낌을 오랫동안 참아내긴 어렵지만 조금씩 시간을 늘려보려 한다. 어찌 됐든 이제 운동 후에는 꼭 거꾸리를 빼놓지 않는다.
근데 또 글을 쓰며 자료를 찾아보니까 너무 수직으로 하면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수직으로 기울였을 때의 짜릿함을 알아버렸기에 당분간은 피 쏠리는 고통을 즐겨보려고 한다. 내 골반이 다시 건강을 되찾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