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하게 공부한다는 것의 무게
우리 학교는 한 달의 마지막 주마다 레벨 테스트를 봤다.
이틀 동안 진행됐는데,
첫날은 쓰기 시험, 둘째 날은 말하기 시험이었다.
말하기 시험은 전주에 순서를 정했는데,
나는 늘 아침 일찍 보고 싶어 8시나 9시쯤 시험을 봤다.
거의 첫 번째나 두 번째 순서였다.
시험 주제는 사진을 보고
“이 사람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첫날, 쓰기 시험이었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앞자리가 아닌
뒷자리에 앉고 싶었다.
그냥 ‘오늘은 뒤에서 보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시험지를 받자마자 난이도가 꽤 높았다.
그때 내 수준은 B1 정도였는데,
모르는 단어가 많아 머리를 싸맸다.
그런데 앞자리에 앉은 친구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시험지를 보여줬다.
교수님은 컴퓨터 화면을 보느라 그 순간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리고 교수님이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그 친구가 앞을 보고 있었다.
옆 대각선에 앉은 남학생은 더 대단했다.
핸드폰을 제출하지 않고,
ChatGPT로 시험지를 찍어 답을 돌렸다고 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우리는 시험 보기 전에 항상
핸드폰과 모든 전자기기를 제출한다.)
나는 매번 정직하게 시험을 쳤는데,
그들은 서로 시험지를 보여주거나, AI에게 맡기거나,
“이거 맞아?” 하며 답을 주고받았다.
그 순간 정말 멘붕이 왔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싶었다.
그 친구들은 나보다 훨씬 어렸다.
그래서 더 충격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마음보다
그냥 점수만 잘 받으면 된다는 태도처럼 보였다.
약간의 배신감도 들었다.
그렇다고 나도 그 안에 섞일 순 없었다.
그건 나답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다시 앞자리에 앉았다.
조용히 시험을 보던 시간이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누가 보지 않아도 스스로 정직할 수 있다는 게
결국 나를 지켜주는 일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이상하게도 그 이후로 시험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점수보다 중요한 건
내가 그 언어를 진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됐다.
누군가의 답을 빌려 얻은 점수는
그 순간만 반짝일 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쓴 문장과 발음했던 단어는 몸에 남았다.
결국 공부라는 건 남들과의 경쟁이 아니라,
내가 어제보다 얼마나 나아졌는가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시험 때마다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오늘도 내 힘으로 해보자.”
그게 내가 이탈리아에서 배운
또 하나의 수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