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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솔 Sep 17. 2022

사랑의 순기능

미드 <프렌즈>


그저 단순히 재미로보던 미드 <프렌즈> 재미를 넘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영광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다양하고 타당한 수많은 이유들이 존재하나 가장  이유는 모니카와 챈들러가 보여주는 관계 때문이라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게이가 된 아빠와 너무 많은 남자를 사랑하는 엄마 밑에서 외롭게 자란 '챈들러'는 진지한 관계 형성은 어렵고 두려워 늘 도망치고 피하기만 했던 사람이며, 친오빠 로스와 비교당하느라 제대로 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란 '모니카'는 부족한 자신이 싫어 뭐든 완벽해야 한다는 다소 강박관념이 있던 사람이다.



이 처럼 어딘가 짠하고 유난히 결핍 많은 둘은 어느 날 눈이 맞아(?) 급속도로 관계에 불이 붙게 되는데 '응..?' 하는 당황스러움과 '역시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는 건가'하는 식상함에 살짝 아쉬움을 느꼈으나, 사실 원체 좋아했던 캐릭터들이라 빠르게 눈 감아 줄 수 있었다. 또한 둘의 관계가 점점 진지해지면서 볼 수 있는 알콩달콩한 장면들은 정말이지 볼 때마다 너무 사랑스러워 이불 차기를 동반한 엄마미소를 짓게 만들어 주는데, 때문에 보는 재미가 더 해진다.



그리고 앞 서 말한 것처럼 이 부분이야 말로 내가 미드 <프렌즈>를 더욱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데, 단순히 둘의 모습이 재밌고, 보기 좋아서가 아니다. 모니카와 챈들러가 보여주는 즉,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만 볼 수 있는 따뜻한 행동과 긍정적인 변화들이 내 마음을 순하게 만들어 주고 다시 한번 더 진실된 사랑을 꿈꾸게 해 주기 때문이다.



모니카와 챈들러가 서로 사랑을 하고 친밀해지는 모습을 보다 보면 '와, 저거야 말로 내가 여태껏 바라 온 사랑하는 사이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 아닌가?' 라며 짜릿한 희망감을 가지게 되는데 그게 또 괜히 나를 한 없이 작게 만들기도 한다. (좋다 했다가 작아진다고 한다니, 역시 내 속엔 내가 너무 많다)



물론 <프렌즈>에서 보여주는 모니카와 챈들러의 사랑 또한 어쩌면 방송 매체가 보여주는 주입식 로맨스 혹은 드라마에서 흔히 볼 법 한 신데렐라 이야기와 같은 일종의 환상 심어주기 아니냐? 하는 염세적인 의심이 들어서는 탓도 있겠으나 솔직히 말하면 '나는 단 한 번도 저런 적 없는데..' 하는 무경험에서 오는 쓸쓸함 때문이기도 하다.



개개인마다 추구하는 삶의 목적은 다르겠으나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삶의 목적은 나 하고 '꽤' 잘 맞는 좋은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싸우고 또 사랑하며 사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 있어 모니카와 챈들러의 모습은 내가 바라던 삶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부족한 둘이 만나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혹은 채워주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결함이라 여기지 않으며 서로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해주고 인정해주는.. 서로에게 한 없이 사랑스럽고 듬직한 존재가 되고, 되어준다는 것.



물론 이 둘도 처음부터 완벽하진 않았다. 둘 다 유별난 성격 상 싸우기도 꽤 싸우지만 튼튼한 사랑과 믿음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그들의 싸움은 모욕과 상처로 끝나는 일이 절대 없다. 오히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상투적인(오글거리는) 멘트처럼 둘의 사이는 갈수록 더 단단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초반 시즌에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상상조차 안 한) 챈들러의 수퍼 두퍼(super-duper) 사랑꾼 모습은 참으로 놀랍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한 번, 잊고 있던(잊고 싶었던) 사랑의 순기능을 다시 믿고 싶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순기능이란 '나는 원래 안 이랬는데 너 덕분에 (좋게) 변했어!' 하는 것이다. (내가 만난 새끼들은 대부분 '난 원래 이래'와 같은 아쉬우면 네가 맞춰라 라는 개 같은 멘트를 주로 날렸다.) 저 말은 대부분 챈들러가 모니카한테 많이 하는 말인데, 저게 단순히 듣기 좋으라고 하는 아부성 멘트가 아닌, 진짜 너무 좋아서, 이런 경험을 하게 해 줘서(근데 그게 너라서 더) 고맙고 행복해서 나오는 말과 행동이란 것이다.



더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으로 변하게 해 주는.. 오직 진정한 사랑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마음과 긍정적인 변화들. 모니카와 챈들러는 서로를 통해 이런 변화를 경험하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나 또한 그들을 통해 잊고 있던 (사실상 이제는 믿기가 어려워진) 사랑의 순기능을 다시 한번 더 꿈꿔 보게 한다. 물론 현실은 그러지 못해 상처만 남은 나지만 '그래도 속는 셈 치고 딱 한 번만 더 믿어볼까?' 하고 용기를 갖게 해 준다는 대목에서 나는 이 드라마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내가 너무 드라마에 심취해 사랑을 이상적으로 거대하게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나는 또 사랑타령이나 하고 있는 한심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올라오지만, 오늘만큼은 그냥 의심 없이 믿고 싶다. 나에게도 그런 사랑이 찾아올 수 있다고. 환상의 얘기가 아니라고.



완벽하지 않은 두 사람이 만나 완벽을 넘어 완전함에 가까워지는 챈들러와 모니카를 보며 이제는 웃음보단 주책맞은 눈물이 나와 휴지를 들고 시트콤을 보는(시트콤 보다 더 시트콤 같은 내 모습을)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분명 있을 거라고 오늘은 그냥 믿고 싶다.




마지막으로 사랑이 아무리 지겹다 한들 세상사 결국은 사랑이 다하는 거 아닌가. 사랑타령 또한 지겹도록 질린다 해도 그 타령도 끝끝내 끝은 없을 것이다. 세상에 사랑을 이길 대적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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