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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솔 Aug 15. 2022

역시 난 사는 게 뭔지 잘 모르겠고

정답은 없고 오답만 많을 것 같을 때

요즘 나는 사는 게 뭔지 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건강에 적신호가 뜬 아빠의 속은 내가 알 길 없지만 아빠는 그저 덤덤한 말투로 '잘 고쳐서 돈 좀 더 벌어야지'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정말 사는 게 뭐라고' 싶었다. 살아가는데 돈은 너무 중요하지만 결국 사는 것이 돈으로 끝나버리는 현실이 나는 괴로운 것이다. 하지만 그 괴로움 역시 '나는 왜 그 돈이 없는가?'에 대한 분노감과 한심함이 섞여있는 괴로움일 것이다. 결국 내 인생 또한 돈으로 끝나버리는 것이다. 이럴 때면 꼭 가슴에 염증이 생기는 기분이 든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만 오답은 몇몇 명확하게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렇게) 살다 간 인생 좆되는 거야...'와 같은 대사에서의 (이렇게)에 들어갈 모든 것이 그러할 것이다. 내가 살아온 인생엔 몇 개의 오답이 칠해져 있을까. 아무래도 요즘 같은 기분으론 내 인생 전체가 오답인 기분이다.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계획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잘 알면서도 난 계획을 곧잘 세운다. 어쩌면 이것은 앞으로 다가올 무수히 많은 불확실함 들을 통제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겠지. 그리고 통제하려는 그 마음은 두려움이 기반된 감정일 것이다. 두려움을 가지고 위험을 대비하는 것은 신중함을 키우는 데에 꽤나 도움이 되겠으나 반대로 모든 걸 통제하려는 삶이 과연 좋은 삶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누군가는 인생은 절대 알 수 없는 거라 더욱 재밌는 거라던데. 하지만 인생에 정답은 없는 것. 이것 또한 무엇이 더 낫다고 확정 지을 순 없을 것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현재를 살아내라고. 돌고 돌아 내가 얻은 답 또한 그뿐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 통제할 수 있는 일을 통제하는 것. 그것 만이 가장 답에 가까울 것이라는 게 요즘 같이 더러운 기분으로 내린 결론이다.




지금에 집중하는 일뿐만이 두려움으로 점철되어 있는 내 하루하루를 조금 유하게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는 작은 바람을 가지는 것 말이다. 아파도 돈을 벌어야겠다는 아빠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어쩌니, 씩씩하게 살아내야지'라고. 60을 넘게 살아온 사람이 하는 말은 저렇게 덤덤하고 묵직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죽지 않을 거라면, 지금 살아야 하는 거라면 그게 좀 더 답에 가까운 거겠지.




하지만 역시 난 사는 게 뭔지 잘 모르겠고. 평생 살아도 명확한 답을 내릴 수도 없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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