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_찐친구1

by 김솔현

5학년이 되면서 내가 성숙해져 가는 건가. 슬금슬금 주변에 친하게 지내게 되는 반친구들이 생겼다. 그 중.... 한 명은 민정이였다. 이 친구는 4학년에 우연히 알게 되면서 다른 반으로 갈라져서도 같이 학교를 다니고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유익한 친구가 되었다. 그 동안 나에게 그다지 영향이 미미했던 그냥 어중이 떠중이들이였다. 나 혼자 이렇게 생각했다. 5학년 때 참 많은 일들이 있긴 했다. 40대가 된 지금 되돌아보면 사회를 다 5-6학년 때 압축적으로 배운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삼각관계라는 사랑이라는 것도 겪어보고, 여러 소문에 휩쓸려 우왕좌왕하면서도 그 속에서 대처 방법을 터득하기도 하고 그랬다. 누구의 도움이 아닌 나 혼자만의 힘으로 다. 남에게 부탁하는 걸 못했다. 내향적이여서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된다고 부모에게 배웠기 때문이다. 거절도 못했다. 왠만하면 다 들어주었다. 그래서 어쩔 땐 ‘바보’로 통하기도 했나보다. 그런데 곧잘 했다. 그러니 더욱 시킨다. 그래서 결국 5학년 때 조금씩 거절하기 시작했다.


그 계긴 민정이의 영향으로 만화책에서 글자만 있는 책으로 옮겨가면서다. 만화책은 내가 아기 때부터 동화책에서 옮겨서 만화책으로 간 거였다. 90년대 분위기는 만화책은 백해무익하다고 하여 기피대상이였다. 근데 백해무익하지 않은데 말이다. 난 만화책에서 많은 예절을 배우기도 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친구는 글자로만 있는 책을 좋아했고, 나는 만화책을 좋아했다. 거기에 그림그리는 걸 공통점이였다. 거기에 되돌아 보면 내가 참 이기적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이 친구 집에 놀거리가 많았다. 게임기, 자전거, 인형들, 레고들..... 거기에 민정이 남동생과도 잘 어울리게 되었다. 거의 집근처에 살던 민정이 집에 거의 내 집마냥 기거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민정이 집은 좀 가난했다. 연립주택에 살고 부모님은 거의 집을 비우셨다. 주말 부부도 엄마는 교회일에 집을 비우기 일쑤여서 남매끼리 점심을 해 먹고 그랬다. 그 때마다 내가 와서 놀아주었다. 내 엄마는 얘가 어디가서 노나 했을 거다. 거의 집 대신 이 친구 집에 한나절을 기거했으니까.

정말 재미가 있었다. 게임을 알게 되고, 그 동안 못 갖고 놀았던 바비인형, 미미 인형으로 인형 놀이하며 연기도 하면서 옆에 민정이 남동생도 레고로 끼게 하며 재미있게 놀았다.

민정은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는 게임에 빠져서 민정이 남동생과도 잘 놀아줬다. 어쨌든 이 친구는 어땠는지 몰라도 나는 재미가 있었고 즐겼다.

그러면서 나는 잠시 교회를 민정이 가족이 운영하는 개척교회로 옮기게 되었다. 여전히 감리교회를 잘 다니고 성경학교와 캠프, 어린이 성가대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 바쁘기도 했다. 그 와중에 민정이와도 사이를 돈독히 하고 있었으니 학교-교회-민정집- 우리집의 패턴이였으니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오로지 집은 잠을 자기 위한 곳이 되어 버렸다. 부모와도 좀 소홀하게 되었다. 아마도 이 때 사춘기가 왔나? 집에 있는 것보다 친구들과 있는 게 재미가 있었다. 다양한 성향의 친구들을 만났지만 가장 친했던 민정이가 기억에 남아 있다.


“오늘은 어떤 요리를 해 먹을까?”


민정이 집에서 언제나 엄마가 밖으로 출타해서 남매 둘이서 요리를 해 먹기 일쑤였다. 그 곁에 내가 꼈다. 라면은 지겹고 한 번 내가 엄마 옆에서 본 김치볶음밥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밥짓기는 자신있었고 밥은 압력솥이 아니라 전기밥솥이 해주기에 쉬웠다. 김치볶음밥을 엄마가 하는 법을 기억해내야했다.


“음..... 그니까, 참기름인가? 들기름이던가.... 기름을 두르고 고추장도 넣고, 당연히 김치도 송송썰자. 먹기 좋게 썰자. 어... 잘 한다. 그러면 들기름 같은 거 없으니 참기름 넣자.”


내가 말하며 민정이가 내 레시피 읊은 대로 척척 해냈다. 나는 손이 좀 둔한 편이고 민정은 야무졌다. 내가 하는 거 보고 나가서 레시피 읊으라고 하고 자신이 했다. 민망쓰..... 옆에 민정이의 남동생은 자신의 누나가 일하고 내가 보조로 거드는 거 보고 혀를 찼다.


“수현 누나는 잘하는 게 뭐야?”


지 누나만 일한다고 삐져서 한 소리 한다. 어... 자전거 잘 타고, 민정이 보다 학교성적도 좋고, 대인관계도 무난하고....어, 또 뭐 있다라? 그러나 나는 입밖에 내지 않고 미소만 어색하게 질 뿐이였다.

그렇게 어설픈 김치볶음밥이 아닌 요리나 손으로 하는 건 일가견이 있던 민정이가 제대로 뚝딱 만들었다. 엄마가 한 김치볶음밥보다 더 맛났다. 이 불맛! 엄마표는 이런 맛이 나지 않았는데.

이 남매는 둘 다 유난히 손이 야무져서 뭐든 잘 만들었다. 난 이 점이 부러웠다. 난 머리와 손이 따로 놀아서 화가 날 정도였다. 부족한 부분은 사람과 어울리며 부리라는 하늘의 뜻인 건가?

맛있게 김치볶음밥으로 점심을 먹고 우리 셋은 TV앞으로 앉아서 게임기를 연결했다. 바로 조이스틱을 이용해 수퍼마리오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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