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 났다.
나는 지금 30대 이후로 계속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겉은 멀쩡한 데 심각한 병을 앓고 있다.
그리고 상급병원 주치의는 이제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취업/여행을 하지 말라고 강하게 말했다.
나는 우울증에 선택적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 우울증은 다들 알겠지만 기억상실증까지 와서 참 난감할 뿐이다. 그래서 어디 가면 보호자와 꼭 같이 가라고 주치의가 신신당부한다. 절대 혼자 다니지 말라고. 이러다 숨어서 다 할 수 있다. 아직까지 별 탈 없이 지냈기 때문이다.
나는 우울증은 내 기억으로 중학교때에 생긴 거 같다. 근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심해진건 직장생활을 하면서다. 중학교때부터 하도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여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왕따는 당하지 않고 다른 학우들과도 잘 지냈지만 가면성우울증이라 아무도 눈치를 채지는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20대가 되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하면서 우울증이 심해졌다. 나중에 주치의 만나고 하는 말이 자살을 안 한 게 용하다고 했다. 자학이 유달리 심했는데 신체적 학대도 하지 않고 심리적으로 자학을 심하게 했다. 신체 학대를 하지 않은 건 몸에 생채기 내는 것이 싫었다. 무엇보다 무기력이 심하게 와서 자살 시도도 하기 싫었다. 아니, 못했다. 계획세우는 자체가 너~무 귀찮았다. 그러나 어딘가에 집중하면 마음 편해서 나를 십자수를 넣으며 내 심신을 달랬다.
심한 우울증의 증상으로 무기력증, 불면증이 같이 왔다. 자살 충동도 있다는 데 자살충동은 없었다. 거기에 난 한국인들만 있다는 ‘화병’도 앓고 있다. 화를 낼 줄 몰라서 속앓이가 화병으로 돌아왔다. 우울증에 심리적 자학도 심해서 세상 쓰레기처럼 느껴져서 살기도 싫었는 데 꾸역꾸역 살아갔다. 미래의 내가 어떨 것인가하는 상상도 함께.
지금의 글 쓰고 있는 날 있게 해준 과거의 나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 과거에 삶을 포기했다면 지금 글 쓰는 내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나의 30대는 정말 치열한 병과의 사투였다. 지금은 병을 이겨 정상인보다 더 정상인이 되어 주치의가 기뻐하지만 약을 먹지 않음 병이 심한 상태로 돌아가기에 상급병원을 평생 다니게 되었다. 약도 여러 종류의 알약을 사용했는데 지금 딱 두종류의 약만 쓴다. 이 약 정말 나에게 잘 맞는다. 지금 먹는 약을 10년 넘게 먹는 데 몸에 잘 맞아서 빼 먹지 않고 먹는다. 사실 지금 예전에 비해서 심해져서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몸을 거들 수 없도록 늘어진다.
약을 먹지 않으면 정말 정신이 흐리멍텅해서 잠만 청하게 된다.
약 중독될지 모른다고? 다행히 2014년도에 처음 나온 신약들이라 중독되지 않고 금단현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한다. 이러니 내가 15년을 먹었지. 끊을 수 있다. 그래서 중독이 되지 않은 거란다. 그렇지만 난 앞으로도 계속 먹어야 한다.
우울증은 치매로 갈 수 있다한다. 치매….. 뇌세포가 파괴되는 악질의 병이다. 모든 사람들이 걸릴 수 있는 병이란다. 요즘 같이 스마트한 세상에서 두뇌를 너무 쓰지 않으면 젊은 디지털 치매라는 것도 생기게 된다. 멍하니 영상만 바라보고 아무런 두뇌활동을 하지 않으니까. 무엇보다 두뇌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억상실증도 생겼다. 우울증과 함께 맨 처음부터 있던 게 아니고 2021년에 처음 나타났다. 단순히 이불 갠 기억이 사라졌다. 그리고 몇 개월 뒤에 커피 마신 기억도 사라졌다. 즉, 난 과거가 사라진 거다. 사라진 과거는 짧게는 몇 초에서 1시간 정도가 사라진다. 그리곤 추리를 통해 내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아내기도 한다. 이건 우울증과 상관없이 나타났다. 너무 두뇌를 돌려서 과부하 걸린 듯하여 주치의가 쉬라고 해서 두뇌활동을 3-4개월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두뇌에 때가 낀 것처럼 둔해졌다. 오죽하면 그 날의 하루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부모님이 놀라셨다. 이틀을 기억이 나지 않아서 일기를 쓰지 말라던 엄마도 일기 꼬박꼬박 쓰라고 태세전환을 하셨다. 다 내가 살려고 하는 거다. 한 마디로 <내 머리 속 지우개>라는 옛 영화 제목과 같다. 이 영화 여주인공은 치매로 갔다지만 기억상실증은 그냥 말 그대로 치매와는 상관이 없다고. 단지 심하면 매일이 새로워 놀라움의 연속이라 환자 본인이 힘들어 질 뿐이란다.
그래서 난….. 대외활동을 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나홀로 여행금지다. 가도 보호자와 같이 가라고 한다. 혼자서 다니지 말라고. 어떤 일이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무룩. 뭔 일이 일어날 지 알 수가 없어서란다. 난 병이 심해서다. 그러나 겉은 멀쩡하니 정상처럼 보여 주변인들은 내가 아픈 사람이란 걸 아는 이는 없다. 다행이지. 30대 투병하면서도 잠깐이라도 일을 할 수 있었다. 그 때 무리했다고 하여 40대가 된 지금 절대 일하지 말라고 한다.
다음 내용은 내가 투병한 방법에 쓸 거다. 두뇌가 파괴되지 않고 잘 유지하고 더 좋아졌다 해서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한다. 다음 편에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