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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숲 May 08. 2020

나를 길러준 이들에게

노래의 말들 2. 엄마 / 그대에게 - 강아솔


낯설다. 

라는 단어가 강하게 느껴지는 건 낯설만한 것을 표현할 때가 아니라, 익숙하던 것에서 낯섦을 발견할 때다. 가족이 낯설 때가 있다. 내가 아기 때 어항에 볼펜을 실컷 집어넣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 아빠가 소개팅에서 엄마의 관심을 끌기 위해 기타를 쳤다는 얘기를 들을 때, 나는 어렴풋하게만 기억하는 옛 집을 회상하며 어른들끼리 웃을 때 그렇다. 5월이면 가족이 떠오르고 떠올리면 낯설어진다. 


강아솔 님은 말하듯 노래한다. 심장에 말을 차곡차곡 얹듯 노래한다. 


강아솔 <그대에게> - 당신이 놓고 왔던 짧은 기억

그럴 수없이 사랑하는 나의 벗 그대여 

오늘 이 노래로 나 그대를 위로하려 하오 

하루하루 세상에 짓눌려 얼굴 마주 보지 못해도 나 항상 그대 마음 마주 보고 있다오 

겨를 없이 여기까지 오느라 손 한 뼘의 곁도 내어주지 못해 불안한 그대여 

나 그대 대단치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오 


그럴 수없이 사랑하는 나의 벗 그대여 

오늘 이 노래로 나 그대를 위로하려 하오 

하루하루 세상에 짓눌려 더뎌져가는 우리지만 나 그대 허다한 마음 다 받아줄 수 있다오 

기다려주는 이는 없다며 그 어디에도 머물지 못한 채 지쳐버린 그대여 

나 그대 대단치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오 

이 노래가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오


그대

‘그대’는 낯선 단어다. 일상에선 거의 쓸 일이 없고 노래에서도 많이 사라진 단어다. 사라질수록 특별해진다. 노래를 들으면 그대가 부모님 같기도, 자녀 같기도 했다. 오래 망가진 어깨와 무릎으로 삶을 무게를 지어온, 이젠 흰머리를 셀 수도 없게 된 부모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고 싶은 자녀가 하는 말, 혹은 이제 막 사회에 나와 정신없이 힘들어하는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가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고백하는 듯하다. 


나 그대 대단치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오

대단치 않아도 사랑하는 것만큼 큰 위로는 없다. 우리는 사랑받을 이유를 만들려 노력하면서도 노력 없이 사랑받고 싶어 한다. 평범하고 자랑할 데 없는 가족이 위로가 되는 순간도 그렇다. 내 상황이 잘 풀리고 걱정거리가 없을 때보다 내가 대단치 못할 때, 어깨가 축 늘어진 나를 평소처럼 대하고 밥을 먹이는 이들이 가족이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가족에게 고마운 마음을 말하기란 어렵다. 왠지 오그라들고 지금이 아니어도 기회가 있을 것 같아. 굳이 말을 해야 아는 존재임을 알면서도 ‘굳이 말로 해야 하나’란 핑계를 댄다. 그래서


이 노래가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오

말로 전하지 못한 말은, 입 밖이 아니라 목까지만 올라왔다 도로 삼켜진 말은 노래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는 언젠가 ‘작은 위로’가 필요한 자들을 만난다. 


강아솔 <엄마> _ 정직한 마음

딸아 

사랑하는  딸아 

엄마는  염려스럽고 미안한 마음이다 

날씨가 추워 겨울이불을 보낸다 

딸아 사랑하는  딸아 엄마는  염려스럽고 미안한 마음이다 

귤을 보내니 맛있게 먹거라 

엄마는  말씀하셨지 내게 엄마니까 모든     있다고 

그런 엄마께 나는 말했지  말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말이라고 

남들이 뛰라고   멈추지 말라고   엄마는  손을 잡고 잠시 쉬라 하셨지 

남들이 참으라   견디라고 말할 때에 엄마는 안아주시며 잠시 울라 하셨지 

 갚지도   빚만 쌓여가는구나



겨울 이불, 귤

보드랍고 따뜻한 겨울 이불, 노랗고 신 귤이 그려진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면 집안일의 방대함에 놀란다. 설거지는 왜 이렇게 자주 해야 하고 빨래는 왜 이렇게 빨리 쌓이는지, 매일 청소하기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밥을 차려 먹는 것은 위대한 일이다. 퇴근을 하고 나니 내 시간이 없고 주말엔 지친 몸을 눕히느라 신나게 놀지도 못한다. 겨울이 되어 보일러도 실컷 틀지 못하고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을 때 귤이 온다. 겨울 이불이 온다.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 ‘잠시 쉴 수 있는 곳, 잠시 울 수 있는 곳’이다.


엄마

노래를 들으면서 어머니도 떠올렸지만 어머니 같은 분들이나 어머니의 따뜻함을 느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나를 기른 수많은 존재들, 내가 기댄 수많은 존재들. 나를 숨겨주고 쉬게 해 준 사람들. 괜찮다고 말해준 사람들. 엄마처럼 변했다가 금방 낯설어진 사람들. 나도 어쩌면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나를 길러준 사람들이, 내게 엄마였던 사람들이 보고 싶어 지는 하루다. 


- 노래의 말들/ 김숲

가사를 읽고 소개하는 방송(노래의 말들)을 합니다. 아래 링크에서 들어주세요. ^^

팟빵 http://www.podbbang.com/ch/1775927?e=23512427

네이버오디오클립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406/clip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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