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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숲 May 18. 2020

성년의 날, 어른이 된 이들을 위한 노래

노래의말들3. 꿈꾸던 어른이 되셨나요? 

가사가 좋은 노래를 소개하는 '노래의말들'에서 성년의 날을 맞아 <저도 어른이거든요>_델리스파이스, <어른이 된다면>_김뜻돌 을 읽고 소개했습니다. 

- 팟빵 http://www.podbbang.com/ch/1775927?e=23531282

- 네이버오디오클립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406/clips/3


저도 어른이거든요 - 델리스파이스 

1995년에 결성된 델리스파이스의 2003년 발매된 5집 앨범 ‘espresso’에 삽입된 곡이다. 5집은 영화 <클래식>에 삽입되었던 ‘고백’이 수록된 앨범이다. ‘중1 때까지 늘 첫째 줄에’라는 ‘고백’의 첫 소절이 청자를 단숨에 중학시절로 소환하듯 ‘저도 어른이거든요’도 첫 소절부터 듣는 이를 회상하게 한다.

내가 어렸을 적에 엄마 칭찬이 좋아서

말 잘 듣는 아이인 척했던 시간이 많았더랬죠

이젠 세월이 흘러 저도 어른이거든요 

하지만 어릴 적 그 모습을 버리진 못했나 봐요

아 변명하려 했지만 

착한 사람 착한 사람이 무슨 소용 있나요

내 감정조차 속여 온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일 뿐일 걸요

그래요 그런 거죠 

상처 받기 싫어서 보험 드는 기분으로

그저 상냥하게 대한다면 알아줄 거라 믿었죠

돌려받기 위해서 베푸는 나의 친절은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그땐 몰랐어요

아 무얼 잘못한 거죠 

착한 사람 착한 사람이 무슨 소용 있나요

내 감정조차 속여 온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일 뿐일걸요

이제는 난 몰라요 

잘하려고 잘해 보려고 내 딴엔 노력한 건데

어쩌다 한번 불평으로 

그랬구나 그게 너의 본모습이었구나

이런 말은 너무해요 

세상은 불공평해


착한 사람이 무슨 소용 있나요

어릴 적엔 ‘착하다’와 ‘나쁘다’의 개념이 제법 분명했다. 만화에서도 동화책에서도 사람은 착한 놈 이거나 나쁜 놈이었다. 나쁜 놈은 착한 놈을 괴롭히고 착한 놈은 괴롭힘을 당하고 힘들어도 항상 이겼다.  

‘착하다’와 ‘나쁘다’가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 언제였을까. 규칙을 지켰다가 융통성이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착한 줄 알았던 전도사님이 노숙자를 교회에서 쫓아내는 걸 보았을 때, 호의가 꿍꿍이가 되고, 관심을 집착으로 오해받았을 때, 내가 욕하던 사람이 박수를 받고, 박수받는 사람의 못된 모습을 보았을 때 ‘착한 게 뭐지’라는 질문은 바뀌었다. 착한 게 좋은 건가? 좋은 게 착한 건가?

그러다가 착한 어른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어른이 되었다. 되고 말았다. 착함 따위 생각하지 못할 만큼 머리가 복잡해서인 것 같기도, 착함도 생각하지 못할 만큼 생각이 없어진 것도 같다. '착하다'와 '나쁘다' 사이 존재하는 넓은 회색지대를 알게 된 것도 같고, 사람은 너무 복잡한 존재라는 핑계로 착하니마니 판단을 유보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적어도, 착한 사람은 우습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착한 사람은 소용이 없지만, 소용이 없는 것이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님을 아는 어른이고 싶다. 


어른이 된다면 - 김뜻돌 

델리스파이스가 결성되던 해 김뜻돌은 태어났다. 본명은 김지민(뜻지, 아름다운 돌민)을 한글로 풀어서 뜻돌로 예명을 지었다고 한다. 매력적인 목소리와 더불어 가사를 참 잘 쓴다는 생각이 드는 가수다. 김뜻돌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channel/UCIUbXhcpDmWajKpB7rOZcmg)에는 뮤직비디오가 많은데, 목소리, 가사, 멜로디, 뮤직비디오가 참 잘 어울린다. 올해 1월 발매된 디지털 싱글 <어른이 된다면>, 그녀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었을까. 

내가 어른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멋진 남자친구와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을까

내가 어른이 된다면 만화에서 보던 악당들과 

정의를 위해 맞서 싸우며 

어리고 약한 것들을 지키고 있을까

애초에 나쁜 사람이란 존재하지도 않았고 

닳고 닳은 이름의 이해관계 속에서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지 

가끔 내가 내가 내가 내가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쾅 알게 되는 것 같을 때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내가 어른이 된다면 

사랑이란 단어 앞에 두고 한 계절이 지날 때까지

혼자 두지 않았음 좋겠어

내가 어른이 된대도 

그때도 지금처럼 아이들의 말투를 꾹꾹 눌러 담아서 마음으로 말하고 싶어

앞으로 나가기보단 뒤를 보는 법을 배웠고 

싸우기보단 지키는 것이 어렵단 걸 어렵단 걸 알았지

내가 성공하는 것보다 그놈의 성공을 지켜보기가 더 

문법은 자꾸 틀리는데도 마음이 맞는 말을 하기가

나는 그렇게 싸우는 법을 잊어버렸네 

나는 그렇게 이기는 법을 잊어버렸네

나는 그렇게 싸우는 법을 잊어버렸네 

지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내가 어른이 된대도

어른이 된다면 악당과 싸우고, 약한 것을 지키고, 사랑을 혼자 두지 않고 싶었던 화자는 '어른이 된대도 아이들의 말투를 꾹꾹 눌러 담아 말하고 싶다'라고 고백한다.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것에서 어른이 되어도 지켜내고 싶은 것으로 화자의 시선이 이동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언갈 지켜내는 일일지도, 반대로 무언갈 잃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재밌던 놀이가 시시해지는 것, 신기하던 것이 궁금하지 않게 되는 것, 눈물을 흘리던 것이 더 이상 슬프지 않게 되어버리는 것 말이다. 말을 만들어 노래하는 뜻돌님은 ‘아이들의 말투’를 지키고 싶었나 보다. 나는 “ ~한 어른이 되고 싶어” 어떤 어른이 되겠다고 꿈꿨던 아이를 마음에서 지켜내고 싶다. 그 아이가 장래희망 칸에 써냈던 사람은 되지 못해도,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하는 어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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