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말들5 숨 - 박효신 / 한숨 - 이하이
가사가 좋은 노래를 소개하는 '노래의말들' 이번 주는 ‘숨’를 주제로 <숨>_박효신, <한숨>_이하이 를 읽었습니다.
- 팟빵 http://www.podbbang.com/ch/1775927?e=23548849
- 네이버오디오클립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406/clips/5
‘숨’은 2016 박효신 정규 7집 앨범 <I am a dreamer>에 수록되었다. <I am a dreamer>는 6집 <Gift-part2> 발매 이후 6년 만에 나온 정규 앨범이며 꿈과 희망을 주제로 ‘야생화’, ‘ Home’, ‘숨’, ‘꿈’등의 곡이 수록되어 있다. 작사는 대부분 박효신, 김이나, 김지향 작사가가 함께했고 작곡은 대부분 박효신과 정재일 작곡가가 함께했다. (9번 트랙 ‘숨’은 김이나 박효신 작사, 정재일 박효신 작곡)
오늘 하루 쉴 숨이
오늘 하루 쉴 곳이
오늘만큼 이렇게 또 한번 살아가
침대 밑에 놓아둔 지난 밤에 꾼 꿈이
지친 맘을 덮으며 눈을 감는다 괜찮아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모양 속에
나 홀로 잠들어 다시 오는 아침에
눈을 뜨면 웃고프다
오늘 같은 밤
이대로 머물러도 될 꿈이라면
바랄 수 없는걸 바라도 된다면
두렵지 않다면 너처럼
오늘 같은 날 마른 줄 알았던
오래된 눈물이 흐르면
잠들지 않는 내 작은 가슴이
숨을 쉰다
끝도 없이 먼 하늘
날아가는 새처럼
뒤돌아 보지 않을래
이 길 너머 어딘가 봄이
힘없이 멈춰있던
세상에 비가 내리고
다시 자라난 오늘
그 하루를 살아
오늘 같은 밤
이대로 머물러도 될 꿈이라면
바랄 수 없는걸 바라도 된다면
두렵지 않다면 너처럼
오늘 같은 날
마른 줄 알았던
오래된 눈물이 흐르면
잠들지 않는
이 어린 가슴이 숨을 쉰다
고단했던 내 하루가
숨을 쉰다
숨, 꿈
숨과 꿈은 닮았다. 언젠가부터 꿈을 직업이나 성격처럼 노력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느낌이 들게 하는 무언가’로 생각하게 되었다. 매일 아침 마시는 커피 한잔, 지하철에서 읽는 책 몇 쪽, 자기 전에 쓰는 짧은 일기, 밤에 하는 산책이 꿈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꿈은 지키기 어렵다. 사람들은 다른 이의 꿈에도 눈에 보이는 보상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시간 낭비, 잉여, 게으름, 한가함. 다양한 단어로 누군가의 꿈을 미루게 하고 이내 지워버린다. 꿈이 항상 ‘침대 밑에 넣어둘’ 만큼 사적이고 간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앨범 I am a dreamer 11번째 트랙 “꿈”의 후렴 가사는 이렇다.
오늘 밤 내가 꾸고 싶은 꿈은 슬픔 없는 꿈 / 오늘 밤 내가 꾸고 싶은 꿈은 기억 못 할 꿈 / 나의 작은 이 가슴이 뛰고 있는 까닭은 아직 나의 작은 별 하나가 잠들지 않아서
살아있지만 살아있는 증거가 필요하다. 비록 작은 별처럼 미미해 보여도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꿈은 죽은 것처럼 사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것처럼 살 수 있게 한다.
‘한숨’은 2016년 이하이 앨범 seoulite(서울 사람)에 수록되었으며, 2017년 12. 18 세상을 떠난 샤이니 종현 군이 작사 작곡한 곡이다. 종현 군이 세상을 떠났을 때 이하이는 ‘어쩌면 이 노래는 다른 사람들에게 듣고 싶었던 말들을 가사로 적은 곡인가 봐요’ 라며 추모의 글을 남겼다. 노래의 화자가 계속해서 타인의 한숨, 그 깊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유는 화자 역시 한 때 이해받기 힘든 한숨을 쉬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할 것 같지만 자신을 이해할 단 한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그는 누군가의 손을 꼭 잡아 주듯 이런 말을 한다. 괜찮아요. 내가 안아 줄게요. 정말 수고했어요.
숨을 크게 쉬어봐요
당신의 가슴 양쪽이 저리게
조금은 아파올 때까지
숨을 더 뱉어봐요
당신의 안에 남은 게 없다고
느껴질 때까지
숨이 벅차올라도 괜찮아요
아무도 그댈 탓하진 않아
가끔은 실수해도 돼
누구든 그랬으니까
괜찮다는 말
말뿐인 위로지만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숨이 벅차올라도 괜찮아요
아무도 그댈 탓하진 않아
가끔은 실수해도 돼
누구든 그랬으니까
괜찮다는 말
말뿐인 위로지만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남들 눈엔 힘 빠지는
한숨으로 보일진 몰라도
나는 알고 있죠
작은 한숨 내뱉기도 어려운
하루를 보냈단 걸
이제 다른 생각은 마요
깊이 숨을 쉬어봐요
그대로 내뱉어요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정말 수고했어요
다행히 한숨은 알아차릴 수 있다.
하루에도 수시로 몸 깊은 곳을 들락거리는 숨은 정직하다. 감정, 상황, 건강 모두 숨에 반영된다. 문제는 그 숨소리를 평소에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끄러운 세상 소음에 묻힐 만큼 숨소리가 작기도 하고 숨소리에 집중 하기엔 하루의 숙제들을 쳐내기가 너무 바쁘다. 그러나 한숨은 알아차릴 수 있다.
남들에게 잘 보여야 할 때, 안 보이는 미래가 두려운 상상으로 가득 찰 때, 앞으로 계속 이어질 힘든 하루를 더 이상 버텨낼 용기가 없을 때 누군가 쉬는 한숨은 우리가 알아챌 수 있다. 평소에 쉬는 숨보다 크고 깊기 때문이다. 그 숨은, 땅이 꺼지라고 내쉬는 숨이 아니라 땅 위에 겨우 서있기 위해 쉬는 한숨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그들에게는 괜찮다는 말, 수고했다는 말이 필요하다.
말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다만 메시지를 전한다. 그 메시지는 ‘네 숨을 내가 듣고 있어’, ‘넌 혼자가 아니야’이다. 그것만으로 그의 무거운 숨을 같이 쉬어 줄 수 있다. 그것만으로 그의 숨이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다. 숨이 찰 만큼 무거운 짐이 아니라 내 숨을 아무도 듣고 있지 않는 것 같다는 외로움이 누군가를 쓰러지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숨이 “후”하고 귀에 들리는 것은 참 다행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