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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숲 Jul 11. 2020

[노래의말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듣고픈 노래

노래의말들 11. 아마도이자람밴드 - 아니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친구,
그 친구가 좋다. Yes 도 No도 소신 있게 OO증권!


초등학생 때 TV에서 이 광고를 보며 나는 웃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말씀에 끼어들어 "아니오! 예!" 대답하며 까불기도 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그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친구들이 많이 먹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많이 신는 신발을 신는다. 공부는 다들 하니까 당연히 한다. 그래도 발표는 좀 자제하자. 수업 끝나야 되니까 질문은 삼가자. 대학은 물론 가야 한다. 신입생은 다 같이 술을 마시자! 구호를 외치자! 무난하고 평범하게! 나대지 말자! 중간만 가자! 짜장으로 통일!

술을 삼킨다.  

말도 

삼켰다. 다양한 이유로. 

미안해서, 눈치 보여서, 괜히 뭐 시킬까 봐, 나를 무시할까 봐,  배려한답시고, 비위를 맞추기 위해 말을 삼키다가 한동안 말이 없어지기도 했다. 말이 없어진 평범한 어른이 되기도 했다. 말이 없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란 말을 종종 듣는다. 착하다는 칭찬을 누군가에게 듣기도 했다. 말을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니었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땐 예를 아니라고 할 땐 아니라고 따라했다. "설마 이렇게 많은 사람이 틀리겠어?", "너만 잘났다고 튀어서 되겠어?" 지당하신 말씀이다. OO증권 광고 속 청년 유오성과는 달리 소신은 없고 소시민이 되었다. 내 눈치를 보지 않고 나를 배려하지 않는 사이 나는 연기 같은 인간이 되고 있었다. 


퇴사 후 오랜만에 자기소개서를 쓴다.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경력을 몇 줄 적고, 지원 동기를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깜빡이는 커서를 보다가 깜빡 잠에 든다. 꿈에선 내가 죽었다. 장례식에 온 사람들은 내가 좋은 사람이었다고, 착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몇 줄 채 쓰지 못한 자소서를 가족들은 유언장인 마냥 열심히 보았다. "아니야! 아니라고 그건 내가 아니야!" 연기가 된 나는 소리친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하다. 그런데 어디선가 아니~ 아니~ 하는 노래가 들려온다. 노랫소리는 점점 커지다가 급기야 “아니!” 소리친다. 아는 노랜데.. 무슨 노래였더라.. 아마도… 이자람밴드의 노래였던가. 


아마도이자람밴드 - 아니


원해야 하는 것 말고 그렇게 해야 하는 것 말고 

배우며 자란 것 말고 남이 알려준 거 말고

책에서 읽은 것 말고 교회에서 들은 것 말고 

누가 말해준 것 말고 아버지가 시킨 거 말고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여기 서있는 나는 누가 만든 인간인지 

오랜 유전자 아님 누구 다른 무엇인지

입는 것 만나는 것 머물고 헤어지기 

무엇하나 맘대로 하는 게 이리 어려워

원해야 하는 것 말고 그렇게 해야 하는 것 말고 

배우며 자란 것 말고 남이 알려준 거 말고

책에서 읽은 것 말고 교회에서 들은 것 말고

누가 말해준 것 말고 아버지가 시킨 거 말고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가사 좋은 노래를 소개하는 라디오 '노래의말들' 이번 주는 아마도이자람밴드 '아니'와 '행방불명'을 읽었습니다. 방송은 아래 링크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


네이버 오디오 클립

팟빵 : http://www.podbbang.com/ch/1775927?e=23597605


아래 멜론 플레이리스트에서는 여태까지 노래의말들에서 소개한 가사 좋은 노래들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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