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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숲 Jul 19. 2020

[노래의말들12] 해변에서 노래를 줍는 일

노래의말들 12 김목인 - 비치코밍

해변에 깨진 유리 조각으로 보석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바다를 빗질하듯 해양 표류물과 쓰레기를 모으는 비치코머(beachcomber)들이다. 모은 유리, 캔, 플라스틱, 조개껍데기는 재활용되기도 하고 아티스트의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대량 생산되어 잠깐 사용되고 다시 버려져 풍파를 맞고 결국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보석이 된 작은 유리조각을 보고 있으면, 남들과 비슷해지려 애썼던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일상을 소리로 다듬어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은 10대 시절부터 일상에서 길어 올린 아이디어와 경험의 조각들을 수첩에 메모했다. 그의 식탁, 대화, 여행, 꿈은 수권의 수첩에 쌓였고 노래가 되거나, 책이 되거나, 여전히 수첩 안에서 그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노트에 끄적였던 생각들을 부끄럽고 부족한 것으로만 생각했던 게 후회된다. 

유리가 보석이 되고, 일상이 노래가 되기 전 바뀐 것은 비치코머와 음악가의 시선이다. 버려진 것, 아픈 것, 평범한 것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그들의 시선을 닮고 싶다. 이번 주 <노래의말들>에서는 김목인의 노래를 읽고 녹음했다. 오랜만에 뭔가를 구부려 정성스레 줍는 마음으로.  


<노래의말들12화> 


비치코밍 - 김목인


난 좋아하는 걸 물으면 

항상 생각이 안 났어 

딱히 별로 가고 싶은 곳도 없었고 

바다가 좋아, 산이 좋아 물으면 글쎄 

하지만 오늘 얘길 듣다 보니 

그런 거라면 재밌겠다 싶었지 

해변에서 뭔가를 줍는 것 

구부리고 뭔가를 줍는 것 

그런 거라면 항상 할 수 있었지 

그런 거라면 종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바다의 헝클어진 머리를 빗겨준다는 것

얼마나 근사해 광활한 바다의 곁에서 


난 좋아하는 걸 물으면 

항상 생각이 안 났어 

딱히 별로 가고 싶은 곳도 없었고 

바다가 좋아, 산이 좋아 물으면 글쎄 

하지만 오늘 얘길 듣다 보니 

그런 거라면 재밌겠다 싶었지 

해변에서 뭔가를 줍는 것 

구부리고 뭔가를 줍는 것


바다를 품은 앨범 ‘바라던 바다’ 

푸른 제주도 바다를 지키기 위해 비치코밍을 하는 팀이 있다. ‘재주도좋아’라는 이름으로 모인 그들은 제주의 바다를 즐길 대상이 아닌 지킬 대상으로 바라본다. 바다에서 캔, 유리, 등을 모아 액세서리로 만들고 ‘반짝반짝 지구상회’라는 공방을 운영한다. ‘재주도좋아’와 김일두, 조동희, 재주소년, 김목인, 사우스카니발, 박혜리, 장필순, 시와, 권나무, 세이수미 10명의 음악가가 모여 바다와 비치코밍을 주제로 컴필레이션 음반 ‘바라던 바다’를 발매했다. 코로나로 바다에 가지 못해 아쉬웠다면 눈을 감고 앨범을 들어보시길 바란다. 해변을 산책하는 상상을 하며 모래를 유심히 바라보자. 혹시 반짝이는 보물의 재료가 숨겨져 있을지 모르니.



가사 좋은 노래를 소개하는 라디오 '노래의말들' 이번 주는 김목인 '비치코밍', 9(9와숫자들) '앞바다'를 읽고 소개했습니다. 방송은 아래 링크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

네이버 오디오클립 :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406/clips/12

팟빵 : http://www.podbbang.com/ch/1775927?e=23606342


아래 멜론 플레이리스트에서는 노래의말들에서 소개한 가사 좋은 노래들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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