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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숲 Jul 27. 2020

[노래의말들] 13 섬의 섬으로 가는 꿈

노래의말들13 도마 -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

저는 돈 욕심이 별로 없어서
한 달에 백만 원 정도만 있어도
행복하게 살 것 같아요!

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단다 내가. 믿을만한 대학 선배에 따르면 나는 가끔 치킨 사 먹을 돈, 책 사 볼 돈 정도의 돈만 있으면 행복하게 살 자신이 있다고 호언장담을 했다고 한다. 선배에게 먹고살기 힘들다고 신세한탄을 하던 중이었는데 얼마나 후끈거리던지, 타임머신이 있었다면 그런 말을 했던 신입생 ‘나’의 방정맞은 입을 때려주고 싶었다. 졸업논문에 참고하기 위해 1학년 때 썼던 도저히 읽기 힘든 과제들을 봤을 때, 친구의 외모를 놀렸던 일이 생각날 때, 예전에 일기에 흥분해 휘갈겼던 누군가에 대한 욕이나, 인터넷 검색기록을 볼 때, 누군가 나를 어떤 이미지로 기억한 것을 들을 때 늘 새롭게 부끄럽다. 

흔적을 남기며 산다. 대단한 증거라기보다 부끄러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낀 두 사내에게서 플래쉬를 빌려 팡팡 지워버리고 싶은 것도 많다. 내가 남긴 흔적을 신경 쓸수록 그러니까, 현재의 내가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판단된다고 생각하면,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어려워진다. 말과 행동을 아끼다 보니 흔적은 적게 남아 부끄러워질 일도 줄어들지만 내가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머리를 싸매고 있으면, 차라리 아무도 없는 섬으로 가고 싶다. “휴 드디어 해방이다” 크게 한숨을 돌리고, 해변을 따라 한참을 걸을 것이다. 걷다 보면 파도소리, 갈매기 소리가 들리다가 이내 내 발자국 소리까지 듣게 될 것이다. 모래가 묻어 무거워질수록 발자국 소리는 커질 것이고, 그것을 들으며 ‘어쩌면 내게는 멋진 것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과연 내게 부끄럽지 않은 것을 남길 수 있을까’ 생각에 잠길 것이다. 그 생각이 또 어딘가 남은 것 같아 섬의 섬의 섬으로 들어가는 꿈을 꿀지도 모른다.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 - 도마 


멀리멀리 가던 날 

데려온 노래는 들리지도 않고

날아오를 듯이 가볍다가 

고갤 떨구며 가장 낮은 곳으로

이유도 없이 나는 곧장 섬으로 가네 

기다리는 사람도 없이 섬으로 가네

조심하며 걸어도 발소리는  

아무도 없이 개만 운다

이유도 없이 나는 곧장 섬으로 가네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그 섬에는

조심하며 걸어도 발소리가 

아무도 없이 개만 운다



가사 좋은 노래를 소개하는 라디오 '노래의말들' 이번 방송에선 도마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 강아솔 '섬' 읽고 소개했습니다. 방송은 아래 링크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


네이버 오디오클립

팟빵 : http://www.podbbang.com/ch/1775927?e=23620531


아래 멜론 플레이리스트에서는 노래의말들에서 소개한 가사 좋은 노래들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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