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딸에게 쓰는 편지 No.10

현아, 타인의 부정적인 감정은 절대 받지 말아라

by 프로성장러 김양


현아,


오늘은 타인의 부정적인 감정을 절대 네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네 감정은 온전하게 너의 것이고, 타인의 감정은 그 사람의 것이기 때문이야. 네가 느끼는 감정을 받아들이고 내보내는 것은 너의 책임이지만, 타인의 감정을 너의 감정으로 받아들인다면 그 감정까지 네가 처리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단다. 상대의 건설적인 비난과 충고는 받아들여야 하지만 너에게 이유 없이 화풀이를 하거나 어떤 이유나 근거도 없이 인신공격을 하는 비난은 절대 너의 감정으로 받아들이지 말아라. 네가 받지 않으면 그것은 너의 감정이 아닌 것이 된단다. 붓다께서도 말씀하셨지. 누가 욕하거나 싫은 소리를 했을 때 받아먹지 않고 씩 웃으면 그 욕은 뱉은 사람의 것이라고.


엄마는 얼마 전 회사에서 열심히 작성해 만든 발표자료를 본 고객사 중역진의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보고서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맞는 게 없고,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반복하더구나. 엄마를 포함한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소리까지 질렀단다. 엄마와 회사를 향한 비난과 함께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더해지니 정말 참기 힘든 회의가 되었지.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그 중역진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어. 엄마는 그때 책에서 읽은 내용을 떠올리며 그 사람의 감정 쓰레기통은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단다. 그때서야 비로소 그의 화풀이를 내 감정에서 분리하고, 어떻게 업무를 개선할지 방안을 제시하는데 집중할 수 있었지. 웃으면서 그 부분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었고.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엄마가 받을 수 있었던 건설적인 요구는 어떤 것이었을까? '어떤 숫자가 어떤 이유로 잘못되었으니 다시 검토했으면 좋겠다', '이 내용은 누가 확인해 줄 수 있으니 같이 의논해서 결정해라', '어떤 자료에 이런 내용이 있으니 추가로 검토해 달라' 등이 있을 수 있겠지. 엄마는 이렇게 명확한 이유와 대안도 제시해 주는 것이 건설적인 비난이자 요구라고 생각한다. 이런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고를 받는 사람이 최대한 많이 알고 있고, 알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해. 여기서 지켜야 하는 매너는 표현하는 사람의 인격인 거고. 절대 너의 결과물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란다.


너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구분하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야. 엄마는 "내 감정은 내가 처리해야 하는 나의 것이지만 타인의 감정은 내 것이 아니다" 라는 사실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거든. 이 과정을 실행하는 것이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지만, 너에게 이 말을 전달하면서 다시 한번 되새기고 계속 연습해 나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단다.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보렴. 처음에는 누가 어떤 욕을 하든 당당한 표정으로 웃어 보이는 것부터. 그다음에는 그 사람이 원하는 핵심을 정리해서 논리 정연하게 말하는 것까지.


너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어. 엄마도 좋은 본보기가 되어 이 과정을 많이 연습하고 실전에서 활용했던 것들을 공유해 줄게.




현아,


네가 어떤 식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될지 엄마는 알 수 없지만, 결국 네가 위치하게 될 곳은 가장 높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배우는 과정 중에 혹시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는 타인의 인신공격성 비난과 화풀이 앞에서 그 감정을 반드시 분리해 낼 수 있길 바란다.

책임을 지는 높은 자리에 가게 되면 꼭 건설적인 충고와 조언을 제안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엄마는 너의 어떤 모습이나 감정도 다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





이 세상에 하나뿐인 사랑하는 나의 딸아,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사랑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딸에게 쓰는 편지 No.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