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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쓰는 편지 No.11

현아, 유연한 사고를 가지렴

by 프로성장러 김양


현아,


엄마는 네가 어떤 상황에서든 다른 생각을 가진 타인의 의견을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


의견을 인정해 주라는 의미가 꼭 그 의견을 받아들이라는 뜻은 아니야. 그저 나와 다른 사람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좋겠다는 뜻이란다.


“아, 나와 저 사람의 생각이 이렇게나 다를 수도 있구나“ 이렇게 말이야.


살다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나 사건을 마주하게 될 수 있단다. 하지만 다른 게 꼭 틀린 건 아니니까 다름을 인정하는 것도 삶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엄마는 최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발도르프 대안학교가 있었단다. 자연 속에서 학생 스스로 원하는걸 직접 찾을 수 있도록 교육하는 학교인데 집에서도 가깝고 네 성향과도 잘 맞을 거라 생각했지. 그 학교에 입학한 아이를 둔 부모 역시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높더구나. 하지만 가정이나 학교에서 영상 매체 활용을 완전 배제하고, 부모가 플라스틱 교구 역시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해서 너를 입학시키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단다. 발도르프 교육 원칙은 본받을만하다 생각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이런 극단적인 선택이 과연 좋을까 싶었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그런 교육도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단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어. 같은 동네에 사는 네 친구 가족과 친하게 지내면 좋을 것 같아 두 번 정도 같이 식사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거절을 당했지. 네 친구 아빠가 낯을 가린다면서 말이야. 네 친구를 초대하면 네 친구와 네 친구 엄마만 우리 집에 오는 식이었단다. 엄마는 최근에 네 친구 아빠가 우리 가족과 어울리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를 알았어. 그 이유가 바로 엄마가 워킹맘이기 때문이라는 거야! 그 사람에게 엄마의 정의와 역할은 ”전업맘=아이 케어 하는 사람“ 이라더구나. 그래서 그 기준에 벗어나는 우리 가정과는 친해지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무조건 멀리한 것이라고. 엄마는 요즘 같은 시대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단다. 일하는 엄마가 있는 가정과 어울리고 싶지 않다는 누군가의 생각이 너무 극단적이라서 말이야. 하지만 그 생각도 타인의 신념이자 원칙이니까 받아들이기로 했지. 그 생각에는 1도 동의하지 않지만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거란다.


현아, 네가 자라면 정치적인 성향에 있어서도 보수파와 진보파, 혹은 중도파를 선택할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 네가 어느 당을 지지하든 그건 너의 선택이고 결단이다. 다만, 네가 지지하지 않는 당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가져줄래? 엄마는 서로 다른 당끼리 장점과 단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좀 더 건강한 정치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고 믿거든.




현아, 엄마는 네가 어느 하나의 의견을 극단적으로 좇기보다 열린 사고방식을 가졌으면 하고 바란다. 엄마는 그게 유연한 사고라 생각하고, 요즘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꼭 필요한 능력이라 믿거든.



세상에 하나뿐인 사랑하는 나의 딸아,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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